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오너일가 ‘갑질’에 반기업정서 커져

이른바 ‘땅콩 회항’으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상무를 비롯한 한진그룹 오너일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불똥이 최태원 SK 회장과 이재현 CJ 회장으로 옮겨 붙고 있어 재계가 조심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조현아 상무가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지만 당초 비행기를 회항시키고 난 후 밝힌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오너 일가의 ‘갑질’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당초에 조 전 상무는 승무원이 서비스를 잘못했고, 이를 지적하기 위해 회항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 상무가 승무원에 폭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함께, 대한항공 임원이 조 상무의 행동을 의도적으로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조 전 상무의 부친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딸의 잘못된 행동을 사과하고, 조 전 상무가 모든 직위에서 물러난다고 밝혔지만 성난 여론을 가라앉히기는 역부족이었다.

들끓은 여론은 조 전 상무에서 영어(囹圄)의 몸이 된 최태원 SK 회장과 이재현 CJ 회장에게로까지 확장된 모양새다.

최 회장은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과 함께 계열사 돈 465억 원을 횡령,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옵션 투자 명목으로 송금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계열사 돈을 횡령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주장했으며, 변호인단 또한 최 회장이 계열사의 돈을 빼돌릴 이유가 전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가 지속되면서 최 회장은 계열사 돈을 빼내 펀드 출자 지시를 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최재원 부회장 또한 계열사 돈을 빼낸 것은 형이 아닌 자신이 한 것이라고 주장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상고심에서 유죄가 드러났다.

결국 최 회장 형제는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 6개월의 유죄를 확정 받았다. 오너 형제가 나란히 영어의 몸이 됐다.

국민들은 최 회장 형제가 당초에 무죄를 주장했다가 거짓이 점점 밝혀지면서 계속해서 말을 바꾼 것에 대해 분노를 금치 못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갖은 수를 써서라도 형량을 줄이려 한 모습에 기업인으로서의 양심조차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도 이를 인식한 듯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라는 이른바 ‘오너 형량’을 깨고 징역 4년의 실형을 확정지으며 ‘꽤씸죄’에 대해 단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도 ‘특사’를 통해 형량을 감면해줬던 그간의 관행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형기를 채울 때까지 여지를 두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최근 이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이 내년 3월 21일까지로 연기되며, 이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현재 건강 상태로는 구금 생활을 감내할 수 없다고 판단해 또다시 구속집행정지기간을 연장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1657억 원의 조세포탈 및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의 범죄 혐의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비자금 조성 자체를 횡령으로 볼 수 없다며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

징역 3년이 결코 가벼운 처벌 수위는 아니지만 ‘집행유예 5년’을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은 상태다. 다만 검찰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불복,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상고심의 결정에 따라 이 회장은 영어의 생활을 마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회장에 대한 국민 여론도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우선 오너 일가들의 횡령 등이 줄줄이 밝혀지던 시기에 이 회장의 횡령 혐의가 드러나면서 당시 국민 여론은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태였다.

여기에 이 회장이 샤르코 마리 투스(유전병), 만성신부전증, 고혈압 및 고지혈증 등으로 인해 수술을 받고, 연이어 구속집행정지를 받자 ‘보석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 ‘동정여론을 만들기 위한 수순’이라는 등 곱지 못한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더욱이 구속되기 전에는 멀쩡히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가 구속되자마자 모든 병이 발병할 수 있느냐며 비난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직까지 이 회장에 대한 재판이 끝나지 않았지만 만약 이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날 경우 사실과는 상관없이 국민의 반기업정서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최 회장과 이 회장이 조속히 풀려나기를 바라면서도 자칫 기업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질 것을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기업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마저 기업 활동에 등을 돌릴 경우 부딪쳐야할 난관은 대내외적으로 배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전수영 기자 jun61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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