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정치전문가들이 바라본 손학규 체제

대통합민주신당이 사실상 손학규 당 대표 체제가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당 안팎으로 크고 작은 변화들이 예상되고 있다.

우선 이념적으로 한나라당 출신의 손 전 지사가 중도보수 성향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신당은 지금까지 추구해왔던 개혁과 신진보적 색채가 옅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당의 정체성도 확실한 중도보수-중도실용노선으로 갈 것이 예상되며, 이명박 정권과 노선에서 대동소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손학규 체제에서 신당은 이명박 정권과 협력 체제가 가능하게 될 것이며, 사안에 따라서만 견제하는 야당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신당은 이념적으로는 중도보수-중도실용추구하고, 정치적으로는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 탈당 당시부터 명확히 세워온 反盧성향과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과정에서 쌓게 된 非DJ성향 탓에 확실한 제3노선이 구축될 전망이다.

<폴리뉴스>는 8일, 손학규 당 대표 체제가 가동된 이후 범야권(현 범여권) 정국전망에 대해 정치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전문가들은 신당의 노선이 우향우를 하게 될 것과 총선연대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서만 한 목소리를 냈을 뿐이다. 그 외, 당내 문제나 외부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각양각색의 의견을 내놓았다. 그만큼 신당이 가변적이면서도 복잡한 상황에 빠져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추가]신당, 이념적으로는 중도보수-중도실용, 정치적으로는 反盧-非DJ의 제3노선

수정 추가 : 오후 1시 40분

손 전 지사는 8일 박기춘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념이나 경쟁, 싸움, 분열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하나하나 해결해 주는 실사구시 정치를 다짐한다”며 중도실용 정치를 하겠다는 확실한 이념노선을 밝혔다. 손학규 당 대표 체제에서 신당의 정체성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개혁세력과 재야세력, 386민주화세력을 중심으로 ‘한나라당의 3중대로 전락’, ‘이명박 아류당’ 등을 우려해 강한 반발이 예상되기도 한다. 실제로 재야파 우원식 의원은 초선임에도 反손학규를 기치로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까지 했다.

정치적으로는 손 전 지사가 反盧-非DJ 성향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하기까지 노무현 대통령과 수없이 많은 전면전을 펼쳐왔던 까닭에 反盧 중에서도 反盧 인사로 꼽힌다.

또 대통합민주신당이 출범할 당시만 하더라도 정치권에서는 신당에 대해 DJ당이자, 손학규 사당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었다. 사실상 DJ가 손 전 지사를 강력하게 밀어주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DJ는 조금 지나, 장외 인사인 문국현 후보에게 관심을 보이는가 싶더니 막판에는 정동영 후보에게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 전 지사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됐으며, 신당의 경선을 위한 들러리 역할밖에 하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신당에 합류할 당시만하더라도 親DJ적 모습을 보였지만 손 전 지사는 더 이상 DJ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된, 非DJ 성향으로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손학규 체제가 反盧-非DJ의 스탠스를 취하게 된다면, 그동안 범여권을 주도해온 기득권 세력이 민주화세력에서 중도실용-중도보수세력으로 전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힘의 논리가 완전히 뒤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신당은 이념적으로는 중도보수-중도실용, 정치적으로는 손 전 지사 성향인 反盧-非DJ의 확실한 제3노선이 구축될 전망이다.

한편, 손학규 전 지사가 당권을 쥐게 된다하더라도 범야권의 총선연대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대선에서 이뤄내지 못한 단일정당-통합을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총선에서 이뤄내기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지역별-정책별로 연합공천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지역별로는 지난 4.25재보선에서 보였던 형태의 연합공천이나, 정책별로는 反대운하 연대 등이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孫체제 실용적 측면 강화될 것. 숙청이나 분열 아닌, 통합 리더십만이 살길

숭실대학교 강원택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손학규 전 지사가 당권을 쥐게 됨으로써, 대통합민주신당의 이미지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교수는 이에 대해 “이념적인 것 싫고 노무현 싫다는 것이니까, 노무현 색깔을 얼마나 걷어내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손학규 전 지사는 경기도지사로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도 비현실적인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으로 새로운 변화를 하고 있다’고 비쳐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전 지사가 당권을 쥐게 됨으로써, 신당이 실용적 측면이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임을 예상한 것이다.

