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형과 경영권 다툼 승리…복잡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 과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8월 1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볼룸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해 416개에 이르는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올해 안에 80% 이상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div>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8월 1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볼룸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해 416개에 이르는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올해 안에 80% 이상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주현 기자] “경영과 가족 문제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경영은 법과 원칙에 의거해 운영해야 한다.” 지난 8월 17일 오전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의 임시주주총회에서 승리한 직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 말이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주총 승리를 통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2선으로 후퇴시키고 한국과 일본에 걸친 롯데그룹 경영권을 한 손에 거머쥐게 됐다. 이날 주총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이 지난 7월 27일 일본으로 건너가 신동빈 회장을 포함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한 ‘왕자의 난’으로 촉발된 롯데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왕자의 난’ 제압 신동빈…한·일 롯데 경영권 확보

지난 7월 말부터 롯데 총수 일가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마치 ‘막장 드라마’를 보듯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신동빈 회장 등을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하기 위해 7월 27일 일본으로 건너갔던 신격호·신동주·신영자는 각각 신동빈 회장의 아버지와 친형, 배다른 누나다. 경영권을 두고 총수 일가의 ‘골육상쟁’이 벌어진 것이다.

신동빈 회장은 7월 28일 일본 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열어 아버지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해임하며 역공에 나섰다. 이후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와 형제들로부터 내침을 당하는 분위기로 흘렀고 장기화 양상을 보였다. 신동빈 회장에 대한 저격수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이었다. 신 전 부회장은 ‘한국 롯데의 중국 사업 실적 부진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가 격노해 동생의 경영권을 빼앗으려 한다’고 한국과 일본 언론에 흘렸다.

신 전 부회장의 폭로와 더불어 언론 보도를 통해 롯데의 ‘민낯’은 속속들이 드러났다. 일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를 정점으로 한 불투명한 지배구조, 무려 416개에 달하는 순환출자 고리, 나이 90이 넘은 창업주 신 총괄회장의 ‘손가락 경영’ 등이 알려지면서 롯데에 대한 여론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롯데의 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국내에선 롯데가 일본 기업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고, 시민단체와 중소상인단체들은 롯데 제품 불매운동에 돌입했다. 정치권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롯데 때리기에 힘을 보탰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 등은 롯데가 국민을 배신했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국내 면세점 업계 1위 롯데의 지배구조가 비정상적이라며 “외국 기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불투명한 기업에 알짜배기 (면세) 사업 허가권을 내줄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롯데는 일본 기업’이란 여론이 확산되자 신 회장이 진화에 나섰다. ‘왕자의 난’ 이후 일본에 머물던 신 회장은 8월 3일 오후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며 “95%의 매출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머리를 숙였다. 자신에 대한 신 총괄회장의 해임 지시에 대해선 “법적인 효력이 없는 소리라고 생각한다”며 일축했다. 또 신 회장은 “저는 총괄회장님 옆에서 임직원과 함께, 주주를 위해서, 그리고 국민과 함께 롯데를 키워왔던 사람이다. 사태가 빨리 해결되고 총괄회장님의 창업정신에 따라 기업들을 정상화시키는 게 제 역할”이라며 경영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일본에서 돌아온 신 회장은 현장을 챙기며 롯데 임직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귀국 당일 아버지·형과 5분 동안 짧은 만남 뒤 신 회장은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공사장과 롯데월드몰을 찾았다. 귀국 이튿날(8월 4일)에는 경기 오산시 롯데인재개발원에서 신입사원들을 만나 “롯데그룹 경영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 국내에서 성장한 롯데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겪는 진통과정”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입사원들과 점심식사를 한 신 회장은 인재개발원 인근 오산물류센터를 살펴보며 이틀 째 현장을 챙겼다.

