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6개 언론사 및 3개 사주를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이제 '언론정국'은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언론사들의 반발도 더욱 커질 전망인데, 정부.정치권.언론은 "언론 길들이기냐", "아니냐"를 넘어 언론개혁을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할 성 싶다.

국세청은 오늘(29일)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국민일보, 대한매일 등 6곳의 법인과 조선, 동아, 국민 사주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협의로 검찰에 고발, 언론사 세무조사는 본격적인 검찰 수사국면으로 접어들어 사주들의 사법 처리 여부 및 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이미 지난 28일 전국 검사장회의에서 "공적·사회지도층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천명한 반면, 지난 27일에는 조선일보 기자들이 '대정부 투쟁'을 결의하는 등 정-언 대결은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 언론계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계기로 언론개혁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아지고 있어 언론개혁으로 발전할지 주목되고 있다.

조선·동아·국민 사주 고발-밝혀진 언론사 사주들의 비리

국세청은 방송 3사가 생중계하는 등 언론과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29일 11시부터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에 따른 검찰 고발 조치 사항을 공개 발표했다. 국세청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과 방계성 전무, 동아일보 김병관 명예회장과 김병건 부사장, 국민일보 조희준 넷스트미디어 회장을 탈세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에 따라 검찰에 고발한다고 발표했다.

조선일보는 1614억원의 소득을 탈루해 864억원의 세금을 추징 받았고, 이중 대주주와 관련해서는 주식우회증여 등의 협의로 모두 171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특히, 방상훈 사장의 경우 상속·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계약서를 허위 작성해 30억원을 탈루했고, 또 주식을 대물림해주는 과정에서 증여세 8억원을 탈루한 사실도 밝혀졌다.

동아일보에는 1700억원의 탈루소득을 적출해 827억원의 세금을 추징키로 했다. 김병관 회장은 동아일보사 명의신탁주식을 아들에게 실명전환하는 과정에서 증여세 40억원을 탈루했고, 차명계좌를 통한 법인자금을 세탁한 후 사적 용도로 사용한 사실도 밝혀졌다.

국민일보에는 총 536억원의 소득 탈루 혐의로 204억원이 추징됐다. 사주는 매매를 위장한 주식증여와 부동산취득자금 등 현금 증여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 외에 중앙일보는 법인세, 증여세, 소득세 등 850억원을 추징케 됐다. 특히, 중앙일보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직전에 증거인멸의 목적으로 회계관리 장부를 의도적으로 파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대한매일신보사는 총 탈루소득 237억원을 적출, 155억원을 추징했고, 한국일보는 총 525억원의 탈루소득을 적출하고 148억을 추징키로 했다.

검찰의 사법처리 여부 및 수위 주목-일부 언론사의 반발도 커질 듯

이로써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는 본격적으로 법인 및 사주의 사법처리 여부와 수위가 관심사안으로 떠오르면서 일부 언론사들의 반발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조선일보 기자들은 지난 27일 조선일보 편집국에서 기자총회를 갖고 "권력이 세무조사에 그치지 않고 언론을 향해 이념적 공세까지 퍼붓는 것은 교활한 언론탄압이요 언론길들이기임을 자백하는 것"이라며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조선일보의 적극적인 "대정부 투쟁" 선언과는 달리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경우 좀더 사태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세무조사 발표 내용을 지켜보고 대응책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아일보의 경우 사주의 공금 횡령까지 밝혀진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동아의 경우 조선일보처럼 사주와 기자들의 일치된 모습을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사주와 기자들의 정서가 많이 다르고 대정부 인식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동아일보 노조 관계자는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대체로 부인하고 있지만 세무조사 결과를 보고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듯이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아무튼 검찰은 서울지검 특수 1,2,3부에 사건을 일괄 배당키로 정했고, 28일 검사장회의에서 최경원 법무장관은 "공직과 사회지도층 비리에 대해서는 성역없는 수사를 전개해 엄벌해야 할 것"이라며 "부정부패 척결에 검찰력을 집중해주기 바란다"고 '엄정 처리'를 강조했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7월 사정설'이 기정사실화 되는 것 아닌가"하는 의혹을 품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등 정치적 공방이 검찰 수사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언론사 세무조사 사건 관련자들이 소환되기까지 최소한 1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정치적 외풍 없이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것도 검찰의 과제가 될 것이다.

검찰 고발을 두고 국세청과 청와대에서는 "퇴로가 없는 외길"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만큼 정-언 대결 양상은 예측할 수 없는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의 언론사 및 사주에 대한 검찰 고발로 전초전을 거쳐 본격적인 '언론정국'으로 돌입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정치권·언론계-언론개혁에 적극 나설 때

그동안 언론사 세무조사를 본격 추진하게 된 동기나 대기업과 형평에 맞지 않은 세무조사 결과 등으로 야당과 일부 언론들로부터 '언론 길들이기' 차원의 세무조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정부여당으로서는 언론개혁으로 연결시키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보인다. 사주에 대한 사법처리만으로 끝날 경우 두고두고 '언론탄압'으로 공격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언론개혁 차원으로 발전시키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라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가 아닌 언론개혁으로 본다면, 그동안 언론계와 정치권에서 제기됐던 언론개혁 방안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가 "언론사의 투명경영 틀을 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또 언론노조는 △대한매일 소유구조 개편 △신문공동배달제 실시 △언론사유화 저지와 무능경영진 퇴진 △정간법 개정 △세무조사 결과 투명 공개 등 5대 요구안을 갖고 정부와의 협상과 투쟁을 병행하고 있다.

언론사 세무조사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의 '재갈 물리기'가 아니기 위해서는 언론개혁 과제를 국민과 함께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도 언론개혁의 제도적 틀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