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상준 기자] "소비자들이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를 막기 위해 부담하는 비용이 CJ대한통운의 호주머니에 들어가고 있다"

46일째 파업에 돌입한 전국민주노총 택배노조들은 11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에 위치한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호소했다. 

앞서 전날 오전 택배 노조는 CJ대한통운 본사 로비부터 3층까지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건물 안으로의 진입을 막기 위해 셔터가 굳게 닫힌 본사 건물 안에서는 '대화에 나서라'는 구호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한 관계자 A씨는 "CJ대한통운은 46일, 정확히 46일 동안 거리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아우성을 외면한 채 일채 소통을 거부했다. 이에 본사까지 오게됐다"며 "과로사로 쓰러져가는 택배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사회적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CJ대한통운은 이행하지 않고, 희생을 여전히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사회적 대화가 1, 2차에 걸쳐 진행됐다. 한진택배, 롯데택배 등은 사회적합의를 이행하고 있지만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택배 업계 1위라는 CJ대한통운은 사회적 합의를 무력화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파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때문이다. 여기서 택배를 분류하는 작업이 과로사의 주원인으로 꼽히는데, 이를 개선하고자 분류작업을 택배기사들이 하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 그 인력 충원만큼의 택배비용이 인상된 것이다.

즉, 이들이 주장하는 핵심 내용은 소비자가 택배 한 개당 170원을 지불하고 회사에서 인원을 충원하는 방식을 통해 이 분류작업을 전적으로 맡기로 했지만, CJ대한통운은 이러한 인상된 몫을 택배기사들의 처우개선에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B씨는 "택배사들 중 CJ대한통운만 그 인상된 몫의 상당량을 자신들의 이익으로 챙기고 있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실태조사결과 확인됐다"며 "그동안 수 차례 대화를 통해 상식적으로 해결해보려 했지만, 거듭되는 CJ대한통운의 대화거부로 결국 파업과 현재의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3층에 걸린 현수막. 
▲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3층에 걸린 현수막. 

이날 노조들은 정부, 여야 대선후보 등에게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한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에도 호소했고, 정부기관인 국토부에도 호소했다. 하지만 단 한군데도 대답이 없었다"며 "요금을 올려달라, 월급을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택배기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지불하는 돈을 CJ대한통운의 호주머니에 챙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전날 발언에 대해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노조 관계자 C씨는 "당장 45일씩이나 수입없이 지내기 어렵다"며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진짜 사용자와 진짜 노동자가 나서 직접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 어렵지 않다. 대화다. 이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전했다.

이날 여영국 정의당 대표도 현장을 찾아 목소리를 보탰다. 여 대표는 "지금이라도 당장 대한통운은 합의를 이행할 것과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즉각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노조와 비노조 갈라치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CJ대한통운 측은 입장문을 통해 "본사를 불법 점거한 노조원들의 집단 폭력과 위협으로 임직원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고, 사무실의 코로나19 방역체계가 무너졌다"며 "본사 건물을 폐쇄하고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전원 재택근무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는 파업 46일간 근거 없는 수치와 일방적 왜곡, 부풀리기로 여론을 호도해왔다"며 "그동안은 최소한의 대응만 해왔지만, 불법과 폭력이 행해지고 있는 만큼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CJ대한통운은 현재 택배노조를 재물손괴와 업무방해,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전날 노조의 점거 과정에서 본사 직원 20여명이 부상을 입었고, 건물 유리창 등 일부가 파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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