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모 삶의 기반" vs. "노동계, 과로 개선 요구"…사회적 논의 필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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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동계와 유통업계에서 새벽배송 금지 방안이 큰 이슈로 떠오르자 워킹맘 한 명이 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1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새벽배송 금지 및 제한 반대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자신을 두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이라고 소개하며 "저녁 늦게 퇴근하는 맞벌이 부모에게 새벽배송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우리 일상 자체를 지탱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정의 행복과 건강, 육아와 교육까지 새벽배송이 지켜준다"며 만약 금지된다면 일상에서 겪게 될 불편과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걱정했다.  

또한 그는 "국민의 삶과 직결되고, 많은 일자리가 걸린 산업에 대한 규제는 충분히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며 "무턱대고 금지하는 건 오히려 더 큰 불편과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국회와 국토교통부가 국민의 입장에서 좋은 해법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번 청원은 최근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제기한 심야 배송 제한 논의와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다. 택배노조는 지난달 열린 '택배 사회적대화 기구' 회의에서 "택배기사 과로 문제를 개선하려면 0시부터 오전 5시까지 초심야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최소한의 수면시간과 건강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유통 및 물류업계는 강하게 우려하는 입장이다. 새벽배송이 중단되면 소비자의 불편과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고, 산업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초심야 배송이 금지되면 물류 효율이 떨어지고 배송 지연도 늘어날 수 있다. 이를 보완할 인력을 새로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새벽배송 이용자 1천 명 중 64%는 "만약 서비스가 중단된다면 생활에 큰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실제 이용자 중 99%가 "앞으로도 계속 새벽배송을 이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고, 맞벌이 가구와 20~40대 이용자들의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부각됐다.  

이처럼 새벽배송은 단순히 편리한 서비스가 아니라, 현대 맞벌이 가정의 생활 리듬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저녁 근무 후 장을 보고 생필품을 받는 시간은 가족과 보내는 여유를 만들어준다. 육아와 집안일 부담이 큰 워킹맘·워킹대디에겐 정해진 시간에 필요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의 기반이 되는 셈이다.  

반면 노동계는, 배송기사들의 건강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잇따른 택배기사 과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정부와 업계 모두 근무시간 단축과 심야 배송 조정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결국 이번 논쟁은 편의와 노동권이라는 두 가치를 놓고 어느 한쪽만 선택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국회와 국토교통부는 현재 청원 내용을 검토 중이며, 새벽배송 규제를 둘러싼 더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배송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배송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함께 지켜낼 절충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청원이 보여주는 바가 크다고 말한다. 단순히 소비자 편의만이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 산업의 효율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새벽배송 금지는 한 가지 제도 도입이 아니라, 가정과 산업, 노동환경 모두와 닿아있는 복합적인 사안인 만큼 충분히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청원은 앞으로 국회와 관련 부처의 정책 결정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특히 맞벌이 가정과 젊은 세대의 현실에 맞는 정책이 요구되는 가운데 새벽배송 논쟁이 단순한 서비스 규제 논의를 넘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생활 방식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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