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군 내부까지 "수의계약 곤란" 이례적 반대… 결정적 흐름 바꿔
경쟁입찰 vs 상생안…책임성과 공정성에서 경쟁입찰에 무게
2년 지연 끝 12월 4일 'D-데이'…KDDX 사업 방식 최종 결론 앞둬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이 12월 4일 방위사업청(방사청) 분과위원회에서 최종 결론을 향해 간다. 7조8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국방 사업임에도 지난 2년간 세 차례 이상 결론이 번번이 미뤄졌던 이유는 '수의계약'을 둘러싼 갈등에 있었다.
그러나 14일 열린 분과위에서 상황은 결정적으로 반전됐다. 그동안 주로 민간위원들이 제기하던 반대 기류에 방사청과 군 내부 위원들까지 공개적으로 수의계약에 이견을 표명하면서 사실상 수의계약 옵션은 테이블에서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사청은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기존 사업 구조와 납기 면에서 가장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올해만 해도 3월·4월·8월·9월·11월까지 5차례 안건을 연달아 상정했다.
그러나 민간위원들은 "군사기밀 유출 전력이 있는 업체와의 수의계약은 공정성과 형평성에 반한다"며 반대해 왔고, 정치권에서도 동일한 문제의식을 제기해왔다.
이번 11월 분과위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회의에 참여한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전과 달리 방사청 내부 인사와 군(軍) 출신 위원들까지 수의계약 불가 의견을 공식적으로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2년 가까이 지연된 사업을 더 늦출 수 없다는 부담 속에서도 내부 위원들마저 "수의계약은 더 이상 분과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이탈한 것이다. 이 결정적인 변화는 구매 방식 자체가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
방사청은 이번에도 수의계약을 단독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반발 기류는 여전했다. 긴 시간 격론이 이어졌음에도 과반의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했고, 분과위는 2안(경쟁입찰), 3안(상생안)을 보완해 12월 4일 다시 상정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사실상 수의계약의 패퇴를 의미한다.
한 방산 전문가는 "방사청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나온 순간, 수의계약의 명분은 이미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다.
경쟁입찰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 정면 승부를 하던가 상생안(역할 분담)으로 두 기업이 건조·체계 개발을 나눠 맡는 방식으로 결정을 내야 한다.
일각에서는 상생안 가능성을 조심스레 전망해왔으나 최근 평가 분위기는 정반대로 흘러간다.
첫째, 상생안은 업체 간 합의가 필요해 담합 논란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
둘째, 구축함 개발 특성상 기술의 명확한 분리가 어렵고,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수 있다.
셋째, 방사청 특성상 '책임이 불투명한 방식'을 선택하기 어렵다는 점도 작용했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2월 양 사를 '복수 방산업체 지정'으로 인정하며 경쟁입찰의 제도적 기반까지 마련된 상황이다. 자연히 업계 내부에서도 "경쟁입찰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어느쪽이건 회사 측 입장에서는 경쟁입찰이 부담스러울 수 있어, 12월 4일 분과위에서는 관련 쟁점에 대한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KDDX 사업은 2012년 개념설계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2020년 기본설계 당시 HD현대중공업으로 이어져 왔다. 현재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단계에 진입해야 하지만 사업자 선정이 지연되며 전체 일정이 최소 2년 넘게 뒤로 밀린 상태다.
사업이 더 늦어지면 2030년대 중반 이후 전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군 내부에서도 조속한 결론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 '조속한 결론'이 결국 수의계약을 밀어붙이는 근거로 오용돼 왔다는 비판이 누적되어 이번 내부 반대로 폭발한 셈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제 분과위는 더는 미룰 수 없다. 경쟁입찰이든 상생안이든, 제대로 된 기본계획을 갖고 12월 4일 결론을 내려야 KDDX 전력화 일정이 정상궤도에 오른다."
방사청 내부의 기류 변화는 단순한 갈등 조정이 아니라 방위산업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공정성 회복이라는 신호탄으로도 읽힌다.
12월 4일, 한국 해군의 미래를 결정할 KDDX 사업은 마침내 분수령에 설 전망이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