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윤 대통령 간호법 재의 요구 재가... 취임 두번째 '거부권' 행사
여, "간호법은 '의료체계 붕괴법' 국민건강에 악영향"
야, "기어이 국민과 맞서는 길 택해..재투표할 것”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정보영 기자]  간호법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일단락 됐다.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20차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정부가 건의한 간호법 제정안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직후인 오후 12시10분경 재의요구안을 즉시 재가함으로써 간호법에 대한 대통령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4일 양곡법 거부권 행사 이후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두번째 거부권 행사다. 

지난달 27일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한 간호법은 국회를 통과된지 20일만에 국회로 다시 돌아가게 됐다. 거부권 행사 법안에 대해서 국회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 민주당 단독 처리는 불가능하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간호법안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고 말하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 행사로 인해 이미 예고됐던 간호사들의 집단행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간호법을 둘러싸고 대한간호협회와 이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의 대립이 이어졌으며 여야 또한 양측의 대변자로 나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 안정 및 근무환경의 개선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더 나은 보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지금까지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치료 위주로 이뤄진 보건 의료시스템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질병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 등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문적인 간호 서비스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간호사는 병원 외에도 학교에서는 보건교사로, 기업에서는 보건관리자의 역할을 맡게 되고 그 외에도 어린이집, 각 지역 보건소, 산후조리원, 노인 복지시설 등에서도 그 역할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으로는 병원외에 다양한 장소에서 간호업무를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간호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 [사진=연합뉴스]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간호법 추진 배경에도 이에 반대하는 입장은 분명하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회, 대한조무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등 보건의료체계 내에 있는 각종 이해관계 단체들이 입을 모아 반대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이들이 간호법에 반대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먼저 간호사의 단독 개원과 단독처방이 가능해 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제정안에 따르면 간호사의 독자적인 업무영역을 보장하면서 의사도 간호사의 업무영역을 침범할 수 없도록 했고, 또 지역사회를 명시한 점은 간호사의 단독개원도 가능한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의료법에 따르면 입원환자가 5인 미만인 의원의 경우 간호사 정원을 간호조무사로 대체할 수 있으나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조무사의 업무범위를 간호보조업무로 한정하기 때문에 의원급 의료기관은 반드시 간호사를 고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어 간호조무사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이어 의료법의 기능에 대한 지적도 있다. 지금은 모든 의료인들이 하나의 의료법에 따른 적용을 받고 있으나 간호법이 제정되면 다른 직역에 있는 의료인들도 새로운 법령 제정을 추진하게 돼, 이후에는 수많은 법 제정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문제제기다.

간호법 제정 반대 집회 [사진=연합뉴스]
간호법 제정 반대 집회 [사진=연합뉴스]

간호법 찬성을 추진해 온 쪽은 반대 입장에 대해 곧 바로 반박하고 나섰다.

간호법 제정에 찬성하는 쪽은 먼저 간호법의 쟁점은 간호사 업무범위 규정에 있다고 말한다. 특히, 간호업무 개념이 현행 의료법에 담겨 있어 간호사의 업무를 명확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어 양질의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테면 비 의료기관인 주민센터 등에 배치괸 간호사들의 의료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여 이를 막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국민에 대한 간호와 돌봄의 권리를 보장해줄 수 있는 제도가 간호법으로 이는 결코 다른 직역의 업무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 간호업무를 명확히 하자는 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간호사는 의사의 진료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개원 가능성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간호법을 통해 간호사들의 처우개선과 이를 위한 국가, 지자체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의사와 의료기관 중심인 현행 의료법으로는 간호사들의 처우개선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 간호인력은 과중한 업무량과 낮은 보수 등의 이유 때문에 30대 전후 조기 퇴직하는 간호사들이 많고, 이들 전문 간호인력의 이탈은 국민 의료 체계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세계 90여개국에 간호법을 지금이라도 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 재의요구를 건의하면서 간호법을 의료체계 붕괴법이라고 표현했다.

16일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의료체계 붕괴법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간호법 재의요구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윤석열 대통령이 직역간 갈등과 국민건강 불안감을 초래하는 간호법 재의요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장 원내대변인은 이법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의료 협업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이 간호법을 단독 처리를 지적하며 정략적 목적만을 위한 입법권의 남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단호히 대처한다는 입장과 함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간호법대통령 거부권 결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윤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는 지난 양곡법 개정안 거부권에 이어 두 번째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입법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이후 강력히 대응하면서 동시에 재투표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간호법을 두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직역간의 갈등을 지나치게 방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양자간의 대립을 부추기는 정쟁에만 몰입해 실제로 간호법의 쟁점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으며, 양자간의 중재안 도출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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