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에 따른 조선 중앙 동아는 대정부 투쟁에 나서고 있다. 언론개혁의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면서도 외압에 의한 언론개혁은 반대한다는 목소리다. 이 시점에서 265일간의 CBS노조파업의 해결은 주체적인 언론개혁의 모범사례로 언론계에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에 따른 조선 중앙 동아는 대정부 투쟁에 나서고 있다.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국민과 정부 그리고 언론사 내부에서도 인정하면서도 외압에 의한 언론개혁은 반대한다는 목소리다.

이 시점에서 언론개혁을 요구하며 지난 265일간의 파업으로 마침내 노사합의를 이루어낸 CBS노조 투쟁의 승리가 가져다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즉, 외압이 아닌 언론사 내부에서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고 언론 종사자들의 '주체적인 언론개혁만이 진정한 언론개혁'이라는 모범해답을 언론계에 던지고 있는 것이다.

6월 26일 오후 4시 기독교방송(CBS) 목동 사옥 2층, 사측 대표 김상근 목사(기독교서회 회장)와 민경중 노조위원장은 서로 서명한 합의문을 교환한 후 두 손을 굳게 잡았다.
이번 파업사태는 무려 265일간의 무노동 무임금과 8일간의 단식투쟁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른 노조원들의 승리라는 분위기다. 그러나 노조의 희생이 더욱 빛나는 것은 노조가 주장한 원안대로 정관개정안이 사측에 의해 전적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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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재단 이사회에 노조 참여, 언론개혁의 계기 마련

우선은 한국 언론사 최초로 노사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였던 정관개정안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수용한 것은 현재 언론개혁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아가 CBS 파업사태의 해결과정을 보면서 현재 정부와 여당, 그리고 언론사간에 커다란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언론개혁에 대한 단초를 제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획기적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정관개정안에 따라 신설되는 사장청빙위원회는 재단이사 4인 외에 직원대표 3인이 참여하게 되며, 경영자문위원회는 재단이사 3인, 전문인 3인, 직원대표 3인 등으로 구성된다. 또 재단 이사회도 교단파송 이사들뿐만 아니라 방송과 경영에 전문성을 갖춘 전문인사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재단이사회가 그 동안 가지고 있던 재단 기득권 및 CBS에 대한 지배지분을 노조와 외부인사들에게 손쉽게 넘겨준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노조원들의 9개월간의 투쟁으로 얻은 결과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측이 그 동안 노조에게 보여준 철저한 무대응 방식과 침묵으로 일관하다 이처럼 파격적인 합의를 한데는 기득권 내부에 보이지 않는 위기의식이 이번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도록 한 원인이 될 수 도 있다는 예측이다.

'종로5가 마피아'는 한국 기독교계의 시실리섬으로 전락하나?

김준옥 노조 사무국장은 지난 6월 8일 종로5가로 바삐 달려갔다. 지난 3일 노조는 KNCC 회장이자 기장 총회장인 김경식 목사에게 중재를 맡기며 결과를 따르겠다는 합의서를 써준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노조나 사측 역시 감독기관인 방송위원회를 제쳐두고 '종로5가'를 염두에 둔 것은 그곳이 이번 사태해결의 유일한 열쇠를 쥐고 있는 동시에 사태의 근본원인을 제공한 곳이기 때문이다.

