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4일 여야 총재회담에 참석키로 하였다. 이총재는 여권의 정계개편 의도를 강력히 항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야간 첨예한 입장 차이로 의례적 만남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민주당 의원 3인의 자민련 이적을 둘러싼 여야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4일로 예정된 여야 총재회담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의 불신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여야의 협력으로 경제불안과 국정현안이 안정적 해결을 기대하기는 아직 미지수다.

사실상 여야의 입장차가 극명하여 여야가 합의할 사항이 없는 현실에서 만나는 이번 만남은 국정파국에 대한 국민들의 극도의 반감과 여론에 밀린 것이기 때문에 국정운영의 타협점을 찾는 실속을 찾기는 어려울 듯하다. 일종의 요식적인 정치행사가 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3인 이적, 변명기회? 사과의 기회?

한나라당 이총재는 3일 오후 당 3역 회의를 주재해 여야 총재회담 참석 여부에 대한 마지막 의견을 수렴한 뒤, 청와대에 당초 예정됐던 만찬회담이 아니라 4일 오전 10시 단독 회담을 갖자고 제의했다.

권철현 대변인은 회담참석 배경과 관련, "이번 총재회담이 김대통령에게 변명할 자리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반발도 있었지만 민생을 구하고 쓰러지는 경제를 살려내 국민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며 "특히 정치가 악순환을 거듭하며 불합리한 정치행태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총재는 여야 총재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여권의 총선 민의를 뒤집는 인위적인 정계개편 의도를 강력하게 항의한 뒤 사과를 받아냄으로써 여권의 정계개편 의도 중단을 국민들과 야당에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효과를 얻겠다는 의도도 포함됐다는 해석이다.

더불어 민주당 의원 3인의 자민련 이적을 가지고 이미 약속된 여야총재회담까지 거부하기에는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국정쇄신을 바라는 국민 여론이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으로 보인다. 또 국회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온 자민련의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도 감안한 결정이라는 해석도 있다.

마지막 총재회담이라는 각오?

한편으로 한나라당 내에서는 의원 3인의 자민련 이적과 관련해 '김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고 들러리를 서는 격'이라며 여야 총재회담 참석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3명의 자민련 이적을 인위적 정계개편을 위한 시발점으로 해석하면서 여권의 정계개편 의도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당내에 다수가 총재회담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이총재가 신년사에서 밝힌 '통 큰 정치실현' 약속을 지키고, 김대통령과 여권이 정치적 술수를 중단하고 경제살리기에 매진할 수 있도록 충고할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총재는 이번 총재회담에서 '상생의 정치'를 위한 여권의 각성을 촉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극한 대립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이라며 對與 강경론을 무마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주변에서는 3인 의원의 자민련 이적 사건 직후에도 이총재가 여야 총재회담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총재의 그동안 변화된 행보와 또 자민련이 국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권이 정치적 도덕성에 강한 문제제기는 하되 총재회담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또 이총재는 2일 김수한 추기경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도 했고, 3일에 열릴 한나라당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이적 의원에 대한 원상회복과 김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규탄결의문' 채택도 취소시키기도 했다.

정계개편 중단이 화두가 될 총재회담

이로써 4일 열릴 여야 총재회담 의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총재는 자민련 이적 사건에 대해 이총재는 김대통령에게 총선 민의를 역행하고 비합리적 행위에 대한 사과와 정계개편 중지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통령으로부터 인위적 정계개편은 없음을 확답 받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이적 의원들의 원상회복은 거론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권은 "이미 자민련이 실체가 인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국정현안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바람에 정치가 옹졸하게 변질돼 가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김대통령도 3일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불가피한 일이었다"면서 "자민련은 현실적인 존재며 자민련과의 공조도 국민과의 약속이다"고 말했다. 이렇듯 한나라당과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총재회담에서 어떻게 넘어갈지 주목된다.

더불어 총재회담에서 경제회생을 위한 여야의 초당적 노력을 공히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총재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과 관련, "초당적 노력을 위해 김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하는 동시에 재집권 의도를 버리고 국정에만 전념하는 모습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측근정치를 완전히 청산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할 것을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김대통령은 '정당정치에 어긋나는 한편, 현실적인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이총재의 '여당 총재직 사퇴 요구'를 간곡하게 물리칠 것으로 예상되며, '측근정치 재발방지 약속'에 대해서도 "당직개편으로 사실상 청산됐다"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보여 이번 총재회담에서 어떤 결말을 내올 지는 미지수다.

또 이총재는 검찰의 15대 총선시 구여권에 안기부자금 유입 가능성 수사에 대해서도 집중 항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또한 여야간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되는 대목이다.

여야간 입장차 만 재확인하는 정치행사로 끝날 수도 있어

민주당 3인 의원의 자민련 이적 문제로 여야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가운데 열릴 여야 총재회담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국정현안에 대해 서로 입장을 조율할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렇게 어렵게 한 자리에 않는 여야 총재회담에서 초당적인 경제회생 노력을 합의하고, 또한 국정쇄신을 통한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여야가 노력할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김영술 기자kimys67@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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