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일으킨 사회 근원적 변화...대한민국 재도약의 기회로 전환해야”
“단 한 명의 국민도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는 나라를 만들것”
“방역 앞에 작은 균열...바이러스가 가장 좋아하는 통로”

정세균 국무총리가 개천절 경축식에서 축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세균 국무총리가 개천절 경축식에서 축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권규홍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개천절 경축사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집회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지지받을 수 없다”며 개천절 집회를 강행한 보수단체들을 비판했다.

3일 서울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제4352주년 개천절 경축식에 참석한 정 총리는 이 같이 밝히고 코로나19 방역에 힘쓰고 있는 의료진과 방역당국을 칭찬하고, ‘한국판 뉴딜’을 통해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이날 정 총리는 코로나19 방역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역사의 지향점 세 가지를 설명했다.

정 총리는 “발 빠른 추격자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코로나19가 초래한 사회 전반의 근원적 변화를 대한민국 재도약의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미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한 경험을 갖고 있다. K방역이 그 증거이고,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취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한국판 뉴딜’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와 문화를 선도하는 도약과 웅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가 경탄한 한강의 기적 이면에는 대·중소기업의 불균형, 사회양극화 같은 부작용이 숨어있었다”며 “이제 ‘국민의 삶이 먼저’다. 정부는 국민 누구나 아프면 치료받고, 공부하고 싶으면 교육받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인정받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안정된 삶의 토대’를 제공해야 한다”며 “단 한 명의 국민도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는 나라를 만들고 코로나19 위기를 포용사회로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 총리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화합으로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 반대로, 화합이 깨지면 공든 탑도 한순간에 무너진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미 그러한 일을 겪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집회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지지받을 수 없다. 방역 앞에 작은 균열은 바이러스가 가장 좋아하는 통로라는 점을 꼭 기억해 달라”며 국민들에게 방역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도 당부드린다. 코로나19 위기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통큰 협치를 통해 분열의 불씨를 잠재우고 위기 극복의 견인차가 되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정 총리는 “우리 겨레가 품었던 원대한 꿈이 실현되는 새로운 개천의 역사를 향해 나아가자”며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어갈 ‘선도국가’,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포용사회’, 더 큰 대한민국을 향한 ‘국민통합’의 기치는 바로 그 꿈을 실현하는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하 제4352주년 개천절 경축식 정세균 총리 축사 전문>

[ 하늘이 열리는 날, 코로나로 닫힌 마음도 열리고, 막혔던 경제도 열리길 !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뜻깊은 자리에 함께 하신 각계 지도자 여러분,

제4352주년 개천절입니다.

겨레의 웅혼한 하늘이 열린 날입니다.

국조 단군께서 이루고자 하셨던 홍익인간 재세이화의 올곧은 정신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역사로 피어난 날입니다. 선조의 얼이 시작된 뜻깊은 오늘을 국민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경축합니다.

특별히 이 자리에는 이웃의 생명을 지켜주신 의인들께서 참석해주셨습니다.

대구지역 코로나19 방역현장에 자원하여 환자를 돌봐주신 정한솔 간호사님,

바다로 추락한 차량에서 여성을 구조해주신 김균삼님, 화재 현장에서 학생을 구한 진창훈님, 교량 붕괴현장에서 차량 통행을 막아 인명피해가 없도록 해주신 박광진님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뜨거운 박수로 전하고 싶습니다.

추석 연휴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고 국민생명과 안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땀에 찌든 마스크로 방역현장 최전선에서 분투하고 계신 의료진과 관계자 여러분,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위해

밤낮 없이 고생하시는 경찰과 소방관 여러분, 그리고 조국의 산하를 지키기 위해 젊음을 바치고 있는 국군장병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이분들이야말로 재세이화의 깨우침으로 홍익인간의 사명을 몸소 실천하고 계신 주역입니다.

“여러분이 대한민국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 동포 여러분,

지금 코로나19는 위기를 넘어 비극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고,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두려워하고, 인간관계는 물론 국경의 문마저 닫히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역시 세계적 환난 앞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많은 영세기업과 가게들이 하나, 둘 문을 닫고 있습니다. 닫힌 문은 국민의 생계이자 목숨입니다.

더 큰 문제는 한 번 닫힌 문은 혼자서는 다시 열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누군가가 버팀목이 돼줘야 합니다. 정부가 힘이 되겠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위기를 막아내는 방파제가 되겠습니다.

