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중권 대표가 제기한 'TK후보론'이 DJ의 재신임을 기회로 여권의 대선전략에서 우위 확보를 위한 의도로 해석되면서 여권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가에서 끊임 없이 떠돌고 있는 7월 당정개편설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가시적인 대선 주자로서의 활동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당내외에 조심스런 움직임을 보였던 김대표의 난데없는 'TK후보론' 제기는 DJ의 재신임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그동안 여권의 유력한 대선전략의 하나인 '영남후보론'이 '세대교체론'이나 '국민후보론'에 밀리는 경향에 대한 반작용의 표현이라는 해석이다.
'TK후보론', 여권 대선전략에서의 우위 확보 의도
김대표는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매일신문 등이 영남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영남후보론에 대한 긍정적 답변이 53% 이상 나왔다"며 "지금 TK지역 분위기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때와 다르다. YS의 5년에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 5년을 집권하고 다음에 또 그러면(권력을 잡지 못하면) 15년이나 (권력과 거리를 두게)된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어서 그는 "(만일 이번에 TK후보가 나오면)노태우 후보 때보다 지지율이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TK지역의 TK후보에 대한 욕구가 대단히 높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내심 여권에서 TK지역의 대표격인 자신이 차기 대선 주자로 적격임을 암시했다.
더 나아가 김대표는 대선 출마 문제에 대해서는 "나와는 무관한 질문"이라고 피하면서도, "모재벌이 나를 두고 링컨 대통령에 비유했다"면서 "어려운 어린 시절 뒤 변호사가 됐고 지역화합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남북화해를 이룬 링컨과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TK후보론'은 다분히 TK지역의 정서를 이용해 영남지역에서 취약한 여권의 차기 대선전략에서의 우위를 점해 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러한 김대표의 발언에 여권 내 차기 대선 주자들의 반응이 좋을 리 만무하다. 한화갑 최고는 "철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김대표의 말을 폄하했고, 이인제 최고측도 "가뭄으로 어려운데 그런 말 할 때인가"라며 "논평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김근태 최고는 "쇄신요구가 비등한 마당에 대표로서 지역주의 강화 발언을 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김대표와 같이 '영남후보론'에 기대를 걸고 있는 노무현 고문은 '노코멘트'를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DJ 재신임으로 내친김에 대권까지-그러나 역풍도 만만찮을 것이라는데
민주당 내에서는 "김대표의 'TK후보론'이 정풍운동의 책임을 지고 청와대에 낸 사표가 반려되고, 14일에는 청와대에서 '청와대 비서진을 포함한 여권의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당 발전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김대통령에 전달하는 등 DJ의 재신임으로 인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이해찬 정책위의장이 '세대교체론'을 제기하고, 이인제 최고는 '국민후보론'을 들고 앞서나가고 있는 와중이며, 게다가 동교동계가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현 여권의 약점인 영남지역(특히 TK지역)에 대한 자신의 강점을 인식시키고 대선전략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 대표의 이번 'TK후보론'으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많다"는 당직자들의 우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가에서는 끊임없이 7월 당·청와대 개편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와중에 "DJ가 불쾌하게 생각하고, 대표로서의 능력에 결정적으로 회의감을 느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TK후보론'을 통해 대선 주자로서의 자신의 상품성을 높이기보다는 '당을 단합시키고 가뭄으로 어수선한 정국을 풀어야 할 때에 지역감정을 유발시킬 수 있는 발언'으로 DJ가 '대표 경질'을 결심하게 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DJ가 청와대 일부 교체에서 당 지도부 교체까지 확대할 경우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당 내 소장파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고, 김 대표 발언으로 예민해진 대선 주자들을 진정시킴으로써 민주당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계기로 적극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표의 'TK후보론' 제기 파장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는 더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