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출시 후 국가대표 브랜드 우뚝…스낵으로 용도 확장하고 할랄 인증도

[폴리뉴스 이주현 기자] ‘브랜드가 경쟁력이다.’ 브랜드 가치가 제품의 경쟁력, 나아가 기업의 경쟁력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불황일수록 브랜드 가치는 더 강조된다. 보통 브랜드 가치는 시장점유율, 소비자의 인지도, 가격 결정능력 등을 토대로 평가하는데, 브랜드 가치가 높으면 큰 어려움 없이 불황을 극복할 수 있다.

특히 첫 선을 보인지 20~30년이 넘는 장수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은 불황이어도 든든하다. ‘불황엔 장수 브랜드가 효자’라는 말처럼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은 친근하고 믿음직스런 브랜드를 찾기 마련이다. <폴리뉴스>가 불황일수록 제값을 하는 장수 브랜드들을 소개한다.

양반들이 먹었던 두 번 구운 김 탄생 스토리

동원F&B의 조미김 브랜드인 ‘양반김’은 30년간 국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일본을 중심으로 미국, 중국, 태국까지 수출도 활발하다. 동원은 최근 광고를 통해 양반김의 젊은 이미지를 강화하며 건강식품인 김의 수요 확대에도 앞장서고 있다.

동원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식생활 트렌드가 간편하고 실리를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던 1986년 4월 양반김을 선보였다. 당시 국내 조미김 시장은 춘추전국시대와 다름없었다. 동원보다 조금 앞선 1986년 3월 동방유량이 ‘해표김’을 출시했고, 해태와 대한종합식품(이상 4월), 대상(9월)도 같은 해 조미김 제품을 내놓았다. 1987년 4월에는 사조까지 합류했다. 6개 식품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시장에서 동원은 경쟁사와 차별화를 위해 우수한 기술진을 확보하고 일본에서 위생적 생산라인을 들여왔다.

양반김이란 브랜드에는 과거엔 김이 귀해 아무나 먹지 못하고 선별된 사람(양반)만 먹을 수 있었다는 뜻이 담겼다. 브랜드명은 소비자 현상 공모를 통해 탄생했다. 동원은 브랜드명이 갖는 독창성에 창의력을 가미한 텔레비전 광고를 선보이며 양반김 출시를 알렸다.

양반김은 가장 좋은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깨끗한 바다에서 자라는 고급 원초를 골라 100도와 250도에서 각각 한 번씩, 두 번을 구워낸다. 업계 최초로 알루미늄 포장지를 도입해 산소와 빛의 투과도를 줄였고, 고급 원초를 사용해 질기지 않으면서도 김의 맛과 향을 그대로 살렸다.

좋은 원초를 골라내기 위해 동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초감별사 제도를 운영한다. 원초감별사는 김 포자를 뿌릴 때부터 수확까지 원초를 관리하고 있다. 동원은 양반김 생산을 위해 매년 국내 김 생산량의 5%인 400~500만 속을 수매한다.

원초감별사인 김예환 공장장은 “김이 생산되는 전국 바닷가를 돌아다니며 좋은 원초 찾기에 심혈을 기울인다. 엄격한 품질 조건에 맞는 원초를 수매하기 위해 각 양식장들의 특장점을 꼼꼼히 분석하며 관리해 왔기에 양반김 특유의 향과 맛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1986년 200억 원이었던 국내 조미김 시장은 1987년 500억 원, 1988년 600억 원으로 성장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인지도가 올라가고 도시락 김 소비량도 늘어난 덕분이다. 동원 양반김은 1990년 10월 국내 최초로 KS마크를 획득해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2009년에는 양반김 고유 서체를 개발하는 등 디자인을 바꾸었다. 깨끗한 바다에서 자라는 ‘고급 원초’를 국내 유일 원초감별사가 직접 고른다는 ‘양반김 품질력’에 관한 커뮤니케이션 활동도 펼치고 있다.

스낵김으로 용도 확장…광고 통해 젊은 이미지 강조

올해로 출시 30돌을 맞은 동원 양반김은 국내 조미김 시장 1위를 지켜오면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고 있다. 스낵김 등으로 조미김의 용도까지 넓히는 중이다. 최근에는 김과 견과류를 결합한 ‘양반 스낵김’ 3종(아몬드, 칠리, 퍼핑메밀)을 선보였다. 양반 스낵김은 김에 아몬드, 통밀, 메밀을 넣은 영양 간식이다.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담은 데다 김과 어울리는 데리야끼소스와 불닭소스를 가미해 아이들의 영양 간식으로, 어른들에겐 맥주안주로 좋다.

동원은 양반 스낵김 3종을 태국, 중국 등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 태국, 중국 등에선 스낵김이 대중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태국의 스낵김 시장은 연 1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크다.
 
동원은 또 최근 온라인 광고를 통해 김의 전통식품 이미지를 넘어, 젊고 캐주얼한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개그맨 장동민과 유병재가 출연한 양반김 온라인 광고는 인기리에 방영 중인 캐이블 채널 <tvN>의 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를 패러디한 것으로, 300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할 만큼 이슈가 됐다.

양반김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사랑받고 있다. 1989년 양반김 수출을 시작한 동원은 일본 시장 성공을 디딤돌 삼아 러시아, 미국, 태국, 중국 등으로 수출국을 늘리는 중이다. 미주 시장을 겨냥한 ‘씨베지스’와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스낵 개념 ‘키미’처럼 현지 맞춤형 제품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동원은 2011년부터 ‘양반 씨베지스’(Sea Veggies)란 이름으로 3종(오리지널, 흑후추, 칠리맛) 시리즈를 미국과 캐나다에서 출시했다. 미국에선 크로거(Kroger) 그룹의 2700개 매장을 통해 선보였다. 현지인들에게 생소한 조미김을 팝콘이나 감자칩 대신 칼로리가 낮은 ‘바다 야채’라는 건강스낵으로 홍보한 결과 점점 사랑을 받고 있다. 앞으로 월마트, 슈퍼밸류 등 미국 내 대형할인점 입점도 추진할 예정이다.

김 자체가 생소한 지역에서는 제품 소개에 앞서 김을 널리 알리기 위해 힘을 기울였다. 해조류를 접하기 어려운 러시아인들에게 김은 생소한 식품이었는데, 동원은 러시아 수출과 동시에 해조류 안에 다량 함유된 무기질과 비타민 등을 적극 홍보했다. 덕분에 양반김은 러시아인들의 고급 영양 간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태국과 중국에서 양반김 매출이 늘고 있다. 특히 태국은 김 소비가 활발하고 한류 바람도 강해 양반김이 인기다. 동원은 올해 약 100억 원의 양반김 수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돌김’, ‘올리브김’, ‘참기름김’, ‘더바삭한김’ 등 4종의 할랄 인증도 획득하는 등 수출 지역 소비자들의 생활 습관에 맞춘 제품을 개발해 양반김의 세계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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