롯데 계열사 사장들과 노조위원장들은 각각 8월 4일과 성명을 내어 신 회장 지지 의사를 밝혔다. 결국 신 회장은 8월 17일 일본 롯데홀딩스의 임시주총에서 승리하며 한국은 물론 일본 롯데 경영권까지 품에 안았다.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신동빈 회장은 8월 11일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에서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머리를 숙였다. <사진=연합뉴스>
▲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신동빈 회장은 8월 11일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에서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머리를 숙였다. <사진=연합뉴스>
호텔롯데 상장…순환출자 고리 80% 연내 해소 약속

90이 넘는 나이에도 한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롯데를 최근까지 쥐락펴락하던 신 총괄회장을 2선으로 물러나게 하면서 ‘원 톱’ 경영체제를 구축한 신 회장의 최대 과제는 ‘개혁’이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총에 앞서 지난 8월 1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볼룸에서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밝혔다.

신 회장은 사과문에서 “최근의 사태는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과감한 개혁’을 약속했다. 당시 신 회장이 내놓은 개혁방안은 호텔롯데 상장(IPO)과 일본 계열사들의 지분 비율 축소, 순환출자를 비롯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제고, 그룹 내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팀(TFT) 출범 및 기업문화 개선위원회 설치였다. 신 회장은 청년 일자리를 포함해 고용을 늘리고 사회공헌 및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이날 “롯데는 우리나라 기업”임을 다시 강조했다. 1967년 설립된 롯데제과에서 출발한 한국 롯데에 대해 신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에서 번 수익을 고국에 투자하겠다는 일념으로 설립”했다며, “현재 한국 롯데는 일본 롯데에 비해 직원 수나 매출규모에서 비교할 수 없는 우리나라 5대 그룹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롯데는 기업공개를 통해 소유구조가 분산되어 있다”면서 “국내에 상장된 8개 계열회사 매출액이 그룹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지분 대부분을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들이 가지고 있어 국부가 일본으로 유출된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도 했다. 1970년대 설립된 호텔롯데는 2005년 처음 배당을 했는데, 호텔롯데를 포함한 한국 롯데 계열사들이 지난해 일본 롯데에 배당한 돈은 전체 영업이익의 1.1%뿐이었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8월 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총 뒤에도 경영투명성 강화를 다짐했다. 신 회장은 발표문을 내어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과 규범 준수를 강화하기로 의결해 법과 원칙에 의거한 경영 및 경영투명성을 한층 더 강화하고 철저하게 실행할 수 있게 됐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경영 계획을 밝혔다.

신 회장은 또 “경영과 가족 문제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경영은 법과 원칙에 의거해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롯데그룹은 법과 원칙에 의거한 준법 경영을 중시해왔고 임원들의 취임과 해임에 대해서도 모두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해왔다. 사외이사 취임을 계기로 열린 경영을 한층 더 가속해 나가겠다”고 전문경영인 체지 강화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를 마치고 8월 20일 귀국한 신동빈 회장(오른쪽)은 롯데의 석유화학 사업을 챙기기 위해 8월 21일 충남 서산시 롯데케미칼과 현대케미칼 대산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 <사진=롯데그룹 제공></div>
▲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를 마치고 8월 20일 귀국한 신동빈 회장(오른쪽)은 롯데의 석유화학 사업을 챙기기 위해 8월 21일 충남 서산시 롯데케미칼과 현대케미칼 대산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 <사진=롯데그룹 제공>

전담 조직 꾸려 지배구조 개선 작업 시작

일본 도쿄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임시주총에서 승리한 신 회장은 8월 20일 서울로 돌아온 뒤 현장을 챙기면서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투명성 강화 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신 회장은 8월 21일 충남 서산시에 있는 롯데그룹 석유화학 사업장인 롯데케미칼 및 현대케미칼 대산공장을 찾았다. 현대케미칼은 지난해 5월 롯데케미칼과 현대오일뱅크가 각각 40%, 60% 출자해 설립했다. 현대케미칼은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대산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하반기 현대케미칼 대산공장이 완공되면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휘발성 액체 탄화수소로 경질원유와 유사한 콘덴세이트를 하루 11만 배럴 정제하고, 혼합자일렌과 경질납사를 각각 연간 100만 톤씩 생산 가능한 시설을 갖추게 된다. 롯데는 현대오일뱅크와 손잡고 설립한 현대케미칼을 통해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동시에 연간 2~3조 원 수출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신 회장은 21일 오전 10시30분께 현대케미칼 대산공장 건설 현장에 도착해, 관계자들로부터 공정 진행 현황을 보고받고 시설을 둘러봤다. 신 회장은 건설 현장에서 “이번 합작 사업이 국내 투자 확대를 통해 고용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양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모범 사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현대케미칼 대산공장에 이어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으로 옮겼다. 연 110만 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갖춘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도 신 회장은 사업 현황을 보고 받았다. 직원들을 격려하고 함께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도 보였다.

