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계약 종료 연장 않고 다시 협상

삼성페이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페이 [사진=삼성전자 제공]

[폴리뉴스 김재학 기자] 애플페이 대항마인 삼성페이가 수수료를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애플페이 도입에 앞장선 현대카드를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8월 끝나는 삼성페이 계약을 카드사와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카드사와 새로운 협상을 할 계획이다.

수수료를 받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카드사별로 개별 협상을 하고, 수수료율을 ‘0.15%+슬라이딩 방식’으로 제시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슬라이딩 방식은 결제금액에 따라 수수료율을 차등하는 것이다.

'삼성페이'는 지난 2015년 도입 이후 그동안 한국에서 카드사에 별도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간편결제 인프라를 확대하는 게 스마트폰 판매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변화 계기는 애플페이의 한국 진출이다. 애플은 애플페이 계약을 맺을 때 카드사에 수수료를 받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애플에 결제 건수당 수수료 0.15%를 지급한다. 미국과 같은 비율이고, 애플페이를 서비스하는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러시아의 수수료율은 0.12%이고 이스라엘과 중국은 각각 0.05%, 0.03%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현대카드가 애플에 수수료를 내는 만큼, 삼성페이도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처음부터 수수료를 받겠다고 했으면 한국의 간편결제 생태계가 이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애플페이가 들어오면서) 삼성전자와 카드사가 서로 양보하며 10년간 만든 생태계를 갑자기 흔든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다른 카드사와의 형평성에 있다.

삼성전자가 현대카드에 애플페이와 같은 수준의 수수료를 요구할 명분이 있지만, 애플페이를 도입하지 않은 다른 카드사에 갑자기 수수료를 달라고 하긴 어렵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경쟁력을 올리되 카드사에 추가 부담을 지우지 않는 방향으로 협상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페이 생태계의 참여자들이 모두 만족할 방안을 찾는 게 핵심이 될 것이다. 수수료를 받아서 돈을 벌자는 게 목적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에만 수수료를 받고, 다른 카드사엔 현재처럼 ‘무(無) 수수료’ 정책을 유지할 수도 있다.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현대카드가 삼성페이에서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하면 다른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을 망설이게 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모든 카드사에게 수수료를 받는다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의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도 수수료 요구에 나설 수 있다.

결국 카드사들이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소비자 혜택 축소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 가지 규제에 막혀 본업 경쟁력을 잃고 있는 카드사들이 수수료 유료화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는 점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결국 카드사들의 선택지는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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