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연재해 중 역대 6번째 많은 인명 피해...UN "두 배 이상 늘 듯"
골든 타임 지나고도 기적 같은 생존자 구조 소식 '희망'
여진·추위·전염병 등 2차 재난 무방비 노출...약탈도 성행
한국 구조대 2진 16일 군용기 출발, 구호금 370억원 조성
尹 "각 부처 전담 부서 구성 지시...'형제국' 재건까지 지원"
튀르키예-한국 애도·연대 담은 그림 화제, 사흘만 '좋아요' 35만 육박

대한민국 긴급구호대가 11일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현지 구조팀과 합동으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2023.2.11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긴급구호대가 11일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현지 구조팀과 합동으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2023.2.11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서정순 기자]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에 규모 7.8 강진이 덮친 지 일주일째, 양국의 사망자 수가 3만3천명을 넘어섰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12일(현지시간) 튀르키예에서 사망자 수가 2만9천605명으로 추가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에서는 최소 3천574명이 숨지고, 5천276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두 국가를 합친 총 사망자는 3만3천179명으로 2003년 이란 대지진(사망자 3만1천명)의 피해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시리아의 경우에는 내전으로 정확한 통계 작성이 어려워 실제 사망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번 튀르키예·시리아 강진은 21세기 들어 역대 6번째로 많은 인명 피해를 낳은 자연재해로 기록됐다. 유엔은 앞으로 사망자가 지금과 비교해서 두 배 이상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지금까지 튀르키예 10개 주(州)에 있는 건물 약 17만2천채를 점검한 결과 2만5천채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거나 철거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튀르키예 정부는 건설업자 130여 명을 부실 공사 혐의로 구금했다.

튀르키예는 6·25 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한 21개국 중 한 나라로, 1만5천 명의 병력을 파견했으며 이 가운데 약 1천 명이 전사했다. 이런 이유로 한국과 튀르키예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해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접점이 없음에도 '형제의 나라'라고 불려왔다.

한국에서는 총 118명으로 구성된 긴급구호대를 7일 현지에 급파해 수색 및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 정부가 파견한 긴급구호대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159시간 만에 17세 소녀 구조 [사진=연합뉴스]
159시간 만에 17세 소녀 구조 [사진=연합뉴스]

골든 타임 72시간 지났지만 놓을 수 없는 '희망의 끈'...17세 소녀 159시간만 구조

아수라장 같은 재난 현장에서도 기적 같은 생존자 구출 소식은 전 세계에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현지 방송에 따르면 강진의 최초 진앙인 튀르키예 동남부 가지안테프에서 17세 소녀가 건물 잔해에 갇힌 지 159시간 만에 구조됐고, 남부 아디야만에서는 153시간 만에 두 자매가 구조됐다. 35세 튀르키예 남성이 149시간 만에 생환하는 등 생존자 골든 타임 72시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구조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어렵게 살아 남은 생존자들은 계속되는 크고 작은 여진과 추위, 전염병 같은 2차 재난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건물 잔해에 갇힌 시신들이 식수를 오염시킬 수 있는데다 이재민 캠프에 화장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을 우려한다. 튀르키예 정부가 대학교 수업을 원격으로 전환하고 대학 기숙사에 이재민이 지낼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시행하고 있지만 공급이 턱 없이 부족하다.

튀르키예 안타키아에 들어선 이재민 구호 텐트 [사진=연합뉴스]
튀르키예 안타키아에 들어선 이재민 구호 텐트 [사진=연합뉴스]

이에 특히 수인성 질병 창궐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피해지역의 위생이 악화하고 깨끗한 물 공급이 어려워지기에 밀집 수용된 피난민을 중심으로 콜레라, 장티푸스, 발진티푸스 등 질병이 확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중 오염된 물이나 음식, 환자의 배설물 등을 통해 전파되는 콜레라가 심각한 공중보건 위협으로 부상했다. 콜레라는 심한 설사와 구토로 탈수를 유발하며, 어린이에게 치명적이다.

오랜 내전으로 상수도가 망가진 시리아에서는 이미 북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 해 9월부터 콜레라 환자가 발생해 왔던 까닭에 환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약탈행위마저 기승을 부려 생존자들을 위협한다. 하타이주 등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서는 약탈범 수십 명이 체포됐다.

안전 문제로 구조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전날 오스트리아와 독일 구호팀이 활동을 중단한 데 이어 이날 이스라엘 구조팀이 안전상의 이유로 철수를 결정했다.

한편 전 세계 각국으로부터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는 튀르키예와 달리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시리아는 상당수 국가로부터 직접 원조를 받지 못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는 강진으로 큰 피해를 본 서북부 반군 점령 지역에 대한 인도주의 구호 물품의 전달을 승인했지만, 반군이 이를 거부하는 일도 발생했다. 국제사회가 서북부 시리아로 구호물자를 수송할 수 있는 통로는 튀르키예 국경 '바브 알하와' 육로가 유일하다.