신 회장의 석유화학 사업장 방문에 대해 롯데 측은 신 회장이 1990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경영에 참여하며 한국 롯데와 첫 인연을 맺었고, 석유화학 사업을 유통에 버금가는 롯데그룹의 두 축으로 키워냈다면서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 회장이 약속한 지배구조 개선은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구실을 하는 호텔롯데 상장 작업과 함께 시작됐다. 롯데는 8월 19일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한다”며 국내외 증권사 10여 곳에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equest For Proposal·RFP)를 보냈다고 밝혔다. 증권사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은 뒤 내부 검토를 거쳐 31일까지 선발 후보 명단(Short List)를 확정하고, 9월 초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해 호텔롯데 IPO 주관사를 결정한다는 게 롯데 계획이다. 한국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경영투명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팀(TFT)도 출범했다. 8월 26일 롯데정책본부는 그룹과 계열사의 재무·법무 담당 임직원, 외부 회계·법무법인 등이 참여하는 지배구조 개선 TFT를 꾸렸다고 밝혔다. 지배구조 개선 TFT는 신 회장이 8월 11일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약속한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투명성 강화 작업을 추진하기 위한 조직이다.

당시 신 회장은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 사태가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해 벌어졌다고 자성한 바 있다. 롯데 지배구조 개선 TFT는 이봉철 롯데정책본부 지원실장(부사장)이 팀장을 맡고, 실무를 담당한 내부 임직원 20여 명과 자문 및 감리업무를 담당할 삼일회계법인, 김앤장법률사무소, 법무법인 율촌 등 외부기관으로 구성됐다.

롯데 지배구조 개선 TFT의 중점추진과제는 호텔롯데 IPO,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전환, 경영투명성 제고 등 4가지다. 호텔롯데 IPO는 9월 주관사 선정 이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어 정관 등을 개정해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롯데는 증권거래소 지정 외부 회계·법무법인과 연계해 상장 시기, 적정 공모가 검토 등 구체적 상장 방안을 협의하고, 상장 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를 도입해 경영투명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416개에 이르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작업도 시작한다. 롯데는 11월 말까지 장내·외 매매를 통해 340여 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 80% 이상을 해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주회사 전환은 내·외부 전문가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는 “지주회사 전환은 중간금융지주회사 허용 여부에 따라 재원 및 시기가 유동적이나 81개 계열사의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 해소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에는 최대 7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일정 자산 규모 이상 비상장 계열사에도 상장사에 준하는 사외이사와 감사 등을 도입한다. 구체적으로 연말까지 내외부 전문가 영입을 추진하고 내년 초부터 실행에 나선다는 게 롯데 계획이다. 지배구조 개선 TFT에 대해 신 회장은 “롯데의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첫걸음”이라며, “겸허한 마음으로 착실히 준비해 롯데를 사랑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기대를 회복해 나가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 8월 26일 오후 3시(현지시각) 인도 뉴델리 하리아나주에서 열린 롯데제과 초코파이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마노하르 랄 까따르 하리아나 주지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은 신 회장이 8월 28일 장 마감 후 롯데건설 보유 롯데제과 주식 1만9000주(1.3%)를 종가 기준으로 358억 원에 사들이면서 전체 순환출자 고리 중 약 34%가 해소됐다고 밝혔다. <사진=롯데제과 제공></div>
▲ 신동빈 회장이 지난 8월 26일 오후 3시(현지시각) 인도 뉴델리 하리아나주에서 열린 롯데제과 초코파이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마노하르 랄 까따르 하리아나 주지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은 신 회장이 8월 28일 장 마감 후 롯데건설 보유 롯데제과 주식 1만9000주(1.3%)를 종가 기준으로 358억 원에 사들이면서 전체 순환출자 고리 중 약 34%가 해소됐다고 밝혔다. <사진=롯데제과 제공>

