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추대 쇄신안, 정대철-염동연 등 反孫파 전면 거부

새 지도부 구성 방식을 두고 대통합민주신당이 극심한 내분을 격고 있다. 새 당대표 선출을 놓고 합의추대 방식과 경선 방식에 대한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대선 후폭풍에 휘말려 있는 신당으로서는 차기 당권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서 당내 각 계파의 생사가 좌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염두에 둔 합의추대 방식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손 전 지사는 反노-非DJ 성향으로, 그가 당권을 쥐게 된다면 대선 참패의 책임을 물어 신당 내 상당수 계파 및 기득권 세력들에 대한 숙청 작업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연히 당내 손학규 합의추대 반대-反손학규 조짐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신당 쇄신위원회는 3일 오후, ‘새 지도부 합의추대’ 방안을 포함한 최종 쇄신안을 마련해 전격 발표했다.

이에, 김한길 그룹을 시작으로 정대철 상임고문, 이해찬 전 총리, 천정배 전 장관, 추미애 전 의원, 염동연 의원, 초선 쇄신파 등 합의추대 반대론자들이 산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 중에서는 정대철 상임고문이 경선 출마 의사를 밝혔고 김한길, 염동연 의원 등도 출마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합의추대를 막기 위한 전략적 출마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이들은 단 한 명이라도 경선 출마 의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경선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쇄신위의 합의추대 쇄신안에 전면 반발했다.

이 때문에 쇄신위원회의 쇄신안 최종 발표가 있던 이날 하루에만 합의추대 반대론자들의 기자회견과 성명 발표는 봇물을 이뤘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당내 합의추대 반대 여론 조성에 나서게 될 경우, 신당은 걷잡을 수 없는 내홍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대철, “내가 출마할 것. 염동연도 출마할 작정이라고 했고, 김한길도 보류 중"

정대철 상임고문은 이날 국회 대통합민주신당 대변인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선을 치러야 하는 5가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정 고문은 같은 날 오전 최고위원-상임고문단 연석회의 자리에서 “경선하자는 사람이 여러 명 있는데도 경선을 하지 말자는 것은 강요를 통해 다수결 원칙을 위해하는 것으로, 결국 당이 깨질 수밖에 없다”며 강력 반발했던 바 있다. 이 때문에 정 고문이 탈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정 고문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저는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의 단점이 아마추어리즘이었는데, 이런 것에 익숙하고 경험과 경륜 있는 사람이 당을 이끄는 것이 괜찮다는 주변의 권유에 의해 출마한다”고 경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정 고문은 이 자리에서 경선을 치러야만 하는 5가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와 관련, 그는 “위기일수록 기회가 있다. 지도부 합의추대론은 이 위기를 그냥 덮고 가자는 미봉책”이라며 “치열한 경선을 통해 당을 새롭게 하자는 주장이야말로 위기의 유일한 수습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선만이 노무현 정권과의 관계를 확실히 정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 고문은 “국민들이 우리에게 기회를 주신 것”이라며 “경선을 통해 우리당에서 노무현 정권과의 그림자를 걷어내야만 우리는 이 기회를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그는 ‘경선만이 당을 새롭게 바꿀 수 있고’, ‘경선은 민주주의의 원칙이며’, ‘경선은 우리당의 불멸의 전통’이라는 이유를 들어 경선을 통한 지도부 선출을 강력 주장했다.

한편, 정 고문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상임고문단 연석회의에서 반발했던 것과 관련해 “호떡집 앞에서 만장일치로 돈 안내고 호떡 먹는 것과 같다”며 지도부의 일방적 합의추대 방침을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선 출마를)김한길도 고려하고 있고, 정대철도 고려하고 있고, 염동연도 고려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해서는 안 되고 경선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한길 의원과 염동연 의원의 경선 출마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염동연은 찾아와 출마할 작정이라고 했다”며 “김한길은 밝혔다가 보류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 고문은 자신이 총선에서 反한나라당 세력의 대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적격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 고문은 “민주당과의 통합은 물론, 가능하면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이나 심지어 이회창도 같이 가자는 분도 있을 정도”라며 “총선 전 통합을 해야 몇 석이라도 건질 수 있는데, 그걸 해낼 사람이 바로 나”라고 자신했다.