대한민국은 강한 나라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더 강인합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수많은 생명을 잃었지만, 대한민국은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삶을 지켜왔습니다. 경제대국들이 코로나 환난에 무릎 꿇을 때, 우리는 OECD 국가 중 최고의 경제성장률로 당당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세계가 경탄하고 세계를 압도하는 이 힘은 모두 국민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국민이 나라를 지키고 국민이 경제를 지켜왔습니다.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역경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의 단합된 힘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나라, 국민이 주인인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제 혐오가 아닌 관심을, 배타가 아닌 배려를, 오해가 아닌 이해를,

차별이 아닌 인정을, 미움이 아닌 사랑을 나누고 베풀며 살아가는 새로운 일상의 기적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선조들이 땀과 눈물 그리고 피와 목숨으로 지켜 낸 대한민국의 얼을 가슴에 되새기고 전승하는 개천절의 참뜻입니다.

“국민이 바로 역사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반만년의 역사를 기억할 것입니다.

특히 개천절을 맞이하여 홍익인간, 재세이화의 이념을 바탕으로 고조선의 문을 연 시조 단군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식민사관이 만들어낸 신화적 관점을 극복하겠습니다.

이러한 다짐을 가슴에 새기며, 경건한 마음으로 앞으로 우리가 열어가야 할

새로운 역사의 지향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선도국가”입니다.

발 빠른 추격자의 시대는 이미 끝났습니다. 코로나19가 초래한 사회 전반의 근원적 변화를 대한민국 재도약의 기회로 전환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K방역이 그 증거이고,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취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에게는 세계 최고의 ICT 기술과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시작한 5G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이 있습니다.

‘한국판 뉴딜’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와 문화를 선도하는 도약과 웅비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둘째, “포용사회”입니다.

세계가 경탄한 한강의 기적 이면에는 대·중소기업의 불균형, 사회양극화 같은 부작용이 숨어있었습니다. 이제 ‘국민의 삶이 먼저’입니다. 정부는 국민 누구나 아프면 치료받고, 공부하고 싶으면 교육받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인정받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안정된 삶의 토대’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간 우리는 위기 속에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복지의 질을 높여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기반을 다져왔습니다. 더 이상 ‘성장과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소외와 차별에 눈을 감아서도, 공정과 개혁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도 안 됩니다. 단 한 명의 국민도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를 포용사회로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겠습니다.

셋째, “국민통합”입니다.

맹자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세 가지 요소로 천시, 지리, 인화를 들면서 이 가운데 사람 즉, 인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화합으로 이루지 못할 일은 없습니다. 반대로, 화합이 깨지면

공든 탑도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미 그러한 일을 겪었습니다.

두 번은 결코 안 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집회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지지받을 수 없습니다. 방역 앞에 작은 균열은 바이러스가 가장 좋아하는 통로라는 점을 꼭 기억해 주십시오. 지역과 계층, 세대와 이념의 벽을 뛰어넘어 하나 되는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주십시오.

우리 정치권에도 당부드립니다. 코로나19 위기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통큰 협치를 통해 분열의 불씨를 잠재우고 위기 극복의 견인차가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겨울을 이겨내지 못한 새싹은 꽃을 피우지도 열매를 맺을 수도 없습니다.

지금 코로나19라는 긴 겨울을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고난을 딛고 역사의 진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입니다.

우리 핏속에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내고 역경을 기회로 전환하는 불굴의 정신이 서려 있습니다. 우리 가슴 속 용기를 끄집어냅시다. 선조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새 하늘을 열었던” 개천의 정신을 잊지 맙시다.

73년 전, 백범 김구 선생은 개천절을 맞아 이런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내가 원하는 우리 민족의 사업은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로 우리 스스로 잘 살고 인류 전체가 의좋게 즐겁게 살도록 하는 일을 하자는 것입니다.”

제4352주년 개천절을 맞아, 백범 선생이 실현하지 못했던 미완의 꿈,

‘사랑의 문화’, ‘평화의 문화’! 이제 우리가 실천합시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겨레가 품었던 원대한 꿈이 실현되는 새로운 개천의 역사를 향해 나아갑시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어갈 “선도국가”,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포용사회”, 더 큰 대한민국을 향한 “국민통합”의 기치는 바로 그 꿈을 실현하는 길라잡이가 될 것입니다.

정부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정신 그리고 하늘의 뜻을 구하는 재세이화의 자세로 국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이러한 굳센 의기와 다짐을 개천절 노래 마지막 가사로 갈음할까 합니다.

“맹세하노니, 잘 받아 빛내오리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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