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랍 29일 YS 생일에 많은 정치인이 상도동 자택을 찾았고, 1일 세배객들 중에 차기대권 주자군이 상도동 문지방이 닳도록 대거 방문했다. YS는 이제 차기대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변수로 등장했는데...

IMF라는 국가적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아왔던 'YS의 정치적 위상'이 차기대선을 계기로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품격과 위상을 잃어버릴 정도로 DJ에 대한 도를 넘은 독설, 돈키호테같은 행동으로 뭇사람들의 비난을 받았던 YS이지만, 그는 2002년 대선으로 또다시 정치의 중심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과연 YS는 차기대선에서 어느정도의 역할을 할것인가? 영남표는 이회창과 YS지지층으로 분할될 것인가? 신3김정치는 다시 부활할 것인가? 많은 의문부호들이 그의 행보와 함께 따라다니고 있다.
문전성시를 이룬 YS의 상도동 자택
새해 1일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김영삼 전 대통령 상도동 자택은 세배객으로 북적댔다. 특히 이날 민주당 이인제, 김근태 최고위원이 나란히 찾았고, 한나라당 최병렬 부총재, 김덕룡 의원, 고건 서울시장 등 잠재적 대권주자에 속하는 인사들이 대거 찾아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들 세배객 가운데 유일하게 YS에 '큰절'을 올려 화제가 됐다.
또한 구랍 29일 73회를 맞는 YS 생일 축하객으로 상도동 자택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 한이헌 전 경제수석, 서석재 전의원 등 민주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한편,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주진우 총재비서실장을 시켜 인사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나라당 이총재, 민주당 김중권 대표,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 등 주요 정치권 인사들로부터 받은 축하 화분이 50개가 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YS, 반DJ·반이회창 전선으로 입지 구축
YS는 연말, 연초에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DJ를 겨냥해 일격을 날렸다. 구랍 29일에는 "이제 지역을 가릴 것 없이 민심이 완전히 돌아섰고, 이는 전적으로 현 정권이 무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세배객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요새 김대중씨가 불행의 길로 가고 있다", "개헌은 전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 3명의 자민련 입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코미디까지 내게 얘기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형식적인 면에서는 문제가 크지만 자민련의 실체를 인정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하여 YS가 DJ도 이회창 총재편도 모두 안들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하였다.
YS는 그동안 'IMF 국가위기를 만든 장본인'이라는 국가적 죄인이 되어 퇴임후 1년간은 칩거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DJ정권 2년차부터는 DJ와 정국에 대한 거침없는 일갈로 정치활동을 재개하였다.
많은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으면서도 YS는 언론의 속성을 적절히 이용해 김대통령에게 '독재자'등 거침없는 독설을 퍼붓기도 했고, 이회창총재에 대한 극단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김대통령과 이회창총재 모두를 공격하며 자신의 입지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언론을 이용한 치밀한 정치활동 재개
지난 한해동안 YS의 정치적 행보는 사실 치밀한 계획 속에서 이루어 졌다는 관측도 설득력 있게 대두되고 있다. 사실 연초부터 YS의 움직임은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유발시켰다.
2000년 1월에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하시킨 'YS회고록' 내용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고, 지난 총선 전에는 'YS의 마음'을 잡으려고 한나라당과 민국당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 주가를 높였다. 또한 YS는 "김대중 대통령이 2년 동안 독재와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이제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있다"며 '대통령 하야'를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더욱이 YS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던 사조직인 민주산악회를 재건하기 시작했다. 또한 9월 21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반대 2천만명 서명운동'을 위해 서울에 '국민운동본부'를 설치할 계획임을 공개적으로 천명, 사실상 정치재개 선언을 하였다.
특히 YS의 고대특강 사건은 하이라이트를 이루고 있다. 고대 총학생회가 YS의 고대특강을 반대 정문을 막는 바람에 특강이 무산되자 YS는 자동차안에서 자정이 넘도록 버틴 것. 이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일기도 했다.
YS의 일련의 정치적 발언이나 행동에 대해 '돌출발언이다', '상식 이하의 행동이다'는 비난도 많은 편이지만 국민들에게 YS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보았고, 이를 위해 언론의 속성을 YS가 목적 의식적으로 이용했다는 분석도 많다.
차기대선의 변수가 된 YS
아무튼 YS는 DJ와 이회창에 대한 독설과 비판을 계속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가고 있다. 영남지역의 반DJ정서에 만만치않은 비이회창 정서의 틈새에 YS는 자신의 입지를 탄탄히 구축해 가고 있는 것이다.
정계개편의 중심 시나리오에는 이제 YS나 YS계가 끊이지 않고 오르내리고 있다. 또 민국당 김윤환 대표와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와 YS가 손을 잡을지의 여부는 정가의 초미의 관심사다. 뿐만아니라 DJ와 JP, YS의 '신3김연합'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총재도 YS와 손을 잡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차기대선에서의 YS의 역할은 계속 커지고 있다. 1일 세배객 중 차기대권 주자군들이 대거 포함된 것을 보아도 짐작이 가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DJ가 국정운영에서 계속 악수만 두고, 이회창총재가 대안으로 제시되지 못하는 한 역으로 YS의 입지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YS가 정치적 입지가 커지면서 '신 3김시대'가 도래할지 아니면 새로운 정치권 새판짜기에 가세할지 YS의 정치적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YS의 정치행보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21세기에는 사라져야 할 3김정치가 21세기 벽두에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아이러니한 역사적 역행이 21세기 대선에서 해결해야할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