비호감의 공생 정치 언제까지

민주당 의원들이 국정감사를 중단하고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물리적으로 맞서 일단 저지했다. 민주당은 검찰력을 이용한 야당 탄압이라 하고 있고, 여당은 합법적인 사법집행을 방해하는 예상된 방탄정치라 하고 있다. 과거에도 정당에 대한 압수수색이 순조롭게 이뤄진 적은 거의 없었다. 사법적 절차와 최종 판단을 두고 볼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관계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
▲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관계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

갑작스럽게 돌출된 사건은 아니다. 지난 대선 때 핵심 논란 거리였고, 이미 관련 사안에 대한 고발조치가 있었고 사법적 절차가 예정된 상태였다. 민주당 내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물론 이재명 당시 후보 쪽에서는 황당무계하다며 반박했고, 이른바 수박 프레임으로 역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대선 이후 우리 정치는 더 악화되는 듯하다. 선거는 심판과 선택을 통해 정치를 발전시키는 선거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당선된 쪽은 우려를 씻어내는 국정운영 역량을 보여줘야 하고, 패배한 쪽은 자성과 더불어 혁신해야 한다. 물론 애초에 비호감 구도에서 차악의 선택이었으니 대선 이후 정국도 한계가 있다. 역사적 운명이다. 그러나 경쟁 속에서 상대적으로 비난받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대통령으로서 미지의 역량을 보여줄 수도 있다. 지지세력들이 내세웠던 기대역량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집권 5개월 동안 우려했던 점은 예견했던 그대로이고, 새로운 국정운영 역량은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 야 정당이 실점, 자책골 경쟁을 하고 있다. 여당의 실점 위험성은 윤 대통령 주변과 윤핵관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품격 논란에서 빠져나와 주목받지 않으니 그나마 국민 불안을 줄이고 있다. 신구 윤핵관들의 거친 발언 위험성은 살아있다. 영부인 관련 논란은 민주당의 끝없는 공세 대상이다. 실제 효과 여부를 떠나,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민주당의 맞불 의도도 있다.

김건희 여사는 대선 당시 허위이력 논란에 대해 사과하면서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다. 영부인의 자리에 오르고 보니 달라졌던 모양이다. 최근 다시 비공개 봉사활동으로 바꾼 듯하다. 바람직하다. 그런데 비공개 활동을 며칠씩 보도하는 특정 언론들이 이를 공개 활동 못지않게 키우는 현실이다.

우리 대통령제의 제왕제적 특성상 영부인의 공적 역할은 최소화하는 게 낫다. 적극적으로 나섰던 영부인 치고 대통령 지지에 도움이 됐던 경우가 없다. 초기에 거침없는 명랑한 활동으로 ‘유쾌한 정숙씨’라는 호평도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 영부인 김정숙 여사도 점차 오버한다고 비판받았다. 스스로 여성 운동이라는 공적 활동을 해왔던 이희호 여사의 경우도 대통령 공적 지위를 이용한 활동으로는 주목받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의 경우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도움을 주기 이전에 실점 요인이라는 점을 새길 일이다.

무엇보다 패배한 제1야당 민주당이 더 문제이다. 비호감 구도에서도 패배한 후보가 다시 당 대표가 돼 당의 실질적, 상징적 구심점이 돼 있다. 당 대표가 되는 과정이었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비상식적인 지역구 배정의 문제점은 지방선거 패배로 확인된 바이다. 우려했던 사법리스크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사법적 판단은 차치하고라도 당력을 여기에 올인 하고 있다. ‘처음해보는’ 대통령의 미숙한 행보에도 제1야당 대표 스스로가 본인의 사법적 논란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렇다 보니 야당의 대여공세 무대인 국정 감사가 사법리스크 방어 무대가 되고 있다. 급기야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저지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국감을 중단하고 직접 나서기도 했다. 이재명 의원을 당 대표로 내세운 상황에서 어느 정도 예정된 상황이었다.

여야 정당들의 내부 혁신 동력이 무력화돼있다. 여당은 이준석 전 대표와 윤핵관의 대결이 가처분파동까지 갔다. 야당 민주당은 요즘 이견이 허용되지 않는 종교집단 같다. 기득권 정당 구조에서 그나마 간헐적인 혁신 동력이 됐던 초선의원들도 홍위병만 눈에 띈다. 여야의 극한 대결이 상식이나 민주주의 원칙보다는 내부 결속력을 강조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악순환이다. 그렇다보니 이견을 개진하는 사람들을 두고 수박이니 갈치니 하는 말들까지 나오는 현실이다. 동굴의 우상을 강화하는 SNS 시대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내각제였다면 국정리더십과 정치재편을 위한 총선거 얘기가 나올 만하다. 5년 임기의 대통령제와 양당 독점체제에서 그나마 혁신에 대한 기대는 다음 총선밖에 없는 것인가? 다음 총선도 또 양당 그들만의 경쟁이 되는 건 아닌가? 늘 그렇듯이 양당 독과점체제를 보호하고 있는 현행 제도의 개혁이 정치개혁의 핵심 과제라는 것을 또 확인한다. 김만흠(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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