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평가 하위 10%…30% 감산 페널티+조수진 ‘여성 가점’ 25%
'기울어진 운동장' 넘지 못하고 경선 패배
박용진, 경선 승복하며 “트루먼쇼 찍는 줄"
이재명, 강북을 경선 수치 공개하며 “이 얘기는 끝내자”
민주당 공천 ‘비명횡사’로 마무리…후폭풍 이어질 듯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당내 경선에서 조수진 변호사와 맞붙게 된 박용진 의원이 18일 오후 전북특별자치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3.18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당내 경선에서 조수진 변호사와 맞붙게 된 박용진 의원이 18일 오후 전북특별자치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3.18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강북을 재경선 과정에서 또 다시 탈락하면서 결국 민주당 공천이 ‘비명횡사’로 끝났다. 

박 의원은 현역 평가 하위 10%에 따른 30% 감산 페널티와 상대 조수진 후보의 여성 가점 25%를 합한 55%의 격차를 결국 좁히지 못했다. 정봉주 전 의원 공천 취소로 치러진 이날 '서울 강북을 재경선'은 동일선상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박 의원이 사실상 55% 패널티를 안고 치러야 하는 출발선이 이미 달랐다.

박 의원은 경선 결과를 승복하면서도 "트루먼쇼 같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지원유세에서 지지자들 앞에서 경선 결과를 공개하면서 "가감산 없이 압도적인 차이로 후보가 결정됐으니 이제 이 얘기를 끝내자"고 말했다. 

박용진 “지난 한달, 트루먼쇼 찍나...패배가 뻔한 경선…대한민국 정치사에 이런 일 없어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17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박 의원은 서울 강북을 전략 경선 참여 뜻을 밝혔다. 2024.3.17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17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박 의원은 서울 강북을 전략 경선 참여 뜻을 밝혔다. 2024.3.17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정봉주 전 의원의 공천이 취소된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가 비명(비이재명)계 현역 재선인 박용진 의원을 상대로 승리했다고 19일 밝혔다.

조 변호사는 전국 권리당원 70%·강북을 지역 권리당원 30% 온라인 투표 합산 방식으로 전날부터 이틀간 진행된 경선에서 현역 박 의원을 꺾고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박범계 선거관리위원장은 강북을 경선 결과에 대해 "득표율은 공개할 수 없지만 상당한 정도의 득표 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선에는 전국 권리당원의 26.31%가 투표에 참여했으며 강북을 권리당원 투표율은 53.18%를 기록했다고 박 위원장은 밝혔다.

 박 의원은 경선 결과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장문의 입장문을 냈다. 박 의원은 “오늘 영화 같은 반전이 없는 결과를 받았다”며 “패배가 뻔한 경선, 결론이 정해진 경선임을 알고 받아들였기에 새삼 다른 감정은 들지 않는다. 다만 대한민국 정치사에, 민주당의 앞날에 다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한달 동안 가끔 나 몰래 ‘트루먼쇼’를 찍고 있는 중이 아닐까 생각해봤다”며  공천과정이 '짜놓은 각본 드라마'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심 민심 모두 과반 득표자임에도 공천 승계에서 왜 강북을은 예외여야 하는지, 세 번째 경선에는 왜 전국의 당원들이 강북을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지, 왜 여전히 박용진은 30% 감산도 모자라 55% 차이를 안고 뛰어야 하는지, 전국적인 투표 지연 사태에도 불구하고 왜 당은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문제 제기를 묵살하는 지, 저는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고 납득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저의 지난 한달 동안 몸부림의 흔적이 우리 정치사에 다시는 없어야 할 일들에 대한 경계석이 되기를 바란다”며 “우리 정치와 민주당이 더 민주적이고 합리적이기 위해서 이번 과정이 중요한 시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경선에서 승리한 조 이사는 2010∼2012년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2020년부터 노무현재단 이사를 역임했다. 최근까지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유튜브 ‘알릴레오’ 방송을 진행했다.

