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제시 공모가 밴드 상단 희망 범위···‘3만3000원∼3만9000원’
메리츠 증권 “국내 상장은행 대비 10배 수준, 멀티플 부여 불편”

카카오뱅크 오피스 [카카오뱅크 제공]
▲ 카카오뱅크 오피스 [카카오뱅크 제공]

 

[폴리뉴스 김서정 기자] 하반기 최대 기업공개(IPO) 중 하나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오는 21일 수요예측을 마감하고 공모가를 확정한다. 국내 기관은 20∼21일, 해외 기관은 9~21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카뱅이 제시한 공모가 희망 범위는 3만3000원∼3만9000원, 공모 예정 금액은 2조1598억원∼2조5525억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산출한 예상 시가총액은 15조6783억∼18조5289억원이다. 이는 하나금융지주 (약 13조원)와 우리금융지주 (약 8조원)를 훌쩍 넘어선 액수다.

카뱅은 공모가 확정 후 오는 26∼27일에 일반 청약을 받고서 내달 5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카뱅 공모가 고평가 논란도 인다. 카뱅이 공모가 책정을 위한 비교 대상에 외국 핀테크 업체만 포함했기 때문이다.

카뱅은 비교 기업으로 미국 소매여신 플랫폼 로켓 컴퍼니, 러시아 디지털 은행 틴코프 뱅크의 최대주주인 TCS홀딩, 스웨덴 디지털 금융 플랫폼 노르드넷, 브라질 핀테크 업체 패그세구로 등 4곳을 제시했다. 사측은 모바일 기반 비대면 영업이라는 사업 특수성과 높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반 금융 플랫폼 역량 등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일부 증권사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은행 영업·규제 환경이 다르고, 선정 기업들이 카카오뱅크와 사업 유사성도 떨어져 비교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비교 회사는 대상 기업과 유사한 기업으로 선정돼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카카오뱅크 비교 회사 선정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PBR이 높은 회사 선정을 위해 사업 유사성이 떨어지는 해외 기업을 물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문제는 은행에서 비교 기업을 은행이 아닌 재산관리·데이터 및 거래 처리장치·모기지금융 산업별로 1개씩 선정한 것부터 사업 유사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카뱅은 기업가치 산정에 전통적인 금융주 평가 방식인 주가순자산비율(PBR) 방식을 사용했다.

정 연구원은 “카뱅은 국내 은행이기 때문에 국내 대형 은행 대비 7∼12배 높은 PBR을 제시하는 공모가 범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해외에서 영업하는 회사와의 비교도 영업과 규제 환경이 다르기에 부적절하다”고 진단하고 적정 비교회사로 국내 은행인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를 제시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 또한 보고서를 통해 “주간사는 비교 기업들의 평균 PBR을 이용해 카뱅 기업가치를 산출했는데, 비교 대상은 핀테크 기업으로 선정하되 평가 방식은 전통적인 은행 평가 방법인 PBR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모바일과 온라인을 기반으로 금융 사업을 하는 점은 비교 기업들과 카뱅이 비슷하지만, 예금과 대출 서비스를 바탕으로 기타 부가 서비스를 추가하는 카뱅과 이들의 사업은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비교 기업 4개사 중 로켓컴퍼니와 차이가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이는 로켓컴퍼니 제외 3개사는 사업 비중 차이는 있어도 은행 라이선스를 갖고 디지털 은행 서비스를 하는데, 로켓컴퍼니는 모기지 중심 대출 서비스를 하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상장을 앞둔 카뱅의 적정 기업가치를 공모가 희망 범위의 하단인 15조5천억원으로 평가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9일 보고서에서 “(카카오뱅크가) 은행이냐 플랫폼이냐는 소모적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국내 상장 은행 대비 약 10배 수준 멀티플 부여는 불편하다”고 진단했다.

은 연구원은 산정기준에 대해 카카오뱅크의 플랫폼 경쟁력과 금리 경쟁력, 향후 부동산 중심 성장 가능성을 감안했으며, 가치평가(밸류에이션)에 은행이 아닌 코스피 시장 할인율을 반영해 적정 기업가치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카카오뱅크가 고평가 됐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SK증권은 카뱅의 상장 후 시총을 30조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KB금융지주 (약 22조원)와 신한지주 (약 20조원) 시총을 뛰어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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