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 기술 협력 방안 논의… 승지원에서 만찬
전기차 및 자율주행 등 협업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메르세데스-벤츠 칼레니우스 회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메르세데스-벤츠 칼레니우스 회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3일 저녁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 만찬을 함께 하며 전장 부품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과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경영진의 만찬 회동은 단순한 예우 차원을 넘어, 글로벌 모빌리티 판도 재편을 앞둔 양측의 전략적 이해가 정교하게 맞물리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 소프트웨어 정의차량(SDV) 중심 경쟁, 배터리 공급망 안정화, 고도화된 전장 플랫폼 수요가 한꺼번에 겹친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번 만남은 '미래차 가치사슬' 전반을 놓고 협력 지형을 재정비하는 자리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근 전기차 전략을 효율화하면서도 프리미엄 시장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차별화된 배터리·반도체·디스플레이 생태계를 다시 점검하는 가운데, 삼성은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장 솔루션을 한 축으로 묶어 제공할 수 있는 '풀 밸류체인 공급자'로 존재감을 강화했다. 

이번 회동에 삼성SDI와 하만 경영진이 함께 배석한 것은 바로 이러한 전략적 포지션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장면이다. 삼성SDI는 차세대 전기차용 고밀도 배터리와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가 요구하는 안정성·출력 특화 기술을 앞세워 벤츠와의 협력 폭을 넓힐 수 있고, 하만은 2016년 삼성 인수 이후 SDV 시대 핵심 영역으로 부상한 차량용 소프트웨어·인포테인먼트·오디오·통합 제어 플랫폼 분야에서 벤츠와의 공조를 확장할 여지가 크다. 

반도체 공급망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차량용 메모리·AP·센서 패키지 공급 안정성을 내세워 벤츠에 '리스크 헤지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며, 벤츠는 SDV 전환 과정에서 요구되는 고성능 컴퓨팅과 디스플레이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결국 이번 만찬의 의미는 기존 거래 관계를 재확인하는 수준이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 패키지를 중심으로 양사가 이해와 비전을 조율하는 '다층적 협력 프레임'의 출발점이라는 데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프리미엄 전기차·자율주행·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재정비하는 시점에 삼성은 전장·반도체·배터리의 전주기 기술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파트너로 다시 부상했고, 하만은 글로벌 완성차 사이에서 SDV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할 계기를 마련했다. 

이는 한국 기술 생태계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 혁신의 중심축으로 더 깊이 편입되는 흐름이자, 삼성 내부적으로도 '전장 사업 2막'을 열어가는 신호로 해석된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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