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회동서 '협상' 합의했지만, 사실상 무산
與 법사위 강행 움직임에 野 "입법독재" 비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오는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막판 추가 협상에 나서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을지 주목됐지만, 불과 몇 시간만에 협상은 결렬 수순을 밟고 있다.
민주당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민의힘도 오후 긴급의원총회를 소집하는 등 행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호영 "민주당 합의한 것 지키지 않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 농성 중인 소속 의원들을 향해 "민주당이 물불 가리지 않고 법안처리를 강행하기로 한 모양"이라며 "조금 전 의장님 주재 원대 회동에서 합의한 것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원내대표 회동 중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공수처법 통과 시도를 한 것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이날 국회의장 회동을 통해 합의된 양당의 경제·노동관련 법안 논의도 무산됐다. 애초 이날 오후 1시 30분 양당 정책위의장과 양당 수석 부의장이 모여 논의할 예정이었다.
여당의 공수처법 강행 움직임에 주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공지를 보내 "민주당에서는 모든 양당간 합의사항을 무력화하고, 오후 3시 법안소위와 오후 4시 전체회의를 통해 공수처법 날치기 처리를 시도하고 있다"며 오후 2시 긴급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주 원내대표는 여당의 단독 법안 처리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안건조정위로
현재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 안건조정위를 신청한 상태다. 안건조정위는 여야간 이견이 큰 쟁점 법안에 대해 최장 90일간의 숙려 기간을 갖는 제도다. 조정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조정 안건을 의결할 수 있고, 조정위에서 처리된 안건은 바로 전체회의로 넘어간다.
이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소위 정회 후 기자들을 만나 "안전조정위 의결 후 전체회의에서 처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의석 수대로라면 안건조정위원 6명 중 자동으로 과반 이상인 4명을 가져가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앞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양당 원내대표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밀도 있게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하면서 국민의힘은 합의사항 파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법사위 소속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입법 독재를 저질렀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들어오면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기다리는 도중에 518 특별법을 수정 의견으로 가결해 버렸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 김도읍 의원도 "원내대표간 협상이 민주당의 진심인지, 아니면 단독 날치기가 진심인지 알 수 없다"면서 "오전 내내 양당 원내대표가 만난게 정치적 쇼잉인지 헷갈리는 상황이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원내대표간 협상은 '페이크'라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법사위 소속 김남국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여야 원내대표가 공수처장 후보에 대해 합의할 권한은 없다"며 "오히려 합의할 수 있다고 하는 것 자체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공수처법을 개정할 수밖에 없음을 내비친 것이다.
여야 공수처 협상 시간 얼마 없어... 여당 강행 vs 막판 합의
민주당이 오는 9일 본회의에서 공수처법을 처리하겠다고 시한을 정해 놓은 상태라 실제 여야간 협상의 시간은 많지 않다. 민주당은 협의가 결렬되면 언제든 공수처법 의결 절차를 재개해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오는 9일 본회의에서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의장 회동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야당이 숫자의 힘으로만 밀어붙이면 국회는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면서 "시한을 설정해놓고 작전하듯이 밀어붙여서는 결점이 많은 법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김태년 원내대표는 "정기국회가 모레면 종료된다"면서 "마냥 회피하거나 지연하는 것을, 처리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국민들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각 입법에 시급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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