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 공조에 심상치 않은 조짐이 연일 보이고 있다. JP와 자민련 지도부가 DJ와 민주당의 국정운영을 정면 비판했고, 민주당의 '당정쇄신'은 근본적으로 3당 연합으로 인한 정체성 상실을 문제제기 한 것이기 때문. 이에 한나라당이 자민련 보듬기에 나섰는데...

정부여당의 정국 주도권이 약해지면 질수록 자민련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것이며, 정치적 노선의 차이가 분명한 DJP 공조의 실효성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자민련은 내년 지방선거나 대선이 가까워 올수록 지난 16대 총선을 앞두고 DJP 공조를 파기했듯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독자적인 입지 구축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자민련, DJP 공조 틀을 벗어나나
DJ의 '개혁 지속론'과 NLL에 대한 정부 대응에 대해 JP가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는가 하면, 자민련은 민주당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자민련과의 공조로 인한 정책혼선 주장"에 대해서도 매우 불쾌해 하고 있다. JP는 "DJ와 대북문제 등을 상의한 적이 없다. 지금 우리나라 같은 전권적 대통령제 하에서는 국무총리도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며 DJ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양희 자민련 사무총장은 지난 26일 "민주당이 내각제 약속을 지키지 않고 5년을 집권한 만큼 빚을 갚아야 한다"며 "내년 대선 후보를 자민련이 맡는 조건이라면 민주당과의 합당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건으로 합당하지 않겠다는 역설적 의미가 강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자민련의 향후 행보를 위한 수순의 차원 아니냐"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지난 4.13 총선에서도 내각제를 강도 높게 들고 나오면서 DJP 공조를 파기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이완구 원내총무도 "DJP 공조는 정책공조일 뿐 선거공조는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어, "독자적인 목소리를 높이는 과정에서 돌파구를 찾자"는 자민련 내부적으로 합의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다.
이렇듯 자민련의 DJP 공조에 균열을 줄 수 있는 잇따른 발언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미묘한 움직임에 기인한다.
민주당 내 '개혁 강화론'-자민련의 설자리 잃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민주당의 미온적 태도에 자민련의 불만도 높다. 이상수 민주당 총무가 지난 21일 "운영위원장 직권 상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운영위원장실 점거로 흐지부지됐다.
민주당 내 '당정쇄신', '개혁 강화론'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자민련으로서는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사실 민주당 내 '당정쇄신'은 당 지도부의 개혁적 정체성 상실, DJP 공조 및 3당 연합의 '강한 여당론'에 의한 국정혼선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기본적으로 깔려있기 때문이다.
DJ가 당·정·청의 인사쇄신을 적극 검토하면서 자민련 몫의 국무위원이나 총리 교체가 유력한 것으로 여권에 회자되고 있는 것도 불만이다.
DJ의 '7월 대결단' 내용이 민주당 내 개혁세력을 전면에 내세워 이총재의 '보수노선'에 대항하는 '개혁노선'을 강화할 것이라는 유력한 관측이 대두되면서, 자민련의 입지도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자민련 내부적으로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또 '인사쇄신' 대신에 자민련 몫의 국무위원이나 총리의 교체가 여권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에도 크게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한 자민련 관계자는 "현 정치판 어디에도 자민련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제 민주당이 '설익은 개혁'을 계속 주장하고, 차기 집권 가능성도 줄어들고 있는데, 새로운 길을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내부에서는 차기 대선에서 'JP 옹립론'이 힘을 얻고 있는 상태다.
자민련 보듬기로 입장 바뀐 한나라당과 이총재-국회법 개정 하나
자민련을 인정하기 꺼려하던 한나라당에서 '자민련 인정' 분위기가 점차 커지고 있다. 비록 이회창 총재가 당론을 이름으로 "교섭단체 요건 완화"에 대해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최병렬, 강재섭 부총재는 "자민련의 실체를 인정하고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을 처리해 주자"는 견해를 이총재에게 피력했고, 박근혜·이부영·박희태 부총재도 "자민련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는 최근 민주당과 자민련의 불협화음을 더욱 부채질해 DJP 공조에 균열을 꾀하겠다는 의도뿐만 아니라, '보수 원조'라는 JP를 장기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나라당의 기존 구여권 보수층의 지지를 강화해 '이총재 대세론'을 확실히 구축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총재가 지난해 말 JP와 손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있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에도 합리적인 사람들이 있다. 지금 당장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해 주지는 않더라도 정기국회에서는 처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선 가까워질수록 JP의 몸값 상승할 듯
아무튼 JP는 지난 4.13 총선 전에 DJP 공조를 파기했듯이 언제든지 3당 정책연합을 거부할 수 있다. 최근 대북정책이나 '안보' 문제를 둘러싸고 DJ를 정면 비판한 것도 가볍게 치부할 수 없다는 게 정가의 해석이다.
그만큼 여권의 차기 대권 가능성이 낮아질수록 JP의 '딴살림 계획'은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DJ도 JP의 의도를 알고 있지만 쉽게 자민련을 놓을 수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DJP 공조 파기는 곧 '이총재 대세론'을 더욱 키우는 것으로 민주당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JP와 충청지역 맹주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이인제 민주당 최고도 "JP가 한나라당으로 돌아서는 것만은 막아야 할 입장"이다.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 최고측은 여권에서 JP가 이탈할 경우 충청지역의 양분으로 자신의 대중적 지지도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이 가까워 올수록 JP(자민련)의 몸값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JP도 이를 인식하고 DJP 공조를 벗어나 양당을 오가며 자민련의 독자적 생존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