이재명 “박 30.08%-조 69.93%...조수진, 압도적으로 이겨…이제 그만 얘기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오전 강원 춘천시 중앙시장을 방문해 시민 및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4.3.19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오전 강원 춘천시 중앙시장을 방문해 시민 및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4.3.19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박 의원의 경선 패배에 대해 경선 결과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대표는 "감산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박 의원이 30.08%,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가 69.93%였다"며 "어쨌든 해당 지역 권리당원, 전국의 권리당원들이 투표한 결과 가감산 없이 압도적인 차이로 후보가 결정됐으니 이제 이 얘기는 여기서 끝내자"고 밝혔다.

당 선관위는 지금까지 구체적인 경선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해당 지역구에 이 대표 사천 논란이 강하게 제기된 만큼 직접 결과를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경기 성남 모란오거리 광장에서 지지자들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앞서 발표된 서울 강북을 지역 경선 결과에 대해서 "가산 감산 없이 해당지역 권리당원들이 53%정도 투표를 했는데, 조 후보가 훨씬 많이 이겼다고 한다"며 "이게 워낙 관심사도 크고 해서 말씀드리면, 강북을 권리당원 투표는 조 후보가 53.75%, 박 의원이 46.25%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국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박 의원이 23.15%, 조 후보가 76.85%이다"며 "그래서 다 감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표 합산 방식인)7:3으로 반영하면, 박 의원이 30.08% 조 후보가 69.93%였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박 의원의 경선 패배에 따른 '비명횡사' 논란을 의식한지 "다 감산을 반영하면 19.4% 대 80.6%였다고 한다"며 "어쨌든 해당 지역 후보가 결정됐으니, 이제 이 얘기는 여기서 끝냅시다"고 일축했다.

'비명횡사'로 끝난 민주당 공천...박용진 탈락 후폭풍 이어질 듯

강북을 경선에서 박 의원이 탈락하며 민주당 공천은 ‘비명횡사’로 마무리 됐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강북을 공천 과정에서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박 의원이 공천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아 박 의원 공천 탈락을 두고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박용진을 사실상 배제하는 경선 결정이 과연 잘된 결정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다른 사례를 보더라도 결국 박용진은 안된다는 결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지 강북을뿐 아니라 한강벨트는 물론, 서울과 수도권 전체에 미칠 영향이 심히 염려된다. 당 지도부가 중도층 유권자까지 고려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 단체대화방에서도 이 대표를 비판하면서 박 의원의 구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동의한다"는 글을 남겼다고 알려졌다.

불어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이 1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3.18 [사진=연합뉴스]
불어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이 1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3.18 [사진=연합뉴스]

앞서 강북을은 정봉주 전 의원이 박 의원과 결선에서 승리하며 공천권을 따냈지만 정 전 의원은 과거 '목발 경품' 막말과 거짓 사과 논란이 더해지면서 공천이 취소됐다.

이 과정에서 박 의원은 경선 차점자인 자신의 공천 승계를 주장했지만, 지도부는 경선 과정 자체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재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결정 했다.

이에 민주당은 강북을 지역구를 전략선거구로 지정하고 후보자 재공모를 통해 박 의원과 조 이사가 경선을 치르도록 했다. 투표는 전국 권리당원 70%, 강북을 권리당원 30%를 합하는 온라인 투표 방식으로 18일부터 이틀간 진행됐다. 

박 의원은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를 받아 경선 득표 30% 감산 페널티를 적용받았다. 반면 조 이사는 ‘여성 신인’ 가점 25%를 받았다.

박 의원은 재경선에서 30% 감산을 적용받는 것이 당헌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며 강북을 경선에 전국 권리당원 투표를 진행하는 절차를 문제 삼았다. 다만 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박 의원은 이번 경선에서도 득표율 30% 감산을 적용 받았다. 반면 조 이사는 여성 신인 가점 25%를 받아 최소 55% 격차가 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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