천정배도 반대, “합의추대로는 강력한 리더십 갖기 힘들다”

호남 출신이자, 당내 진보개혁 진영의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는 천정배 전 장관도 새 지도부 합의추대에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한 반대나 합의추대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특이할만하다. 당을 전면 쇄신하기 위해서는 새 당대표가 강력한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데 따른 것이기 때문.

3일, 천 전 장관의 한 측근은 <폴리뉴스> 기자와 통화에서 “합의추대라서 안 된다는 것이 아니고, 손학규라서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며 “합의추대를 하더라도 외부의 신망 있는 분들을 모셔, 그 분들이 강력한 쇄신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초선 쇄신그룹이 주장한 ‘외부인사 영입-합의추대 반대’ 입장과 뜻을 같이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중요한 것은 강력한 리더십”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합의추대라는 것은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하는데, 한 사람이라도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하면 합의추대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대철 상임고문이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데 따른 것으로, 경선 출마자들이 늘어난다면 만장일치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랬을 때, 합의추대로 구성된 지도부는 권한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때문에 측근은 “합의추대를 하더라도 추대된 사람에게 강력한 쇄신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줄 수만 있으면 된다”며 “그것이 손학규 전 지사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염동연, “정당한 경쟁에서 승리해 당원과 국민 앞에 당당히 인정받는 지도부 필요”

친정동영계로 당내 경선 당시 추미애 전 의원을 도왔던 염동연 의원도 3일, 합의추대 반대 입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특히, 염 의원은 당 대표 경선에 출마의 뜻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염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지도부 합의추대는 불타버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벽에 회칠하는 꼼수”라며 “권한도 책임도 불분명한 지도부를 만들어 무엇을 어찌하자는 말이냐”고 합의추대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그러면서 염 의원은 “우리는 치열하고 정당한 경쟁에서 승리하여 당원과 국민 앞에 당당히 인정받는 새로운 지도부가 필요하다”며 “공천권이 부여되지 않는 지도부가 무슨 힘으로 당을 개혁할 것인가, 실권 없는 대표와 계파안배라는 명분으로 구성된 형식적 지도부가 어떻게 당을 쇄신할 것이냐”고 반발했다.

그는 또, “새로운 당은 2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 대표의 리더십이 확실하게 발휘되는 당이 되어야 한다”며 “당헌당규가 정한 임기동안의 리더십은 철저하게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당내 많은 분들, 대표 추대론 뒤에 숨어있는 기득권 유지 우려하고 있다”
사실상 합의추대 방식에 우려 표명

추미애 전 의원도 이날 강원도당 신년워크숍 강연에 앞서 사전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사실상 합의추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추 전 의원은 “당의 간판인 ‘대표’를 새롭게 추대하는 것을 마치 쇄신방안의 전부인 것처럼 내세운다면, 다가오는 총선에서도 참혹한 심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계파별로 새 대표 추대론이 춤추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이 당이 더 이상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 전 의원은 “당내 많은 분들이 대표 추대론 뒤에 숨어 있는 기득권의 유지를 우려하고 있다”며 “새로운 지도부는 이른바 노무현 정권 및 열린당의 책임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하지만, 당내 기득권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그는 “대표 추대가 기득권 유지를 위한 방어벽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합의추대 할 주체가 누구인지, 최고위원은 누가 선출하는지에 대해서 설득력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며 “추대이든 경선이든 무엇이 됐든, 지도부 전체와 공천 후보를 전면적으로 쇄신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추 전 의원은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외부인사 영입 주장에 대해서는 “외부인사의 공천심사를 통한 인적쇄신은 근본적으로 여론조사와 같은 개인경쟁력 평가나 전과 등의 도덕성 검증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와 관련, 그는 “외부인사가 무슨 기준으로 누구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정치적 책임에 대한 평가는 실무적.제도적 차원의 접근이 아닌, 정치적 결단의 차원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추 전 의원은 이번 대선 참패 평가와 관련, “국민들이 인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백서발간’이라는 전면적이고 공식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대해 “백서발간을 위해 당에 책임 있는 인사들과 함께 당밖에서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인사들로 구성된 ‘제17대 대통령선거 백서 발간위원회’를 구성하고자 제안한다”며 “이 위원회에서 대선에 대한 평가가 적나라하게 이루어질 때 그것이 진정한 반성과 쇄신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선 쇄신 그룹...“외부인사 영입 안 된다면, 당연히 경선 통해 선출해야”

