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당정, 간호법 두고 '의료체계 붕괴법', '간호조무사 차별법' 공감대
간호협, 거부권 행사시 ‘적극적 단체행동’ 예고.. 간호사 98%가 찬성
반대 의료단체도 17일 연대 총파업 예정.. 어떤 결정 내려도 정부책임론 불가피

고위당정, 간호법 두고 '의료체계 붕괴법', '간호조무사 차별법' 공감대 [사진=연합뉴스]
고위당정, 간호법 두고 '의료체계 붕괴법', '간호조무사 차별법' 공감대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6일 국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간호협회는 거부권 행사시 ‘적극적 단체행동’을 예고하고 있으며 반대 입장인 의료단체들도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정부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양곡관리법에 이어 간호법, 향후 노란봉투법까지 거부권이 남발될 경우 '불통' 프레임이 굳어지고 야당과의 협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14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을 공식 건의하기로 했다. 이날 당정은 현재 제정된 간호법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독주법’이라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간호사 처우 개선은  특별법 보다는 지난 4월 25일 정부가 발표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통해 지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한, 간호협회가 주장하는 지역 돌봄 체계 구축은 국민, 현장,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들어 우리나라에 맞는 돌봄 체계를 구축해 가기로 했다.

이날 고위당정협의회 후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당정은 간호법안은 보건의료인 간 신뢰와 협업을 저해해 국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심대하고, 간호법안이 공포될 경우 정부가 민생 현장에서 갈등을 방치하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 분명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이에 지난달 야당이 일방적으로 의결한 간호법안에 대해 대통령께 재의 요구를 건의하기로 했다"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와 간호를 분리한 간호법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의료체계 붕괴법'이고, '간호조무사 차별법'이자 '신카스트 제도법'"이라고 비판했다.

尹, G7정상회의 전 거부권 행사 유력... ‘공약 파기’ 비판 불가피

고위당정협의회가 거부권 행사를 공식 건의하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도 수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15일 간호법 제정안이 관련 직역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의료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윤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16일 국무회의에서 이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 건을 심의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 행사는 15일 이내 이뤄져야 하므로 19일까지가 결정 시한이다. 19일부터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하는 G7정상회의에 참석을 앞두고 있어 16일 정례국무회의서 거부권 행사가 유력하다.

간호협, 거부권 행사시 ‘적극적 단체행동’ 예고.. 간호사 98%가 찬성 [사진=연합뉴스]
간호협, 거부권 행사시 ‘적극적 단체행동’ 예고.. 간호사 98%가 찬성 [사진=연합뉴스]

다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공약 파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해 1월 11일 대한간호협회를 찾아 간접적으로 간호법 제정 노력에 힘쓰겠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신경림 간호협회장에게 간호협회 정책제안서를 넘겨받으면서 "잘 검토해서 간호협회의 숙원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저도, 의원들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언했다.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당시 원희룡 선대본부 정책본부장도 "국민의힘은 누구 못지않게 앞장서서 조속히 입법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또한, '불통'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도 크다.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지난 '양곡관리법'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취임 2년차가 되면서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야당과의 협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협치는 물건너 갈 수밖에 없다. 

간호협, 보건복지의료연대 각각 단체행동 예고.. 의료현장 혼란 예상

대한간호협회(간호협)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적극적인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하고 있다. 

간호협은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당정협의회 의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간호법 제정은 대통령과 국민의힘 공약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간호협은 "간호법 제정은 대통령이 약속한 공약으로, 간호법(안)은 국회법에 따라 무려 2년간 4차례 법안심사 등의 적법한 절차를 통해 심의 의결됐다"며 "간호사 처우 개선을 간호법안 없이도 가능하다고 밝혔는데,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왜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는지부터 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간호법 제정에 찬성하는 간호사들을 ‘이기적 집단’으로 호도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간호협은 "간호법의 핵심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자 한 것"이라며, "간호사들에게 간호법이 국민생명을 볼모로 하는 '입법독주법'이라는 누명을 씌운 행태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62만 간호인의 총궐기를 통해 치욕적인 누명을 바로 잡고 발언의 책임자들을 단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호협은 지난 8일부터 거부권 행사시 투쟁 방법을 묻는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문 조사는 이날까지 실시되는데, 지난 12일 중간 집계 결과 7만5천239명이 조사에 참여해 그중 98.4%(7만4천35명)가 "적극적 단체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앞서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의사집단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진료 거부처럼 의료현장에 혼란을 줄 집단행동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 의료단체도 17일 연대 총파업 예정.. 어떤 결정 내려도 정부책임론 불가피 [사진=연합뉴스]
반대 의료단체도 17일 연대 총파업 예정.. 어떤 결정 내려도 정부책임론 불가피 [사진=연합뉴스]

반면, 의협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미 지난 3일에 이어 11일 2차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17일 연대 총파업에 나선다고 경고한 상태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에서 "간호법은 '간호사특례법'이자 '보건의료 약소직역 생존권 박탈법'"이라고 주장하며, "민주당이 정부 중재안도 걷어차고 다수 의석을 앞세워 입법독주 폭거를 자행했다"고 비난했다.

또한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인 면허 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한 2차 연가 투쟁에서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 역시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은 반드시 전면 재논의돼야 한다. 오늘 2차 연가투쟁을 통해 더욱 화력을 모아 전면 연대 총파업까지 의료연대는 멈추지 않을 것이고, 민주당 뜻대로 되도록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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