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공당으로서나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울 정도의 '극단적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언론개혁이든 언론자유수호든 그 대의명분이 '살기등등한 언어폭력'으로 왜곡되고 있다.

최근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싸고 벌이고 있는 여야 공방이 '막가파식' 이전투구, '끝까지 가보자는 식'의 헐뜯기 공방으로 이미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

여당의 언론개혁 명분이나 야당의 언론자유수호 명분도 이들 양당의 살기등등한 언어폭력으로 그 빛을 잃고 단지 여야의 싸움을 위한 싸움으로 왜곡, 전락되어 버렸다.

◀사진은 시사저널 4월호(595호)

나라와 국민을 책임지는 공당이며 또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는 차기 대선 주자들의 '이성'을 상실한 듯한 '막말식 공방', '언어폭력 수준의 인신공격' 은 정치발전에 하등 도움이 되지도 않으려니와 언론개혁은 더더욱 멀어지게 만들고 국민들의 정치불신과 냉소만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빚고 있다.

또한 더 크게 우려되는 문제는 여야의 양 극단적인 편가르기식 극한대치가 국민들의 양극분열로 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김정일 답방 사전정지설"로 번지는 색깔공방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이 지난 30일 TV토론에서 "언론사 세무조사와 남북관계의 연관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 하순봉 부총재가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언론의 전폭적 지지를 받도록 사전 정지작업을 펴고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권철현 대변인은 "언론죽이기, 김정일 모시기보다 경제살리기가 우선인데 현정권은 정치권력 놀음에 나라 기틀이 무너지는 것도 모르는 철부지 정권"이라고 비난한데 이어, 장광근 부대변인은 "'언풍'은 '김풍(김정일 답방)'을 위해 김정일이 요구하는 보수언론 정리작업이라는 의혹이 짙다"고 주장.

박관용 부총재는 "김정일이 항상 '남한 보수언론이 장애물이고 조선일보를 폭파해야 한다'고 얘기한 것을 보면, 언론압살극이 답방 정지작업이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색깔론이라고 볼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이해찬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이 다른 방법이 없자 드디어 지역감정과 색깔론을 동원해 세무비리 수사를 막으려고 한다"며 "이것은 국민을 편가르기 해 본질을 호도하려는 술책"이라고 주장했고, 이협 총재비서실장도 "한나라당은 탈세조장당이고 지역분열당이며 용공음해당"이라고 맞받았다.

임채정 의원은 "야당이 터무니 없는 색깔시비를 재연하는 것은 매카시즘적 수법"이라며 "이는 한나라당이 군사독재정권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승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

한편, 김만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김대중 대통령이 선거가 다가오니까 페론주의.포퓰리즘 등 남미식 선동정치와 언론탄압의 정점으로 가고 있다"며 "초헌법적 사태"의 발생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언론사주 고발 - "비판언론에 대한 청부폭력" "쇠뭉치로 무자비하게 두들겼다"

한나라당은 국세청의 언론사 사주 검찰 고발과 관련 "법의 이름을 빙자한 김대중 독재권력의 비판언론에 대한 청부폭력"으로 극언하는 한편, 이회창 총재는 "법대로 했다지만 근저엔 '악랄하고 교활하게' 법을 무시한 의도가 있다. 정부·국세청이 진실인양 언론을 억압해 사회를 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극악한 의도를 보이는데 이런 '포퓰리즘'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한나라당의 언론수호 비상대책특위는 "비판적 신문에 대해서만 쇠뭉치로 무자비하게 두들겼다"고 까지 하였다.

추미애 지방자치 위원장은 "이회창 총재는 언론압살이라고 하는데 무슨 근거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이총재는 '늑대가 나타났다'고 계속 외친 양치기소년과 같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언론은 최후의 독재권력" "한나라당은 부패에 기생한 집단"
- 한나라당 "민중언론화 하자는 악질적 수법"

한편 민주당은 지난 2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언론은 최후의 독재권력으로 남아있다"고 규정. 민주당 전용학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언론을 "수구 기득권 세력", "부패한 특권세력"으로 선언했다. 또 전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수구기득권세력, 그들의 부패에까지 기생하여 대권을 잡겠다는 것은 대단히 부도덕한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권철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현 정권이야 말로 최후의 독재정권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한나라당 의원들 성토는 더욱 도를 넘어섰다. 지난 25일 재경위에서 정부당국자들에게 욕설에 가까운 인신공격성 발언을 퍼부었는데, 오홍근 국정홍보처장에게 박종웅 의원은 "맹목적인 충성파의 대변인"이라고 했고, 정병국 의원은 "언론장악 전위부대, 홍위병"이라고 말했다. 남경필 의원도 "정권의 앞잡이"라고 비난했다. 또 안택수 의원은 안정남 국세청장에게 "정권의 하수인"이라고 공격했다.

게다가 지난 28일 이회창 총재는 "정권이 언론개혁의 이름으로 언론사에 대해 행하는 것은 법의 이름을 빌린 언론에 대한 정치권력의 폭력"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29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안상수 의원은 "지금은 마치 쿠데타 같다"며 "장기집권으로 끌고 가겠다는 음모"로 규정했고, 급기야 이원창 의원은 "민중언론화 하자는 악질적 수법이다"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최고조에 다다른 노무현 고문과 한나라당의 혈투
-'이총재는 타락한 주류' 對 '타락한 주구' '인격파탄자'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한 정치권의 격한 감정적 대결은 노무현 민주당 고문과 한나라당의 싸움으로 더욱 고조됐다.

노 고문이 지난 21일 한 강연에서 "이회창 총재가 '언론탄압' 운운하며 정치공세를 펴는 것은 스스로 자신이 '타락한 주류'이자 수구세력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하자, 권철현 대변인이 기자간담회를 자청 노 고문에 대해 "조직폭력배 수준 발언이며 '타락한 주구'(走狗)", "인격파탄 상태" 등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이어서 지난 28일에는 노 고문이 민주당보에 "조선일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기관지"라고 비난하자, 조선일보측은 "이성을 잃은 언동을 되풀이하고 있는 사람이어서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나경균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특정신문을 매도하고 야당총재를 능멸한 의도적 망언”이라고 비난.

여야의 이전투구식 정쟁이 국민분열로

이렇듯 여야는 언론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정치적으로 이용해 정국주도권 확보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연세대 강상현 교수는 "언론과 정부, 여야가 편가르기 식으로 대립해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으며 세무조사 결과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평가·수정을 거쳐 제도적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대 김세균 교수도 "여야가 '이전투구식'으로 다투고 있다"며 이번 세무조사가 정쟁에 파묻히거나 국민분열적 공방으로 가는 것을 자제하고, 여야가 이성적으로 큰 원칙을 세우고 대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