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도 거주자에 사망자까지 포함…서명자 3명 중 1명은 ‘무효’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戰'이 갈수록 치열하다.

서울시가 초·중학교 무상급식 주민투표 청구 서명자 67%에 대해 유효하다고 잠정 결론내리며 사실상 무상급식 주민투표 '강행'을 선언했지만, 시의회 민주당에서 불법 서명사례가 난무하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둘러싼 불협화음 정면충돌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13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소문동 시청 별관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 주민투표 성사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오 시장은 “무상복지포퓰리즘이 나라의 곳간을 비우고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80만 시민은 ‘주민투표’라는 현명한 판단을 해주셨다“며 “포퓰리즘의 유혹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가느냐 그리스처럼 국가재산까지 팔아야만 하는 비참한 길로 가느냐 여부가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앞서 12일 서울시는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운동본부)’가 지난달 16일 제출한 주민투표 청구인 서명부 81만5817건을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정보 이용 시스템’으로 검증했더니, 26만7475건이 무효 서명이었고, 67.2%인 54만8342건만 전산상 유효한 서명으로 확인됐다고 12일 밝혔다.

즉 유효서명이 서울 인구의 1/20인 41만8005명을 초과해 주민투표 청구요건을 갖추게 됐으며, 나머지 32.8%인 26만7천여 명의 서명은 투표권자가 아닌 사람의 서명이거나, 서명이 명확하지 않아 무효로 잠정 처리됐다고 전했다.

이에 서울시는 이르면 이달 말경 변호사와 교수, 시민단체 대표 등 11명으로 구성된 ‘주민투표청구 심의위원회’를 열고 서울시 유권자 총수의 5%인 41만8천여 명 이상이 유효서명을 한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면, 주민투표 수리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주민투표에 대한 최종 승인이 이루어지면 투표는 8월 말경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시의회 민주당 측은 서명부에 대한 열람이 시작된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7일간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민원실에 서명부 사본을 열람하고 이의신청을 받은 결과 서명 가운데 32.8%인 26만여건이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무효 서명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11일 밝혔다.

무효 서명 가운데는 다른 시·도 거주자는 물론 이미 숨져 주민등록이 말소된 이들도 있었다. 다른 시·도 거주자가 6만1820명, 19살 미만이 4314명, 사망 등으로 주민등록 말소자 1861명, 선거권 없는 사람이 1106명이었다. 누구의 서명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11만3884명이었고 중복 서명자도 7만5463명에 이르렀다. 서명기간 경과(442명), 필수 기재사항 누락(7645명)도 있었다.

전체 주민투표 청구인 서명에서 이번에 무효로 확인된 서명과 앞서 서울시에 제출된 이의신청 13만4662건을 빼고 남는 서명수는 41만3680건으로, 주민투표 청구 요건 서명수(서울시 주민투표 청구권자의 5%) 41만8005명에 미달한다.

이와 관련해 정효성 서울시 행정국장은 “이의신청이 된 서명부가 이번에 자체 검증을 거쳐 무효 처리한 서명부와 절반 이상 겹칠 것으로 추정돼, 주민투표 청구 요건을 갖추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에 13일 민주당 등 야5당과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오세훈 심판 무상급식 실현 및 서울한강운하반대 시민행동준비위원회(무서운 시민행동위)’는 주민투표 서명부에서 13만건이 넘는 조작 의혹 서명부가 발견된 것과 관련, 주민투표 청구 서명운동을 주도한 ‘운동본부’ 한기식·류태영 공동대표를 사문서 위조, 주민등록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서 한 대표 등이 “무수히 많은 주민투표법상 무효 서명을 받았을 뿐 아니라 서명인 본인의 허락을 얻지도 않고 명의와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서명부를 작성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날 김병훈 구로구의회 의장 등 명의를 도용당한 피해자 4명도 같은 혐의로 ‘운동본부’의 공동대표 2명을 고소했다.

김종욱 서울시의원(민주당)은 “대리서명과 중복서명 등 불법 서명 사례가 난무했던 만큼 서명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불법무효 서명 관련자를 사문서위조와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고 주민투표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시민단체 등이 명의도용 의혹 등을 들어 이의신청을 제기한 서명 건수도 14만건이 넘어, 주민투표 청구 서명부 전체에 대한 정밀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무상급식을 둘러싼 주민투표 성사 여부에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 주민투표 성립 요건 및 절차는?

주민투표 법안에 따르면, 투표권자 총수의 1/20이상 ~ 1/5이하 범위 내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하는 수 이상의 서명으로 발의되고, 발의된 지 20~30일 내에 투표가 실시된다. 투표는 특정한 사항에 대해 찬반 의사표시를 하거나 두 가지 사항 중 하나를 선택하는 형식 모두 가능하다. 투표권자의 1/3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 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안건이 통과된다.

주민투표 청구에서 실제 투표까지 이 같은 행정정차가 진행되는데 60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어서 운동본부는 이 같은 변수를 두루 감안해 8월 20~25일 정도에 주민투표가 실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표 방법은 주민 또는 지방의회가 청구하거나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실시하는 방안, 중앙행정기관장이 요구하는 방안 등 4가지가 있으며, 추진 방법과 소요 기간은 청구 주체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처럼 주민 청구에 의할 경우에는 청구인 대표자를 선정한 뒤 6개월 이내에 주민투표 청구권자 총수의 1/20 이상의 서명을 받아 청구해야 한다.

지방의회 또는 지자체장이 투표를 청구할 때는 시의회 의결 절차(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2/3 이상 찬성)를 거쳐야 하며, 이후 지자체장은 주민투표 청구요지를 공표하고 7일 안에 투표일과 주민투표 안을 공고하게 된다.

국가 주요 정책에 대해 주민 의견을 들어야 할 때는 중앙행정기관장이 주민투표를 청구할 수 있으며, 이때는 행정안전부장관과 협의를 거쳐 지자체장에게 투표를 요구하게 된다. 지자체장이나 의회는 투표결과가 확정되면 행정·재정상 필요한 조치를 이행해야 하며, 2년 이내에는 확정된 사항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결정을 할 수 없다.

◆ 주민투표, 어떤 사례 있었나?

주민투표 방침이 가결될 경우 과거 2003년 12월 주민투표법 제정 이후 전국에서는 네 번째, 서울지역에서는 첫 사례가 된다. 앞서 세 경우 모두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정책사항이나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사안에 대해 주민이 투표로 결정해 왔다.

첫 사례는 제주도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행정계층구조를 개편을 묻는 주민투표가 2005년 7월 27일 실시됐다. 투표 결과 총 유권자의 36.7%가 투표에 참여해 유효투표 수 57%(8만2919표)가 혁신안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해 9월 29일에는 청주시와 청원군이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주민의 의견을 묻고자 주민투표를 열었다. 당시 청주에서는 전체 유권자의 35.2% 중 찬성표가 91.3%(14만3794표)에 달했지만, 청원에서는 반대표가 53.5%(2만752표)가 나와 통합이 무산된 바 있다.

이어 같은 해 11월 2일 전북 군산과 경북 포항, 경주, 영덕 등 4개 지자체가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과 관련해 주민투표를 벌였고, 경주에서 투표대상 주민 중 70.8%가 투표에 참여해 89.5%의 가장 높은 찬성률을 기록하면서 방폐장 부지로 확정됐다. 이는 국책 사업을 위해 실시된 첫 주민투표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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