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담배에 부과하는 준조세인 건강증진기금을 건강보험 재정파탄 대책의 일환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 재정파탄을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반대여론이 높다.

특히 올해 1월 담뱃값이 평균 148원 오른 뒤, 6개월 후 또 인상돼 더욱더 이번 담뱃값 인상조치가 논란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지난 16일 민주당 이해찬 정책위의장은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지역의보재정중 50%를 정부지원으로 메우기 위해 40%는 재정에서, 10%는 담배에 붙는 건강증진기금(현 2원)에서 부담하기로 관계부처간에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따라서 담배 한 갑당 평균 150원 정도 건강증진기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의보재정 인상에 따른 소요 예산은 1조3천5백억원이며 그러나 추경에서 확보할 수 있는 예산은 7천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모자라는 돈을 담뱃값 인상으로 메워보자는 궁여지책이다
따라서 관계자 실무협의가 이뤄지면 보건복지부에서 건강증진기금 인상을 내용으로 하는 건강보험재정건전화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나라당, "담배건강증진기금 대폭 인상 반대"
특히 이번 건강보험재정 파탄이 정부와 여당의 정책 실패임에도 불구하고 흡연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데다, 보험 수혜자와 부담자(흡연자)가 일치하지 않는 모순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벌써부터 건강증진기금을 올릴 경우 준조세 인상을 통해 재정파탄을 땜질하려한다는 야당의 공세와 흡연자의 조세저항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나라당은 17일 "정부 여당이 건강보험 재정파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도외시한 채 담배건강증진기금의 대폭 인상을 통해 이를 보전하겠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모든 부담을 전가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장광근 수석부대변인은 "담배건강증진기금 인상은 목적세를 단계적으로 줄여가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스스로 뒤엎는 행위"라면서 "담뱃값 인상을 통해 조달하려는 6천억-7천억은 정부가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 보충하면 된다"고 말했다.
흡연자들의 반응은 분노와 허탈, 냉소적인 반응
보건복지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김종수씨는 '국민건강증진기금 7,500%인상 철회를, 애연가가 범죄인인가?'라는 제목으로 "도대체 정부는 무엇을 근거로 꼬박꼬박 현찰로 세금을 철저히 내는 애연가가 왜 타인의 의료보험료를 내야하는지 그 타당성을 밝혀달라"고 추궁한 뒤 담뱃값 인상을 철회하지 않으면 "첫째. 외제담배만을 피웁시다 둘째. 잎담배경작자도 이 운동에 참여하여 부당한 정책을 철회시킵시다"며, 싫으면 '담배 끊으면 될 것 아니냐'는 식의 정책에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번 정부정책을 "탁상행정, 주먹구구식 행정, 눈가리고 아웅하는 행정, 언발에 오줌싸기식의 행정으로 정말 진저리가 난다"고 분개했다.
청와대 및 민주당 자유 게시판에서도 흡연가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일제, 미제담배를 애용합시다(조정필)', '서민을 기반으로 한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나, 대신에 우리집 8표는 민주당을 더 이상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담배)' 등 다음 선거에서 흡연자의 냉엄한 심판을 경고하기도 했다.
'흡연자가 봉인가(애연가)'는 제하에 네티즌은 "의보파탄은 엄연히 정부와 여당의 정책실패임에도 불구하고 책임자 처벌(애꿎은 실무자만 문책)은 고사하고 근본적인 해결책 제시도 없이 담뱃값 인상으로 무마하려는 여당의 한심한 정책수립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또 "이론상으로도 목적세로 보여지는 의보재정부담금이 왜 담뱃세에 부가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담배와 의보재정이 무슨 상관인가를 따져 물었다.
흡연하는 네티즌들의 반응은 첫째가 의보재정파탄의 원인이 정부와 여당의 책임임에도 일방적으로 흡연자에게 책임 전가하는 데 분노하고 있으며, 나아가 앞으로 다가오는 지방선거, 총선, 대선에서 여당을 찍지 않겠다는 유권자 심판을 경고하다 이젠 양담배를 피워야겠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세 형평성이 사라진 DJ정부 '서민 없는 서민정당'인가?
그러나 무엇보다 흡연가들이 분노하는 것은 왜 힘없는 서민들이 태반인 흡연가들에게만 일방적으로 건강보험재정파탄의 부담을 지우냐는 것이다. 또한 담배 한갑당 150원 인상은 없는 사람에겐 커다란 부담이 되는게 사실이다. 그나마 어려워진 경제 때문에 담배 한개비라도 피워 잠시나마 근심을 잊는 즐거움도 앗아가는 데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네티즌들의 의견에서 나타나듯 흡연자들은 단순히 150원의 담뱃값 인상에 대한 실망감 표출은 아니다. 내년 2002 월드컵을 앞두고 '금연월드컵'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한국 월드컵 조직위의 입장 표명뿐만 아니라 한국담배인삼공사는 경제회복 및 소비의 고급화 추세에 따른 2000원하는 CIMA(시마)가 출시예정으로 일반 흡연가들이 느끼는 상대적 소외감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나아가 재벌의 상속세나 대기업의 탈세에 대한 추징금 부담엔 소극적이면서 조세저항이 적고 세금 징수가 쉽다는 이유만으로 간접세만 인상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는 것이 대부분 흡연가들의 반응이다.
서민의 정당을 표방하고 나선 DJ정부가 '부익부 빈익빈' 등 빈부 차가 더욱 심화되는 현실속에 오히려 조세평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서민들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에 서민들 삶은 점점 더 궁핍해 지는데, 수천만원 짜리 골프내기를 하고 수십조원의 국민세금을 자신들 돈처럼 당당히 쓰는 부실재벌들의 모습속에 가진 자들이 더 살기좋아지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목도하며, 담배값 150원 인상에도 바들바들 떨어야 하는 서민층들은 이러한 현실에 배신감과 분노, 참담함마저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