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윤석열 대통령 
지난 27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윤석열 대통령 

얼마 전, 미국을 국빈 방문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연설을 하여 국내외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안정된 목소리 톤과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44분 동안 진행된 연설에서 무려 26번의 기립 박수를 얻어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기립박수를 하는 미 상‧하원의원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게 기립박수를 하는 미 상‧하원의원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영어 연설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시선 처리에 있다. 필자가 내심 우려했던 그의 ‘도리도리 습관’이 연출되었던 것이다. 넓은 장소에서 연설할 때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고개를 천천히 돌리면서 시선 처리를 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너무 빠르게 고개를 좌우로 돌려서 안정감 면에서 아쉽게 비쳐졌다.
 

기립박수에 손을 들어 화답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기립박수에 손을 들어 화답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스피치 전문가로 유명한 ‘테렌스 번스’ 또한 이 점을 짚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영어 연설을 극찬하면서도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긴 했다. 윤 대통령이 연설하면서 왼쪽과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횟수가 살짝 과했다. (원고가 나오는) 텔레프롬프터를 보려고 한 것 같아서 그런 듯하다. 하지만 이건 부수적인 것이고, 크게 눈에 거슬리지는 않았다”라고 언급했다.

테렌스 번스를 포함한 외국인들은 윤 대통령의 고질적인 도리도리 습관을 알 턱이 없을 것이다. 단지 프롬프트를 보느라 고개를 자주 돌리는 것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아무튼 그의 세련된 영어 연설은 비영어권인 한국 국민들에게도 자긍심을 느끼게 한 것은 틀림없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돈 맥클린’ 사인이 있는 기타를 선물 받은 윤석열 대통령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돈 맥클린’ 사인이 있는 기타를 선물 받은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에서 영어 연설보다 더 주목받은 것이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초청 국빈 만찬에서 팝송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한 것이다. 만찬장에 참석한 내빈들은 윤 대통령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고, 이 장면은 전 세계의 SNS와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었다. 이로써 소탈하고 화통한 글로벌 한국 대통령의 이미지를 단숨에 심어줬다.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동받는 조 바이든 대통령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동받는 조 바이든 대통령

요즘 재미동포들은 지인인 미국인들로부터 “너네 대통령 노래 잘하더라”라는 덕담과 함께 파이를 선물 받는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영어 연설과 아메리칸 파이 노래가 남긴 것은 한미 동맹에 있어서 더욱 친밀해졌고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것 같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흐릿한 넥타이를 맨 윤석열 대통령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흐릿한 넥타이를 맨 윤석열 대통령

이번에는 그의 방미 연설 패션에 대해 알아보겠다. 필자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의 패션을 수차례 분석하면서 그의 타이 색깔에 대해 개선되어야 하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번 방미 기간에도 그의 넥타이 스타일이 아쉬웠다. 흐릿한 연보라색 넥타이는 매우 부적절해 보였다.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처럼 묵직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는 존재감이 약해 보이기 때문이다. 연보라색 넥타이는 풍채가 큰 대통령의 외모와도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넥타이에 딤플(넥타이 보조개)을 넣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퍼스널브랜딩 전문가들이라면 대통령이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연설을 한다면 결코 연보라색처럼 흐릿한 톤의 타이를 권하지 않는다. 직업을 막론하고 프레젠터에겐 선명한 블루 계열이나 짙은색 타이가 또렷한 이미지를 주고 신뢰감을 전달한다. 즉 감청색 바탕에 화이트 계열의 스트라이프 무늬 타이를 가장 적절한 타이로 꼽는다.

그러면 윤 대통령은 방미 연설에서 왜 연보라색 타이를 맸을까. 윤 대통령의 연보라색 타이에서 김건희 여사의 손길이 물씬 묻어났다. 연보라색은 ‘라이트톤’으로 여성스러움과 부드러움을 상징하는 컬러이며 대부분의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예쁜’ 색상 중의 하나이다. 연보라색 타이와 포켓치프는 만찬 장소에서는 적절하지만, 미 의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상황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 김건희 여사는 퍼스널브랜딩 전문가가 아니다. 필자는 대통령실에 의상 전문가 직원을 채용할 필요가 있음을 이전부터 말해왔지만 그 이유는 막론하고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은 것 같다.
 

방미 일정을 마치고 커플 패션으로 귀국하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
방미 일정을 마치고 커플 패션으로 귀국하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

대통령 취임 1주년이 되었어도 그의 흘러 내리는 듯한 바지 스타일에도 변함이 없다. 이제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으로서 갖추어야 할 품격 패션을 아무리 강조해도 바지의 품이 몸에 맞거나 멜빵을 매거나 넥타이 매듭을 꽉 조여 매면 답답해서 견디지 못하는 그의 성향으로 앞으로도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지난 2011년 대구공항에 도착하여 김범일 대구시장의 손을 잡고 인사하는 워렌 버핏 회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1년 대구공항에 도착하여 김범일 대구시장의 손을 잡고 인사하는 워렌 버핏 회장 [사진=연합뉴스]

외모를 꾸미지 않는 유명 인사 중 대표적인 사람이 워렌 버핏 회장이다. 12년 전, 세계적인 부자 워렌 버핏 회장이 대구 공항에 도착했을 때 추리닝 바지에 티셔츠 차림새였다. 이런 그를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 검소하고 소탈한 사람’으로 느꼈을 것이다. 그가 세계적인 부호이기에 가능한 평가이다. 만약에 무명의 평범한 사업가가 추리닝 차림새였다면 ‘사회성이 없는 사람’ ‘게으른 사람’ ‘칠칠맞은 사람’으로 여길 것이다. 그의 추리닝 패션은 내면이 외면을 지배하는 대표적 케이스이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패션에서 과거 워렌 버핏 회장의 패션이 오버랩되었다. 방미 중 윤 대통령의 디테일하지 못한 패션은 유창한 영어 연설과 아메리칸 파이 열창으로 단숨에 친근하고 소탈한 대통령의 이미지로 비쳐졌을 것이다. 한편 옷차림새를 그리 중시하지 않는 한국인들이 윤 대통령에게 바라는 이미지는 패션보다 ‘진정 잘 사는 대한민국’을 위해 최상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일 것이다.

 

정연아
이미지테크연구소 대표
이미지컨설턴트협회 회장

국내 최초 이미지컨설턴트, 이미지칼럼니스트로서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정치인의 퍼스널 브랜딩, 최고경영자(CEO) 등의 이미지컨설팅을 담당해왔다. 대기업, 지방자치단체, 대학교 등에서 이미지메이킹을 주제로 1만회 이상 강연한 명강사이다. 저서로는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에겐 표정이 있다(1997)’ ‘매력은 설득이다(2011)’ ‘내 색깔을 찾아줘(2022)’ 등 다수가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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