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파업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8일 하루 경고성 총파업을 할 예정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와 페이밴드, 성과급이 주요 쟁점이다. <사진=연합뉴스>
▲ 7일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파업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8일 하루 경고성 총파업을 할 예정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와 페이밴드, 성과급이 주요 쟁점이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의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노사가 막판 협상을 진행중이지만 임금피크제, 페이밴드(미승진자 임금 동결), 성과급 등 사안에서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점포수가 국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아서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7일 국민은행은 다음날로 예고된 총파업 이전에 임금∙단체협약을 타결하기 위해 대표자 교섭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노사는 지난 2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교섭을 지속해 왔다.

노조는 이날 오후까지 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파업 전야제를 열고 조합원과 밤샘 집회에 나설 계획이다. 이후 8일부터는 합법적인 파업에 들어간다. 당일 하루짜리 경고성 총파업 뒤 이달 31일부터 2월 1일까지 2차 파업에 나서고, 순차적으로 5차 파업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달 국민은행 노조 조합원 1만4343명 중 1만1990명이 참여한 총파업 찬반투표에서는 조합원 1만1511명(96.01%)이 찬성표를 던져 쟁의행위가 최종 가결됐다. 이에 따라 이번 총파업 참여 조합원 수도 1만여 명 정도로 예상된다.

국민은행 노조의 파업 돌입은 19년 만의 일이다. 과거 주택은행과 합병했던 2000년에 1만여 명의 조합원이 파업을 벌인 바 있다.

국민은행 노사는 현재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1년 연장, 페이밴드(미승진자 임금 동결) 폐지, 성과급 지급, 점심시간 1시간 보장, 기간제 근로자 정규직 전환 등의 안건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노조가 강하게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페이밴드는 일정 기간 안에 직급 승진을 하지 못하면 임금을 동결하는 제도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4년부터 신입 행원에 대해 페이밴드를 적용중이며, 이를 전 직급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페이밴드가 직원들의 승진 유인을 극대화해 경쟁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조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제도 중 하나이며 국민은행이 지점 수를 줄여가고 있어서 직급 승진은 갈수록 어려워 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성과급 지급 기준도 노사의 갈등 요소다. 노조는 올해 국민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만큼 기존 이익 배분 원칙에 따라 통상임금의 30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내부적으로 올해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이를 거절했다.

사측은 이에 더해 노조에게 성과급 지급 기준을 ‘자기자본이익률(ROE) 10%’로 바꿔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지난 10년간 ROE가 10%를 넘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사측이 원하는 대로) 기준을 바꾸면 성과급을 받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고 반발 중이다.

이와 관련해 허인 국민은행장은 이날 오후 3시 임직원 담화 방송을 통해 “페이밴드 논의 시작 및 임금피크 진입 시기 일치와 함께 최종적으로 보로금에 시간 외 수당을 더한 300%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는 페이밴드 확대와 임금피크제 진입 지연이라는 조건 하에서 노조의 성과급 300% 지급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사측은 보로금과 미지급 시간외수당을 합쳐 250%의 성과급 지급을 제시해 왔다.

허 은행장은 다만 페이밴드 사안은 시간을 두고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페이밴드가 직원의 급여를 줄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며 “극소수의 사람을 염두에 둔 최소한의 조치”라고 지적했다.

임금피크제의 경우 국민은행은 현재 부점장의 경우 만 55세에 도달하는 다음달 초, 팀장급 이하는 만 56세에 이르는 1월 1일부터 적용하고 있다.

사측은 부점장과 팀장급 이하로 나뉜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를 만 56세에 도달하는 다음달 초로 일괄 통일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노조는 앞선 산별교섭에서 임금피크제 진입 1년 연장을 결정했는데 사측 안을 적용하면 팀원 급의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가 수개월 연장에 그친다고 반발하고 있다.

점심시간 1시간 보장에 대해 노조는 산별교섭 합의안에 1시간을 PC오프제(업무시간 종료 후 업무용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제도)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1시간을 30분씩 분할 사용할 것을 원하고 있다. 식사에 30분을 쓰고 나머지 30분은 다른 시간대에 쉬는 식이다.

지난해 말 기준 고객 수 3110만 명, 점포 수 1057곳에 달하는 국민은행의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한편 국민은행은 파업 시행에 대비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준비중이다.

우선 특정 영업점에서 업무 처리가 어려운 경우 인근 영업점으로 고객을 안내하거나 거점점포를 통해 업무를 처리할 계획이다.

일반점포 직원이 7시 30분에 출근하도록 하고 영업시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서비스로도 유도할 계획이다.

그러나 거점점포를 운영하더라도 일부 영업점 업무가 멈춰 서면 고객 불편이 빚어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