튀르키예 지진 희생자 애도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튀르키예 지진 희생자 애도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가용 자원 총동원, 구호 물품 최대 확보" 지시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튀르키예가 형제국임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을 다시금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튀르키예가 하루속히 슬픔을 이겨내고 다시 우뚝 설 수 있도록 혈맹이자 형제국인 우리 대한민국이 누구보다 앞장서야 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금 튀르키예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텐트와 의약품, 전력 설비"라며 "외교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에서는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구호 물품을 최대한 확보하고 튀르키예 측과 신속히 방안을 협의해주기를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어 "앞으로 국무조정실장을 중심으로 각 부처는 전담 부서를 별도로 지정해 당면한 긴급구호는 물론이고 재건까지 포함해 튀르키예 지원에 만전을 기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에서도 "6·25 전쟁 당시 우리에게 준 형제국의 도움을 대한민국은 결코 잊지 않고 있다"며 "지진 피해 지원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튀르키예 구호 관련 관계 차관·비서관 회의가 있었으며, 약 2천300만 명의 이재민 발생이 예상된다는 보고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또 현지에서 "임시 텐트, 의약품과 의료기기, 발전용 설비 등이 시급하다며 "상세한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주튀르키예 한국 대사가 튀르키예 재난관리청장과 면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우리 정부의 튀르키예 지원 준비 상황도 전했다. 정부가 현재 방한용 텐트 150동과 담요 2천200장을 확보해 오는 16일 밤 11시 군용기 편으로 2진 구호대와 함께 보내려 대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의료원 72명, 민간 의료인력 300명 정도를 확보했고, 이 중 29명이 일주일 내 현지로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고 부연했다.

이밖에 대한적십자사 등 7개 모금단체와 주요 기업, 종교계, 지방자치단체의 별도 기부 등으로 약 370억 원의 기금이 조성됐다고 이 대변인은 덧붙였다.

9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일대에서 한국긴급구호대(KDRT) 대원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속에 갇혀 있던 2세 소녀 루즈를 구출하고 있다. 2023.2.9 [사진=연합뉴스]
9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일대에서 한국긴급구호대(KDRT) 대원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속에 갇혀 있던 2세 소녀 루즈를 구출하고 있다. 2023.2.9 [사진=연합뉴스]

韓 구조대에 현지 주민들 "코렐리 온 누마라(한국인이 최고)"

튀르키예 강진 피해 지역에서 활동 중인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가 생존자 탐색·구조를 위한 총력 활동으로 현지 주민들에게도 격려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13일 "우리 구호대는 현장의 추위 속에서 지속되는 여진, 전기와 수도가 끊어진 악조건과 싸우며 생존자 탐색과 구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현지 주민들은 우리 구호대를 만나면 '코렐리 온 누마라(한국인이 최고)'라고 외치며 격려를 보내오고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 긴급구호대의 안전한 활동을 지원해나가는 동시에 보다 효과적으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일 총 118명의 한국 긴급구호대는 현지로 출발해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지역에서 구조 활동을 벌여왔다. 지난 9일까지 총 8명의 생존자를 구조했으며 시신 18구를 수습했다. 약 72시간으로 알려진 생존자 '골든타임'을 훌쩍 넘겨서까지 여러 명의 생존자를 구해냈다.

현재 파견된 긴급구호대의 활동 기간은 17일까지다.

명민호 작가가 그린 튀르키예 강진 관련 일러스트 [작가 SNS 갈무리] [사진=연합뉴스]
명민호 작가가 그린 튀르키예 강진 관련 일러스트 [작가 SNS 갈무리] [사진=연합뉴스]

"마음 만큼은 무너지지 않길" 한국 작가 그림, 튀르키예 위로·감동

튀르키예·시리아 강진에 전 세계적인 애도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러스트레이터 명민호 작가가 그린 그림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과거 한국 전쟁 당시 튀르키예 군인들이 우리나라를 도와주던 모습과 반대로 현재 튀르키예에서 우리나라 구조대가 도움을 주고 있는 모습이 보는 이들을 울컥하게 만든다. 한국을 위해 싸워 준 튀르키예에 한국이 보답한다는 의미가 따뜻한 그림체로 표현됐다.

명 작가가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에 깊은 애도를 그림으로나마 전합니다. 마음 만큼은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같은 피해를 보고 있는 시리아에도 깊은 애도를 전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지난 10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그림은 사흘 만인 13일 현재 '좋아요' 34.8만개를 받았고, 1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을 남긴 누리꾼 중에는 튀르키예 현지인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해당 그림이 화제가 되면서 명 작가에게도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명 작가는 "정말 많은 곳에서 그림에 뜨거운 관심을 보여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인터뷰보다는 그림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셔서 그곳에 기억과 행운이 찾아 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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