진보성향의 6개 교단으로 구성된 KNCC가 위치한 종로5가는 물리적인 장소일 뿐만 아니라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힘을 키운 교계권력의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CBS의 한 간부는 "CBS 사태 해결의 유일한 해법은 '종로5가' 각 교단의 이해를 조율하는 표용은 이사장이 책임지고 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장이든 감리교든 예장통합이든 특정 교단은 중재 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지만 이번 사태의 당사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협상의 사측 대표로 나선 김상근 목사가 CBS 노사문제에 관한 전권을 노조로부터 위임받은 김경식 목사(기독교장로회총회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를 배제하고 김상근 목사에게 전권대표를 위임한 것은 표 이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사실 종로5가 마피아는 기독교 교단정치를 비아냥거리는 극단적인 표현이다. 종로5가 정치는 주로 교회연합기관의 요직을 둘러싸고 벌어진다. CBS, 기독교서회, KNCC 등은 교회일치운동의 정신에 따라 설립된 교회연합기관이다. 여기에 표 이사장을 비롯해 권호경 사장, 김상근 목사, 김동완 목사 등 교계 민주화 운동세대들이 89년 이후 교계정치의 막후 실력자였던 표 이사장의 도움을 받아 KNCC 및 CBS를 장기간 집권하게 된다.

종로5가권의 젊은 한 목사는 "민주화 투사였던 분들이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며 "이번 CBS사태가 그 극단적인 사례"라고 토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 해결의 간접적인 자극제가 된 것 역시 올해 말과 내년 초에 3대 메이저 기관들의 임기가 맞물려 있는 점도 CBS사태를 조속히 해결하는 데 일조했다. 종로5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기독교 진보 운동권이 CBS사태로 인해 더 이상 그룹 전체의 위상까지 동반추락을 바라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단이사회, 엔지니어 단식투쟁으로 탈진 후송, 방송중단의 최악 상태 예감

이번 사측이 CBS 노조원들과 전격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기술국 조합원들의 단식농성 참가가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는 후문이다.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단식 농성으로 탈진증세를 보이는 조합원이 속출했는데, 8일째인 25일 병원에 후송된 12명의 조원합들 중에 주조정실의 4명의 기술국 조합원과 지역국 기술부 2명의 직원들이 병원으로 후송되면서 사실상 방송중단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재단이사회가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기술부 직원들은 파업투쟁에 참여하지 않아 땜방식 방송이 전파를 탈 수 있었으나 기술부 직원들의 이번 단식농성참여에 따른 방송중단의 부담을 고스란히 재단이사회가 져야했기 때문이다.

이번 CBS사태 해결을 거치면서 노조를 지지하던 젊은 성결목사와 종로5가 마피와의 갈등, 또한 KNCC 회장 김경식 목사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면서 중재 루트를 둘러싼 종로5가 교권 그룹내의 갈등, 침묵했던 소위 3대 메이저 교단 통합·기감·기장 역시 교회연합기관 수장 자리를 놓고 형성된 분배 메카니즘 속에서 기득권 스스로 노조와 합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CBS사태 해결, 언론 개혁의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요즘 정부와 여당이 조세형평주의를 통해 언론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부풀려진 세금을 깎아주고 더 이상의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한 탄압을 중단할 것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CBS사태 해결을 보면서 언론개혁의 주체는 정부도 여당도 야당도 아닌 바로 언론사 내부의 노조와 일선기자를 중심으로 기득권 및 편집권을 지닌 언론사주와 갈등과 대립, 그리고 타협을 통해 이뤄낼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정부와 국민은 언론사 노조원들에게 힘을 실어 줄 수는 있지만 9개월간의 CBS노조투쟁을 볼 때 결정적인 해결은 CBS 사태해결의 위기의식을 지닌 언론사주들로부터 노조가 공감을 얻어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이번 CBS노조가 그동안 재단의 편집권 및 경영에 어떠한 견제도 할 수 없었던 기존의 체계에서 노사가 함께 언론사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은 실로 놀랄만한 언론사의 사건이다.

현재 언론사를 상대로 정부여당이 벌이고 있는 언론사 세무조사와 사주의 비리를 고발 조치하는 등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국민들은 언론개혁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CBS사태해결은 바로 언론사 사주의 부패와 세금의 누락 등 현재 족벌언론들이 행한 불법행위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앴다는 점이 바로 한국 언론사에 귀감으로 남게 될 것이며 언론개혁의 단초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높다.

홍준철기자(jchong2000@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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