이와 함께, 강 교수는 손학규 당 대표 체제에서 당내 각 계파는 갈등을 접고 통합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손 전 지사가 反노-非DJ 성향인 이유에서 그가 당권을 잡게 됨과 동시에 친노파와 DJ추종세력들에 대한 대대적 숙청이 단행될 것이라는 예상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그렇게 한다면 당은 깨져버릴 것”이라며 “자발적으로 당을 나가지 않는 이상 손 지사가 그렇게 숙청 작업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손학규 지사가 자기 사람들만 (핵심 당직에)쓴다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며 “있는 사람들을 다 끌어 모아서 하나로 결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참패 후 흔들리는 당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숙청이나 분열이 아닌, 통합과 포용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한편, 손학규 대표 체제에서 이 같은 당내 변화들이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대외적으로는 총선을 대비한 범야권 대연대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여대야소 정국을 막기 위한 민주당-창조한국당-이회창 신당을 아우른 전략적 총선연대를 일컫는 것이다.

그러나 강 교수는 이와 관련, “연대는 없을 것 같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이에 대한 이유로는 “이회창 전 총재와는 구분되고, 문국현 대표는 따로 나온 것”이라며 “특히나 대선 때라면 몰라도 총선 때는 (연대가)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대선 때와는 달리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강 교수는 사실상 범야권의 총선연대를 불가능에 가깝게 평가했다.

총선연대 불가, 그러나 한화갑-문국현 등 연대 모색으로 계파 갈등 풀어갈 수 있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총선연대는 없을 것 같다”고 잘라 말한 강원택 교수와 달리, 어렵더라도 손 전 지사가 범야권 총선연대를 이뤄야만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단순히 한나라당 일당 독재를 저지하기 위해서만이 아닌, 이 같은 총선연대를 통해서 신당은 당내 각 계파간 갈등 조정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러나 이 대표 역시 총선연대의 가능성은 상당히 낮게 전망했다. 이와 관련, 그는 “문국현당과 이회창당 모두와 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들과의 연대나 합당은 신당 내부의 기조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가 당 내부 계파 갈등이나 격화된 노선투쟁을 화합으로 이끌 수 있는 지도력을 보여야만 최소한 범야권이 총선에서 전략적 연대라도 가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손 전 지사가 친노세력과의 화해 문제를 안고 있고, 합의추대 과정에서 불거진 정대철-추미애-염동연-천정배 등 친DJ계 ‘경선파’와의 갈등도 남아 있어 역량을 발휘하기에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 같은 당 내부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시각을 당 밖으로 돌렸다.

그는 “어느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이 같은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당 밖의 인물, 가령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등과 합쳐야 한다는 데 조율을 하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계파갈등 해소가)가능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거듭, “한화갑이나 문국현 등을 활용해 내부 갈등을 풀 수 있을 것”이라며 “매우 비관적인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묘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대선 때 이루지 못했던 단일화나 연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또, “당내에서는 침몰해가는 상황이지만, 시선은 밖으로 돌려야 한다”며 “창조한국당이나 민주당 등 그 외 인사들의 세력을 적극적으로 모으는 움직임을 보여야 당내에서도 힘을 모아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이 대표는 당내 계파 갈등 문제와 외적 연대 문제가 분리되어 논의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유기적으로 두 문제가 얽혀 있어, 총선연대를 추진하는 과정 속에서 당의 화합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상 신당 붕괴 전망, 제3지대 한화갑 신당에 주목

