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부회장 “일본 롯데홀딩스 의결권 3분의 2 확보” 주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폴리뉴스 이주현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후계자 자리를 굳힌 것처럼 보였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고민에 빠진 듯하다. 친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 27일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함께 신동빈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끌어내리려 시도한 데 이어 앞으로 열릴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들을 교체할 수 있다고 장담했기 때문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30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과 인터뷰에서 가능한 빨리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소집해 이사 교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롯데홀딩스 의결권(지분)은 아버지가 대표인 자산관리회사(광윤사)가 33%를 가지고 있고 나는 2%에 못 미치지만 직원 지분 약 32%을 합하면 3분의 2가 된다. 신동빈 회장의 의결권은 롯데홀딩스도, 광윤사도 나보다 작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이 진행한 투자안건이 예산을 초과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지난 1월 말 신격호 총괄회장 지시에 따라 롯데홀딩스 임원에서 해임됐다. 신 전 부회장은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이 최근 1년 사이에 공로가 있는 이사 등을 9명이나 해임했음을 알게 된 총괄회장이 분노해 7월 3일 직접 쓰쿠다 사장 해임을 지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는데, 쓰쿠다 사장은 평상시처럼 출근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도 중국 사업 등 한국 롯데의 실적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신 총괄회장의 노여움을 샀다며 7월 18일 총괄회장이 신 회장의 일본 롯데그룹 임원 해임을 지시했지만, 신 회장은 사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총괄회장이 27일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 해임을 지시한 서류도 있다면서, “(신 회장이)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까지 와서 말하려고 했던 것이다. 내가 억지로 아버지를 모셔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총괄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신 전 부회장은 “1년 반 전에 골절상을 입어 수술을 했다. 한때 휠체어를 타고 다녔지만 지금은 지팡이로 걸어 다닐 수 있다. 경영자로서 판단능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동생에 대한 해임 발표에 문제가 없었음을 에둘러 드러냈다.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의 니혼게이자이 신문과 인터뷰 내용 가운데 몇 가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신 회장이 중국 사업 실적 등을 신 총괄회장한테 보고하지 않았다는 신 전 부회장 주장에 대해 롯데그룹은 5~6년 전 중국 사업 투자 시작 단계부터 총괄회장의 보고와 지시에 따라 방향과 규모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매번 계열사 보고 시 사업실적을 보고 받았다. 보고가 누락되거나 거짓 보고가 있었다는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난해 해외 매출 11조 원 중 30%가 중국에서 이루어질 만큼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총괄회장이 신 회장 해임을 지시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롯데그룹은 “27일 오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해임 발표는 한국 롯데 측과 공유된 바 없으며, 신 전 부회장과 일부 친족들이 고령으로 거동과 판단이 어려운 총괄회장을 임의로 모시고 가 구두로 유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두 해임은 이사회 등 적법한 절차 없이 무단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들도 이러한 점을 이해하고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그룹은 앞으로 개최될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선 “현재 정관규정에 없는 명예회장직을 신설하기 위한 것이다. 구체적인 안건과 개최 시기는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등에서 향후 결정할 사안”이라고 전했다. 또 “7월 15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신 회장 대표이사 선임과 28일 신 전 부회장 측이 발표한 구두 해임 무효 결정은 우호 지분이 우세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면서도 “자세한 지분 내역에 대해서는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밝힐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 전 부회장과 롯데그룹 측 주장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에 앞으로 열리게 될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에 관심이 쏠린다. 누구 주장이 옳은지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총에서 밝혀질 것이다.

지난 15일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선임으로 맑은 날씨처럼 선명해 보였던 한일 롯데그룹 후계구도는 마치 짙은 안개에 휩싸인 듯 갈피를 잡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신 회장은 친형을 누르고 후계자 자리를 꿰차더라도, 이번 사태를 통해 적지 않은 부담을 짊어지게 될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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