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개특위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치양극화 문제해결을 위한 제2차 국회의원 집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2.2
▲ 국회 정개특위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치양극화 문제해결을 위한 제2차 국회의원 집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2.2

정개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협치와 선거제 개혁대안을 점검하기 위해 유럽 출장길에 나섰다. 예산안처리 법정 시한을 넘기고 향후 국회일정도 불확실한 상황에 해외 출장이냐는 비판도 있다. 선거제 개혁의 대안 모색을 위해 정당지지 연동형 비례대표를 실시하고 있는 독일이나 중대선거구제의 아일랜드의 현지 방문 등이 필요하다는 당사자들의 설명이다.

여야가 비호감의 공생을 하고 있는 최악의 불량정치 상황에서 선거제 개혁 얘기가 보기에 따라 한가한 소리일 수 있다. 그러나 양당 독과점 체제가 초래하고 있는 비호감의 공생을 구조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결국 선거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건 분명하다. 문제는 정개특위 위원들이 제대로 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면서도 개혁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느냐이다.

알다시피 현재의 준연동형은 독일의 정당지지 연동형 제도를 차용하다가 어정쩡하게 변형돼 도입된 것이다. 기존제도의 문제도 개선하지 못하고, 비례대표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 실패한 제도이다. 위성정당이 나오면서 실패하게 되었다고도 한다. 그래서 정개특위 위원들의 일부는 위성정당을 통제하는 보완책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더불어 독일의 연동형 제도의 취지를 더 본격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지 모르겠다.

준연동형은 선거제 개혁의 취지였던 소선거제에서 나오는 과도한 사표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연동형이든, 준연동형이든 전체 의석수를 정당지지에 연동시킨다면 지역구의 사표는 그대로 남는다. 그나마 연동형비례대표에서 사표 완화효과를 기대했던 것은 연동형이 아니라, 비례대표 확대에 대한 기대였다. 비례대표 확대없이 도입된 연동형에서 사표 완화효과는 기대할 수 없었다. 지역구 대 비례대표 비율 5.4대1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정당지지 연동형만 도입했다.

독일의 제도화 배경은 우리와 정반대

알다시피 독일의 경우 지역 대 정당비례 비율이 1대1이다. 뉴질랜드 1.4대1, 잠깐 시행하다가 문제가 커 폐지한 알바니아도 2.5대1이었다. 우리도 중앙선관위에서 선거제도 개혁안으로 연동형을 제시했을 때 지역구 200명, 비례대표 100명의 2대1을 상정했다. 5.4대1로 지역구의 비중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사표는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고, 연동형도 제도로 작동시키기가 어려워 준연동형이라고 했다. 위성정당의 출현을 통재하거나 비례대표를 늘리면 소수정당의 진출 기회는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정당지지에 의석을 연동시키는 방식이 국민의 의사를 민주적으로 반영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남는다. 현재의 우리나라 정당들의 역할을 비판하면서, 모든 의석을 정당지지에 연동시키는 것은 오히려 선거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다. 정당이 국민의사를 볼모로 잡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기성정당으로부터 자유로운 투표가 의석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거제 개혁의 방향이다.

우리가 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의 경우 애초에 출발부터가 우리와 정반대이다. 100% 정당투표 비례대표제에 역사에서 소선거구제를 혼합해 도입한 것이다. 정당투표가 국민의 투표의사를 대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소선거구제에 정당비례를 덧붙인 우리의 경우 정당투표가 유권자의 정치의사를 대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인물, 지역환경, 정당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한 지역구 투표가 그나마 상대적으로 더 제대로 된 유권자의 정치의사라고 볼 수 있다. 혼합형을 유지할 경우, 우리의 정당정치 상황에서 연동형보다는 20대까지의 병립형 제도가 민주제도로서의 정합성이 더 크다.

선거구제보다 기호순번제 개혁이 핵심

현재 한국의 정당정치의 핵심 문제는 최근 상황에서 보고 있다시피 양당 독과점체제에서 비롯되고 있다. 양당 독과점을 온존시키는 대표적인 특혜제도인 기호순번제(공직선거법 제150조)를 폐지해 현행 교육감 선거처럼 기호를 없애고 추첨제로 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요체이다. 현역 의원 대부분의 기득권이 걸려 있으니, 이 개혁은 하지 않으려는 게 문제일 뿐이다. 양당 독과점의 특혜제도를 개혁하면 소선거구제의 승자독식 폐해도 완화될 것이다. 물론 선거구제의 개편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번에 정개특위 위원들이 방문하는 아일랜드의 중대선거구제, 그리고 독일의 연동형도 앞의 지적들을 검토하면서 점검하기를 부탁한다. 더불어 특위 위원들이 개혁 대안을 모색하려고 방문하는 나라들이 모두 의원내각제라는 사실도 지적하고 싶다.★

김만흠
한성대 석좌교수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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