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된 대중정치 욕구 수용하라는 정당개혁 요구로 봐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소속 출마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여야진영 구도에 균열을 낼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원장의 지난 1일 무소속 출마 소식이 나온 이후 현재까지 온라인 쪽의 분위기는 ‘열광’에 가깝다. 인터넷 여론만 본다면 지금 안 원장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아성을 허물 기세다. 안 원장이 지닌 정치적 코드의 파괴력이 정치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안 원장의 정치적 코드는 이른바 ‘제3섹터’로 표현되는 다중코드다. 반(反)한나라 비(非)민주를 의미하는 중간지대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이보다는 2000년대 이후 부상한 ‘인터넷 정치세력’, ‘신흥 사회정치세력’, ‘전문가집단’ 그리고 ‘젊은 대중과의 소통’ 등의 다양함 함의를 담고 있는 정치적 코드다.

이는 다름 아닌 ‘한국 정당정치의 위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2000년대 이후 대중적 정치지향은 민주와 반민주 정치구도에서 벗어나고 있음에도 우리 정당정치의 틀과 운영방식은 1980년대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 데 따른 업보다.

기성정당들이 2000년대 이후 급성장한 인터넷 대중정치 코드를 정당의 틀로 수용하지 못함에 따른 것이다. 이는 한나라당, 민주당 뿐 아니라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 또한 마찬가지다.

안철수는 영남출신의 성공한 IT 벤처사업가이다. 안 원장과 청춘콘서트를 함께 진행하는 ‘시골의사’ 박경철은 주식투자전문가이다. 이들이 대중적 인물로 부상한 통로는 다름 아닌 ‘인터넷’이다. ‘시골의사’는 다름 아닌 인터넷 아이디(ID)이다.

그러나 지역구도에 기반한 기성정당들은 이처럼 새롭게 등장하는 대중정치적 코드에 맞추기보다는 기존의 엘리트와 연고 중심의 정당운영구조를 유지했다. 그 결과가 이명박 정부 이후 급속히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기성정치와 대중과의 불화’현상이다.

‘소통’이 안 된 곳은 청와대 이 대통령만이 아니라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돼 있었다. 새로운 정치세력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 또한 이들 신진 대중정치세력의 정치적 요구를 담아낼 틀이 없다. 이들을 ‘계급’으로 바라볼 때 수용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지형 때문에 안철수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가 당장 ‘신드롬’을 야기하면서 지난 1995년 ‘박찬종의 좌절’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당시 박찬종 후보가 양당구도에 도전해 무소속으로 출마, 33.5%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민주당 후보인 조순 시장에 밀려 낙선한 바 있다.

‘안철수 신드롬’, 기성정당구조의 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

이처럼 안 원장이 박찬종의 한계를 넘을 것이란 전망의 바탕에는 인터넷 대중정치 기반에다 기존의 ‘비한나라, 비민주’진영과의 결합가능성이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로 윤여준 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소장과 불교계의 원로 법륜 스님이다. 기성 사회정치세력 중에서도 비한나라, 비민주 층이 그만큼 두텁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나라당, 민주당의 자기변혁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안철수 신드롬’의 배경이다. 특히 야권을 대표하는 민주당의 문제점으로 안철수의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1995년 지방선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란 거목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아니란 의미이다.

박찬종 후보의 거센 도전을 물리친 것은 ‘조순’을 영입한 김대중 대통령의 힘이다. 야권세력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 김 전 대통령은 새롭게 성장하는 사회정치세력들을 끊임없이 민주당의 틀로 수용해왔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은 그와 같은 강한 자기변혁의 동력이 많이 약화돼 있다.

정치의 기본틀은 ‘정당’이다. 그럼에도 안 원장이 무소속을 선택한 것은 지금의 정당틀에선 갈 곳이 없다는 뜻이다. 영남출신에 성공한 벤처사업가, 정치적으로 합리과 정의를 실현코자 하는 인물이 현 정당구조하에서는 자신의 뜻을 펼칠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안철수 신드롬’은 현 기성정당구조의 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 위기는 정당정치가 변화된 대중의 정치적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는 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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