당 쇄신을 위한 초선의원 모임과 중앙위원 모임 또한 당 쇄신위원회가 최종 결정한 쇄신방안에 대해 “원천적인 당헌 위반”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초선의원 모임 간사를 맡고 있는 문병호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8월 5일 창당대회의 ‘권한 위임’이 종료된 상태인 최고위원회가 대체 무슨 권한으로, ‘상임고문’ 연석회의와 공동으로 신임 당대표를 추천할 수 있다는 것인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당헌과 당원의 위임 없는 권한 행사가 어떻게 민주정당에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문 의원은 “당헌과 8월 5일 창당대회 결의에 근거하여 당 중앙위원회가 전국대의원대회의 권한으로 신임 지도부를 구성할 전권을 갖는다”며 현 지도부-쇄신위 중심의 합의추대에 전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초선 쇄신그룹은 신임 지도부의 역할을 총선까지 모든 당권을 담당하는 ‘한시적 위기관리기구’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도부 구성은 당 대표를 포함한 3인을 외부인사로 하며, 나머지 2인은 18대 총선 불출마를 전제로 한 당내 인사로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외부인사 3인과 관련해서는 “백낙청, 함세웅 등 원로 모임에 추천을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부인사 비대위’안이 오는 7일로 예정돼 있는 중앙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는 “당 대표는 당헌과 창당대회 결의에 근거하여 당연히 경선의 방식으로 선출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당 개혁과 공천의 독립성, 정통성이 담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쇄신위, 합의추대 쇄신안 확정 발표...“합의추대로 당을 조기에 안정시킬 수 있다”

한편, 이날 당 쇄신위원회는 최종 쇄신안을 발표하며 “합의선출을 통한 지도부 구성은 가급적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 방식으로 당내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2월 3일 전당대회 일정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쇄신위원회 간사 김교흥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이 말하며, “현재의 경선 토대(당원, 대의원)로는 신당의 기득권 구조가 재생산될 우려가 있다”며 “기존 대선 후보 경선의 문제점이 그대로 재연돼 책임공방, 진흙탕 싸움으로 당내분란을 부추기고 국민실망을 고조시킬 우려가 큰 것이 현실”이라고 합의추대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김 의원은 “경선을 위한 한 달여의 기간 동안 당의 정국대응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합의선출의 경우, 당을 조기에 안정시킬 수 있고 구성원들의 정치적 합의를 통해 당의 통합과 단합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긴급한 과제는 철저한 자기반성과 쇄신으로 당을 조기에 안정시키고 질서 있게 정국에 대응할 수 있는 진용을 갖추는 일”이라며 “그러므로 합의선출 방식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쇄신위원회는 합의선출 절차와 방식을 ▲현 최고위원회.상임고문 연석회의가 신임 당대표 1인을 추천 ▲추천된 신임 당대표가 나머지 최고위원을 추천 ▲중앙위원회가 추천된 신임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일괄 인준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신임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추인하는 선출절차를 마무리 하는 것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중앙위원회가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방식과 관련해서는 “전단대회의 축소판이 돼 경선에 따르는 부정적 현상이 그대로 노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부적합하다고 본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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