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할 우려 있다" 보석취소 해 법정구속
법원 “정 회장과의 금전 거래 알선·청탁 대가 분명”
정진상측 "청탁과 무관한 판결…청탁받거나 전달한 사실 없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대관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대관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백현동 개발 사업의 '대관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70)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특수 관계'에 있다고 법원이 인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기소된 백현동 의혹 관련 사건의 첫 법원 판단으로,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상당 부분 인정됐다는 향후 이 대표의 재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法 “정진상에 청탁 역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1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에게 징역 5년과 63억5천700여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주 우려가 있다며 김 전 대표의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구속했다.

김 전 대표는 2014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각종 인허가를 알선한 대가로 부동산 개발업체인 아시아디벨로퍼 정바울 회장으로부터 현금 77억원과 5억원 상당의 함바식당 사업권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대표는 재판에서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으로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이던 정신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비롯한 성남시 공무원에게 사업자로서 합리적 의견을 개진했을 뿐 ‘청탁’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정 회장으로부터 받은 현금 등은 동업관계에 따라 정당하게 지분을 정산받은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사업에서 피고인의 역할은 정진상 전 실장에게 청탁하는 대관작업 외에는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 알선 청탁 행위라는 점이 인정된다"며 "정바울 회장과 실질적 동업 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알선의 대가가 아니라면 거액을 지급받을 다른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김씨는 2005년께 시민운동을 함께 하며 친분을 쌓은 이 대표의 선거를 여러 차례 지원하면서 범행 당시 성남 시장이던 이 대표, 그리고 성남시 정책비서관으로서 모든 부서 업무를 사실상 총괄한 이 대표의 최측근 정 전 실장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형에 대해선 "피고인은 성남시 공무원의 직무인 부동산 개발사업에 관한 각종 인허가를 알선하고 현금과 함바식당 사업권을 수수해 공무원 직무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사업에 대한 전문성 없이 지방 정치인이나 성남시 공무원과의 친분만을 이용해 여러 차례 알선하고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거액을 수수해 죄책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의 수수 액수 중 2억5천만원만 대여금이라고 보고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는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이 5억원 상당으로 적시한 함바식당 사업권의 액수는 특정할 수 없다며 유죄로 인정하되 '액수 미상'으로 판단했다.

김 전 대표는 정 회장과 주고받은 금전 거래가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동업지분 정산이 아닌 알선·청탁 대가임이 분명했고, 화해권고결정은 실체적인 판단을 거친 것이 아니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1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1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재판부 판단은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의 배임 혐의의 배경 및 동기와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 이 대표 측은 그간 '김씨의 로비를 들어줄 만한 관계가 아니었다'며 배임의 동기 자체가 없는 만큼 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이 대표는 지난달 22일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서 "김씨와 2012년∼2018년 6년간 연락하지 않았고 백현동 사업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의 판단은 이같은 이 대표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만약 이 대표의 백현동 사건 재판부가 김씨 재판부와 비슷하게 판단한다면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수관계가 인정되더라도 재판의 결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의 배임 혐의가 인정되려면 김씨의 청탁을 받아들여 고의로 위법하게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각종 인허가 조건 변경이 정부의 요구 때문이거나 정책적 판단의 결과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날 김씨 재판부는 이 대표의 개입 여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정 전 실장이 김씨의 청탁을 전해받은 정황을 언급하면서도 그 실현 여부에 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알선·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은 이상 실제로 어떤 구체적 알선행위를 했는지, 또는 그런 알선·청탁이 실현됐는지와 관계 없이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며 "백현동 부지의 용도변경과 주거지 비율 확정 등 성남시 결정이 위법했는지, 각 결정이 김씨의 부정한 청탁에 따라 이뤄졌는지 여부는 혐의 성립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 전 실장의 변호인단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김씨가 실제로 청탁했는지와 무관하게 타인의 사무를 위한 알선의 대가를 수수·약속하면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는 판결"이라며 "정 전 실장은 김씨로부터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청탁받은 사실이 없고 청탁을 제3자에게 전달한 사실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의 변호인은 선고 후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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