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의료법과 같이 간호법 제5조6항에 대학이나 전문대학 간호학 전공자와 외국 간호사 면허소지자도 응시자격 있다고 나와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호법 재의요구(거부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호법 재의요구(거부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간호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전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통령에 간호법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한 근거로 제시한 ‘간호조무사 학력 상한’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27일 국회에서 의결된 간호법은 현행 의료체계에서 간호직역을 분리하는 법안이다. 보건복지부는 1962년 제정된 의료법 체계의 근간을 흔들어 보건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에 지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윤 대통령에게 간호법에 대해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유로 △의료인 간 신뢰·협업 저해 △의료에서 간호만 분리하면 의료기관 외 사고에 대한 보상 청구 등 국민 권리 제한 △돌봄을 간호사만의 영역으로 만들 우려 △간호조무사 학력 상한으로 직역 차별 등 네 가지를 들었다.

조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간호조무사 응시자격을 학원과 특성화고 졸업자로만 규정함에 따라 특성화고에서 간호조무 관련 학과를 졸업하면 자격시험을 바로 볼 수 있지만, 일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문대에서 간호조무 관련 학과를 졸업하면 일정 기간 학원에서 수강을 해야 시험 응시 자격이 부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입법 예는 다른 직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며 국민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의 단식 농성 현장 방문 직후 ‘메디게이트뉴스’와 만나 "간호법이 잘못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간호조무사 학력에 상한을 두는 제도라는 점이다"라며 "이 때문에 지난번에 중재안을 내면서 이 문제를 바로잡고자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우리나라는 보건의료 관련 자격증만 24개가 된다. 이 중에서 자격 학력에 상한을 두는 제도는 어디에도 없다"며 "이 문제를 꼭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저희들이 해결하려고 한다"고 했다.

“기존 의료법과 같이 간호법 제5조6항에 대학 간호학 전공자와 외국 간호사 면허소지자도 응시자격 있다고 나와 있다”

간호법 제5조. [사진=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간호법 제5조. [사진=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간호법 제3조. [사진=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간호법 제3조. [사진=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그러나 21대 국회에서 의결된 간호법 제5조 제6항에서 명시한 대로 ‘제3조 제1항 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는 ‘간호학을 전공하는 대학이나 전문대학을 졸업한 사람’과 ‘외국에서 대학이나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의 간호사 면허를 받은 사람’에 대해 간호조무사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이는 기존 의료법 제80조 제6항에서 명시한 대로 ‘제7조 제1항 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는 ‘간호학을 전공하는 대학이나 전문대학을 졸업한 자’와 ‘외국의 대학이나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의 간호사 면허를 받은 자’ 부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 여당, 대한간호조무사 협회, 야당의 일부 국회의원 등은 해당 조항을 두고 “간호조무사 자격을 고졸 이하로 못 박았다” “간호조무사 학력 상한제”라며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간호법 제5조 1항에 ‘초중등교육법령에 따른 특성화고등학교의 간호 관련 학과를 졸업한 사람’이라고 되어 있는데, 지난 4월 11일 당정은 여기에 ‘또는 그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교육부 장관이 인정한 사람’이라는 문구를 추가한 수정안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직업계고에서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왜냐하면 위 당정 중재안이 통과될 경우, 이를 근거로 전문대에서 간호조무과를 신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업계고에서는 ‘간호조무사는 고졸 직역’으로 두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전문대 간호조무사과가 설치될 경우 직업계고 졸업자가 전문대 졸업자에 비해 차별을 받게 될 거라 우려한다.

전국직업계고 간호교육교장협의회 등 3개 단체는 지난 5월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문대 간호조무사과 설치, 특성화고도 전문대도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법의 간호조무사 자격 조항이 ‘고졸 이하’로 되어 있어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제5조 제6항에는 대학 또는 전문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자와 외국 간호사 면허소지자도 응시 자격이 있는 것으로 분명히 나와 있다. 실제 현장 간호조무사 절반 정도가 대졸자이기도 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현행 간호조무사 양성기관인 특성화고와 간호학원은 전문대에 간호조무과가 설치된다면 학벌 위주의 우리 사회에서 고졸 간호조무사의 취업이 절대적으로 불리해질 것은 뻔한 일이고, 대졸자와 고졸자간 학력 차별, 학력 과잉, 교육비 부담 증가 등의 문제가 생길 것이며, 나아가 특성화고 중심의 중등 직업교육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이어 “전문대 간호학과 14곳을 대상으로 간호조무사 자격증 소지자에 대한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국 85개 전문대 간호학과에 입학해 간호사를 꿈꾸는 간호조무사 출신 학생이 5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은 또다시 공부해야 한다면 간호학과에 입학해 간호사가 되고 싶지, 간호조무사가 되기 위해 다시 공부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간호교육협회가 지난 2022년 11월 24일부터 5일간 직업계고 졸업생 중 현직 간호조무사 1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문대 간호조무과 개설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80%가 ‘필요 없다’고 응답했다. 또한 ‘직업계고 간호과 교육과정으로 간호조무사 업무 수행에 충분한가’라는 질문에 91.3%가 ‘충분하다’고 답했다.

교육부 “고졸 적합 업무인 간호조무사는 현행대로 직업계고나 민간 학원 등에서 양성하는 것이 바람직”

교육부 중등직업교육정책과는 지난 4월 19일 “간호조무사는 현행대로 직업계고 및 민간 학원 등에서 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검토 의견을 냈다. [사진=교육부]
교육부 중등직업교육정책과는 지난 4월 19일 “간호조무사는 현행대로 직업계고 및 민간 학원 등에서 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검토 의견을 냈다. [사진=교육부]

교육부 역시 간호조무사 자격과 관련해 직업계고와 입장을 같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 4월 19일 교육부 중등직업교육정책과의 쟁점 사항 보고를 통해 “간호법 제정을 위한 정부여당 중재안에 직업계고와 민간학원, (전문)대학의 간호학과에서 양성해온 ‘간호조무사’ 양성기관을 전문대의 비간호과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파악했다.

이어 “교육부의 검토 의견은 청년층의 조기 입직 유도, 대입경쟁 완화 등을 위해 고졸 취업을 확대·유도하는 정책기조 및 직무수준에 부합하는 인력 양성을 위해 고졸 적합 업무인 간호조무사는 현행대로 직업계고 및 민간 학원 등에서 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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