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전당대회 경선룰을 바꿨다. 국민의힘 전국위원회는 12월 23일 차기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100% 당원투표로만 선출하도록 당헌을 개정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4년 천막당사 시절 처음으로 일반국민 여론조사 50% 반영을 결정했다. 그로부터 18년 만에 ‘민심’ 중시 원칙을 깬 것이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할 때 당원 선거인단 투표 100%를 적용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2.12.19<br></div>
 
▲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할 때 당원 선거인단 투표 100%를 적용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2.12.19
 

‘민심’을 반영하지 않고 ‘당심’으로만 결정하는 것에 대해 당 내외에서 비판론이 일자 윤핵관 장제원 의원은 12월 20일 이렇게 언급했다.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다.” 3단 논법을 적용하면, 따라서 ‘윤심이 곧 민심’이라는 말로도 들린다. 매우 위험한 상황 인식이다. 국민 대다수 곧 과반 이상이 지지하는 시점이더라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독주를 자제해야 한다. 국민적 반발을 유발해 지지율 하락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원 증가도 이번 개정의 한 근거로 제시했다. “100만 당원이 투표에 참여하는 구조라는 것은 민심과 당심을 따로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당심이 곧 민심이라고 봐야 된다.” 100만 명 정도의 모집단이면, 일반국민 여론조사와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일반국민 가운에 무작위로 100만 명을 추출했다면, 이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정 성향을 지난 100만 명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무엇보다 이처럼 민심과 당심에 차이가 없다면, 민심 반영에 적극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 원칙을 바꿀 이유가 없다. 결국 정진석 위원장의 주장도 장제원 의원의 주장도 경선룰 변경과 관련한 비난 여론을 피해가기 위한 옹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18년 동안 유지해온 경선룰을 바꿀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총선이나 대선 승리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어야 한다. 18년 전 당이 존폐위기에 처했을 때 도입한 경선룰이었다는 점에서 더 그러하다.

이런 추세면 윤핵관들은 대선후보 경선룰도 바꾸려 들 것이다. 윤심을 반영한 차기 대선후보를 만들려는 야망을 쉽게 버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선룰 도입으로 차기 전당대회에서 친윤계 당대표가 탄생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배력은 한층 더 커질 것이다. ‘윤심 동일체’ 원칙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하나가 되는 구도다.

이런 구도가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매우 익숙할 것이다. ‘검사 동일체’ 문화 속에서 수십 년간 검사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특히, 당과 대통령실의 관계가 상명하복 구조로 바뀌면서, 당이 거수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불가피하게 당이 민심과 멀어지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봐야 한다.

문재인 정권에서도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언제나 친문 중심이었고, 당연히 당청갈등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왜 정권을 내주고 말았을까? 대통령과 청와대의 잘못된 결정에 대한 적절한 견제가 없어 교정의 기회를 놓친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실정인 소득주도성장론도 그랬고 부동산 정책도 그랬다.

특히, 압권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2019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한 것이다.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 당시 당이나 청와대 참모진이 민생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전달했더라면, 나오기 힘든 발언이다. 윤석열 정부도 그런 트랙으로 들어선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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