경기대학교 박상철 정치대학원장 또한 범야권의 총선연대 가능성에 대해 다른 전문가들과 견해를 같이 했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 “이회창 신당이나 문국현 창조한국당 등 대선에서 후보로서의 결합은 가능해도 총선에 임하게 되면 전국구 비례대표를 의식하게 된다”며 “손-문-창 연합 등 연대는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대선 때는 가능해도 총선 때는 힘들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대선과 달리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탓에 총선연대 가능성을 낮게 둔 것이다. 그러나 박 교수는 이 같은 연대가 불가능하더라도 각 정당간 인물 교류는 활발히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그는 “예를 들어, 대통합민주신당에서 밀려난 사람이 창조한국당으로 간다든가, 밀려난 사람들이 어디로 간다든가 그런 구도는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손학규 체제가 들어섬으로써 당이 정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때부터 변화의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이번 총선을 계기로 기존 정당들이 전면 붕괴되고 새로운 신당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제3지대 신당을 주창하고 나선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를 언급했다.

즉 손학규 체제가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신당의 내분은 가라앉지 않고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며, 이에 따라 탈당 행렬의 가속화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과정에 한화갑 전 대표가 이른바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할 경우, 이들의 쏠림현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이번 총선은 신당으로 가는 트렌드라고 본다”며 “야권의 세력들이 어떤 쏠림현상이 있지 않을까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박 교수는 대통합민주신당을 포함한 범야권의 현재 모습을 놓고 과거 5공화국 당시, 민주한국당(민한당)과 유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한당은 해산된 신민당 소속 의원들 중 쇄신파를 중심으로 창당됐으며, 이후 80석이 넘는 의석으로 원내 제1야당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즉, 박 교수는 한화갑 전 대표의 제3지대 신당 움직임이 이 같은 민한당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한화갑 전 대표 등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며 “한화갑이라든가 괜찮은 사람들, 대선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들, 신당 내 손학규 체제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세력들, 수도권 일부 세력들과 뭉치게 되면 다를 것”이라고 한 전 대표의 역할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박 교수는 당 내부적으로 손학규 체제가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불안정한 상황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손학규 지사가 대표가 된다고 할지라도 충청지역 의원들은 창이 받아준다면 그리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며 “손 전 지사가 아무리 당권을 잡는다하더라도 당을 떠나려하는 이탈세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범야권에서도 이회창과 같이 신당 창당이 가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에도 상당한 인재들이 있긴 한데, 이 사람들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고, 거듭 한화갑 전 대표의 신당을 의미했다.

손에게 당권과 함께 공천권 주지 않는다면 얼굴마담일 뿐...
총선에서는 더 이상 ‘노무현 프레임’ 심판론 먹히지 않을 것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이자, 정치 전문가는 손 전 지사가 당 대표에 오르게 될 경우, 당권과 함께 공천권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는 “중요한 것은 당권과 공천권을 함께 주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이라며 “공천권을 부여하면 손학규 체제가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지만, 그렇지 않으면 얼굴마담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의추대로 당 대표직에 오르기는 했어도 강력한 권한을 실어줘야만 한다는 것으로,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당내 거대 계파들에게 휘둘리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총선연대 등 외부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부 연합공천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특정 정당과 연대나 통합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전문가는 다른 전문가들이 언급한 한화갑 전 대표의 제3지대 신당 역할론과 관련해 “이명박을 견제할만한 세력으로 한화갑은 안 될 것”이라며 그 의미를 크게 두지 않았다.

한화갑 전 대표가 강경 反노 중에서도 反노라는 점이 총선에서 유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일각의 기대심리에 대해서는 “대선 때 국민들이 노무현 프레임을 심판했다고 총선에서도 노무현 프레임으로 심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총선에서는 여당 견제라는 키워드가 더 크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한화갑 전 대표가 여소야대를 막아내기 위해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표한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