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법·간호법, 이해 당사자 의견 대립 "첨예"
사회 갈등 해결 못하는 국회.. '정치' 실종

보관 중인 쌀 [사진=연합뉴스]
보관 중인 쌀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이 여야의 극심한 대립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13일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은 최종 부결 처리 됐고, 간호법은 상정되지 못했다. 법안과 관련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대립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23일 열린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지난 4일 취임 후 첫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왔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부터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여러 차례 회동했지만 양곡관리법 상정 여부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본회의에 양곡관리법 개정안 상정을 위한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제출하며 처리를 시도했고, 본회의 표결 결과 출석 의원 290명 중 찬성 177명, 반대 112표, 무효 1표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에 이르렀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국회에서 재의결할 경우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해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290명 출석으로 195표 이상을 얻어야 했으나 국민의힘(115석)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그 문턱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손 맞잡은 여야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손 맞잡은 여야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여야 부결책임 공방에 농민 근심 커져

양곡관리법 부결을 놓고 여야는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 넘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롯이 윤석열 대통령의 폭주와 국민의힘의 무책임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양곡법 부결 직후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끝내 민심에 역행하며 농민들의 가슴에 다시 한번 대못을 박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변인은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에게서 농가소득 안정과 식량주권 강화를 위한 농정 비전을 찾아볼 수 없으며, 민심을 따르고자 하는 의지도 농민들의 절규에 대한 공감도 없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민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 법안을 민주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인 것이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아무리 법안의 필요성이 있다고 해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지, 사회적 갈등을 촉발할 요소 없는지, 국가 경쟁력과 국민 삶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기간을 두고 충분히 검토하고 협의해 처리하는 게 옳은 일"이라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했던 임대차3법을 비롯한 많은 법들의 입법강행으로 인해 우리 국민들이 큰 피해를 입은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폐기됐지만 '쌀값 안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은 시급한 상황이다. 산지 쌀값은 풍작으로 인해 2021년 10월부터 하락세를 보였고 지난해 9월에는 전년 동기보다 20% 넘게 떨어졌다. 이에 농업 현장에서는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져 왔다.

농식품부는 이날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부결된 이후 입장문을 내고 "지난 6일 민·당·정 간담회를 거쳐 발표한 '쌀 산업 및 농업·농촌 발전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방안에는 쌀 수급 균형을 유도해 올해 수확기 산지 쌀값을 한 가마(80㎏)에 20만원 수준으로 관리하고 농가에 직접 지원금을 주는 '농업직불제'를 확대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다른 한편에서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쌀에만 예산이 집중된다면 다른 품목에 대한 투자가 축소될 수 있다는 문제 인식이다.

앞서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양곡관리법 개정이 축산 분야 예산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밀, 콩 등의 자급률 제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식량안보 강화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간호법도 통과 불투명.. 의협 등 강력 반발

민주당이 양곡관리법과 함께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상정하는 등 강행 의사를 내비쳤던 간호법은 이날 본회의에서 상정되지 않았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간호법에 대해) 정부와 관련 단체가 협의 중이다. 여야의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간호법은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간호법 제정안은 민주당의 주도 속에 지난달 23일 본회의에 부의됐다. 현행 의료법에 포함돼 있던 간호 관련 내용을 따로 떼어내 간호사 등의 업무범위와 권리를 규정하고,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서 정부와 여당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간호사법 원안이 통과된다면 의료계가 반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중재안을 토대로 국회가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간호법 처리 두고 깊어진 갈등 [사진=연합뉴스]
간호법 처리 두고 깊어진 갈등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 등이 소속된 보건복지의료연대 측은 간호사법이 규정한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로 넓게 규정돼 있어 간호사 병원 설립 가능성 및 업무 영역 침범 부작용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13개 보건의료단체들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은 간호사 처우 개선이라는 미명 아래 간호사에게 특혜를 주고 다른 직역의 헌신을 철저히 무시하고 짓밟는 불공정한 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간호사협회 등은 법에 의사 지도하에 의료를 보조하도록 명시되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반박하며, 고령화로 인한 증가하는 간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여당은 지난 11일 명칭을 '간호사 처우법'으로 바꿔 기존 의료법에 존치하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원안대로 처리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의료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법안 처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국회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서로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면서 협치가 불가능해졌고, 그 피해가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