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 amita52@hanmail.net
▲ 김진항 안전모니터봉사단중앙회 회장 amita52@hanmail.net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특권이다. 서로의 의사를 소통하는 수단으로서 말은 더 할 수 없는 편리함을 준다.

세계인의 말이 하나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는데 드는 노력과 돈은 천문학적이다. 언제까지나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말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이 크게 발전하면 스마트폰을 사이에 두고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언어가 무엇이든지 간에, 지능 컴퓨터가 곧 나온다고 하니까.

말이란 좋은 의사소통 수단이 부적절하게 사용되어 화를 부르는 일이 많다. 인사 청문회를 앞둔 후보자가 곤욕을 치르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면 넘어갈 수도 있는데, 오만 불손한 말 때문에 감방에 갇히기도 하고.

그래서 옛 현인들은 “말은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라”고 일렀다. 말을 어눌하게 하라는 것은 생각을 해가면서 말하라는 의미인 동시에 말에 대한 신뢰를 주기 위함이다.

비단 장사 왕서방처럼 번지르르한 말은 신뢰를 주지 못한다. TV홈쇼핑에 나와서 떠드는 쇼 호스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마치 사기꾼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말을 삼가고 한 박자 늦게 말하는 것이 전략적이다. 전략을 평생의 업으로 연구하는 필자 역시 말을 해놓고 나면 후회하는 경우가 잦다. 그러고 보면 어릴 때 들었던 “침묵은 금이고 웅변은 은이다”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그때는 침묵이 뭐가 금이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사람은 모임에 가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가 오기가 쉽지 않다. 처음에는 분위기 파악을 하느라 가만히 있다가도 자신이 아는 주제가 나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끼어들고 만다. 아마 잘 난체 하고자 하는 속물근성 탓이지 싶다.

필자 역시 이런 경험을 하고서는 돌아와서 몇 번이고 후회한다. 앞으로는 가장 적게 말하는 노력을 해야겠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면 화를 내고 있다고 오해받을 수도 있으니까.

쉽지는 않겠지만, 대화의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의 눈을 맞추고 그냥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 그래, 그렇지, 응.” 이 네 마디면 충분하지 싶다. 유능한 상담사 역시 그렇게 한다.

꼭 말을 해야 할 경우에는 마지막에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다 듣고 나서 말하면 그 분위기와 맥락을 완전히 파악한 다음에 말을 할 수 있다. 잘 모르던 것도 다른 사람의 말 속에서 내용을 들어 알게 되어 자신의 생각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이 전략적 말하기가 아니겠나?

▲필자 프로필 : 육군사관학교 졸업, 국제정치학 박사, 제12보병사단장, 예비역 육군 소장, 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 현 안보문제연구소 이사, 현 서울시립대·건국대 교수

저서:<전략은 어떻게 만들어지나?>(번역서·2000) <전략이란 무엇인가?>(2006) <화력마비전> (2010) <유리한 경쟁의 틀로 바꿔라>(2011) <세월호를 넘어 멋진 세상으로>(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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