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강창희 부총재가 교섭단체 등록날인을 거부할 것임을 공식 표명했다. 이에 자민련은 그를 제명키로 했다. 그러나 자민련의 교섭단체 등록은 실패하고 민주당은 정계개편등 향후 정국운영에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말았다.

제사장(민주당)이 제사를 지내던 중 제사상 위에 놓여있던 떡을 문중 사람들(한나라당)과 떡 먹을 시간만 기다리던 구경꾼(국민?)들의 원성을 받아가면서 밤새 굶은 첩(자민련)에게 던져줬다. 그러나 첩은 그만 목에 가시가 껴 떡도 못 먹고 제사장과 함께 욕만 얻어먹는 지경에 빠졌다.

대통령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불가피하다. 자민련의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며 이들 3인의 이적과 그를 통한 자민련 교섭단체 추진을 승인한 터에 강창희의 날인 거부로 여당의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강창희, 교섭단체 등록날인 거부

민주당 의원 3명 이적 파문에 반발하고 있던 자민련 강창희 부총재는 오늘(4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도를 벗어난 이런 교섭단체는 찬성할 수 없다"고 원내교섭단체 등록날인 거부의사를 공개적으로 재확인했다.

강부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사태해결을 위해 △민주당과 자민련 지도부는 입당의원 3명을 원상회복 시키고 △한나라당은 교섭단체 구성에 관한 국회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하며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은 반드시 여야 타협에 의해 해결돼야 한다는 3가지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그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내주 중 직접 만나 정국안정을 위해 국회법 개정에 협조해 줄 것을 순수한 마음으로 부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해 "탈당이나 당직사퇴는 안할 것"이라며 잔류투쟁을 계속할 뜻을 강하게 피력했고, 또 당에서 출당조치를 할 경우의 대책을 묻자 "출당시키면 따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동안 교섭단체 등록을 위해 반발하는 강창희 부총재를 설득하고 협박도 했지만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또 지난 3일 열릴 자민련 당무회의에서도 강부총재를 면전에 두고 강력히 비난하기도 했지만 강부총재는 "오늘 살고 내일 죽는 방법도 있고, 영원히 사는 방법도 있는데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자민련, 강부총재 제명키로

이로써 자민련은 민주당 의원 3명의 이적으로 국회 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0명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섭단체 등록이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 자민련이 그토록 염원하던 교섭단체 등록을 눈앞에 놓고도 강부총재의 반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떡을 입에 넣어줘도 못 먹는 꼴이 됐다.

이에 자민련은 4일 긴급 당무회의를 열어 강부총재의 행위를 해당행위로 규정 제명키로 했다. 자민련은 숙원이던 교섭단체 등록이라는 경사를 앞두고 자중지란에 빠지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강부총재와 JP의 만남이 이루어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려 있다. 강부총재가 JP와 만날 의사가 있고 만나서도 뜻을 굽히지 않을 태세여서 만남 자체가 이루어질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JP가 직접 나서서 사태를 수습할 경우 강부총재가 한발 물러설 가능성도 없지 않아 주목되는 지점이다.

민주당도 자성론 대두

한편, 민주당 내부에서도 자성론이 거론되고 있다. 김대통령 장남인 김홍일 의원은 "우리당 의원이 탈당한 것인데 공개석상에서 잘 했다고 칭찬까지 할 일은 아니지 않느냐"며 지도부를 따지고, "강부총재가 탈당하면 우리 의원이 또 가야하느냐"며 지도부에 대책을 묻기도 했다.

김근태 최고위원도 "이번 일이 정치불신의 계기가 된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자성론을 피력했다. 또 김원기 최고위원은 "국회법 개정안을 합법적으로 처리하는 노력을 더 한 후에 탈당하는 게 순서였다"며 당의 안일한 대책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편법에 의한 무리한 일 처리는 반드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대체로 내부의 반발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면서 국민을 설득하고 야당을 설득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힘겹게 재가동 되고 있는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가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두고 볼 일이다.

민주당은 내심 이번 이적을 시작으로 정국장악을 위한 정계개편을 시작할 생각이었지만, 그 계획이 시작부터 뒤틀어지고 있다. 또 김중권대표의 첫 작품이 실패하면서 민주당내에서 김대표의 위상에 상당부분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이적한 3인의원은 어떻게 처신할지, 또 이후 민주당과 자민련은 어떤 정국운영을 할지 주목된다. 어쨋든 민주당과 자민련은 국민으로 부터 비난만 받고 얻은 것은 하나도 없는 꼴이 되고 말았다.

임재형기자 jhlim21@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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