순환출자 고리 끊기 착수…임금피크제 도입

신 회장은 핵심 계열사 지분 확대를 통해 416개에 달하는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 작업을 시작했다. 롯데 지배구조 개선 TFT는 8월 28일 신 회장의 계열사 주식 매입으로 전체 순환출자 고리 중 약 34%가 해소됐다고 밝혔다. 지배구조 개선 TFT에 따르면 신 회장은 8월 28일 장 마감 후 롯데건설이 보유 롯데제과 주식 1만9000주(1.3%)를 종가 기준으로 358억 원에 사들였다. 이를 통해 신 회장 보유 롯데제과 지분은 6.7%로 늘었다. 신 회장이 롯데건설 보유 롯데제과 주식을 매입하면서 그룹 전체 순환출자 고리 416개 가운데 140개가 해소됐다. 롯데 측은 “지배구조 개선 속도를 내고자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롯데제과 주식 매입을 실행했다”며 “신 회장은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경영 투명성 확보에 앞장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배구조 개선과 더불어 롯데는 임금피크제를 도입을 통한 고용창출 계획도 내놓았다. 8월 27일 롯데정책본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전 계열사에서 임금피크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임금피크제와 60세 정년을 도입하기로 노동조합과 합의를 마쳤다는 것이다.

롯데정책본부 설명을 종합하면 롯데 계열사 노사는 지난 2013년 ‘정년 60세 의무화’ 발표 이후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했고, 내년부터 주요 계열사에서 시행하기로 지난해 뜻을 모았다. 계열사 가운데 롯데제과, 롯데건설, 롯데푸드 등은 지난해부터, 롯데홈쇼핑과 롯데상사, 대홍기획 등은 올해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이다. 정년 60세도 계열사 규모와 관계없이 적용하기로 했다. 55세, 57세, 58세 등 계열사별로 달랐던 정년이 모두 60세로 연장된다. 임금은 계열사별로 연장되는 기간에 따라 매년 전년 대비 평균 10% 수준으로 줄이지만, 직무나 직책을 감안해 조정할 예정이다.

60세 정년 및 임금피크제 도입과 함께 롯데는 2018년까지 신입사원을 포함해 2만4000명의 청년 일자리 창출 계획을 내놓았다. 황용석 롯데그룹 신문화팀 상무는“전 계열사에서 60세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게 되어 고용안정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고용 창출을 통해 청년실업 해소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현재 국내에서 9만5000명을 직접 고용 중이며, 협력사원 등 간접고용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35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롯데는 올해 입사지원서에서 사진이나 수상경력처럼 직무 능력과 무관한 항목들을 없애 능력 중심 채용을 강화하는 동시에 여성과 장애인 채용을 늘려 능력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열린 채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 롯데는 지배구조 개선 TFT 발족, 임금피크제 도입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호텔롯데 상장 절차 착수, 신 회장의 롯데제과 지분 확대를 통해 가시적인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투명성 강화에 대한 신 회장 의지도 강해 보인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의 후폭풍은 이어지는 분위기다. ‘유통공룡’ 롯데에 대한 비판 움직임은 전국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시민단체를 비롯해 소상공인단체 등은 롯데 제품 불매운동을 이어갈 기세다. 정치권에서도 신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시키기 위해 벼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일본에 걸친 롯데 구성권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낸 신 회장이 국내외 투자 확대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미래는 불투명해 보인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법적 공방이나 지분율 다툼을 벌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신 회장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국민 약속을 성실히 지키면서 실추된 롯데의 신뢰를 되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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