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내 개혁 소장파 의원들과 보좌진 및 전문가 200여명의 회원 조직인 미래연대가 보수화되고 있는 당분위기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자 모였다. 미래연대에는 지금,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존재한다는데...

미래연대 소속 소장파 의원들이 미래연대에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을 대부분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래연대 위상과 향후 역할, 활동방향에 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미래연대는 그동안 '국가보안법 개정' '크로스보팅' '개혁입법 추진' '이총재의 보수화 및 1인 리더십에 대한 비판' 등 한나라당내 개혁정치를 실현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들은 주로 비DJ성향의 개혁정치인들로 구성되어 있는 공통점이 있고 지난 16대총선에서 개혁공천으로 입문한 사람들이다.
이러한 점때문에 그동안 미래연대가 "이총재 친위조직이냐"는 비판을 받았고, 또한 "국가보안법 개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당 지도부와 보·혁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총회 분위기는 이러한 보혁갈등을 지양해 나가야한다는 의견이 주류였다고 전해진다.
이날 정기총회는 2기 공동대표로 오세훈 이성헌 의원과 김본수 위원장(경기 용인을)을 새로 선출하고 사무처장에는 원희룡 의원을 임명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2기 대표들은 1기보다는 비교적 온건하다는 평을 듣고 있어 강성이었던 미래연대의 변화가 예감되고 있다.
미래연대 2기, 실현가능한 대안 마련 및 조직역량 확대에 집중
미래연대의 2기 공동대표들 말에 따르면 기존의 미래연대를 유지, 강화해 나가면서 '민생 및 정치개혁' 등 실현 가능한 사안에 활동을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드러났다.
오세훈 공동대표는 "정치권 전체에 새로운 기풍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라는 국민 여망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자기 반성에 따라 국회법, 선거법, 정치문화 등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분야에 개혁의 힘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성헌 공동대표도 조직역량 확대를 위해 "정치인이나 비정치인들에게 문호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원희룡 의원도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반영시키는 것이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당내 이질적인 집단으로 자신들을 규정하고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조기숙 교수는 미래연대 총회에서 발표한 "'미래연대'에 미래가 있는가?"라는 발제문에서 "미래연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해온 것이 보안법 개정인데, 보안법 개정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이념갈등만 표면화시키는 것"이라면서 "이념대결로 끌고 갈 것이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한 협상론적 접근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는 개혁적 소장파 의원 및 원외위원장과 보좌관 그룹, 그리고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전문가 그룹 등 약 200여명의 회원들 모임인 미래연대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취지와 다르게 일반회원들의 참여가 사실상 가로막히는 의원 중심의 정치적 활동으로 경도된 점을 지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개혁적인 정치적 활동보다는 한나라당 내외의 젊은 인사들을 아우르며 현실적 대안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연대 2기-개혁 소장파의원 '개혁전위대'에서 '30-40대 대중조직'으로 성격 변화
미래연대는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보좌관 및 당 외부의 전문가그룹으로 구성된 회원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소장파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이 언론에 주목되고 소장파 의원들의 활동이 곧 미래연대 활동으로 인식돼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총회를 기점으로 미래연대가 '30-40대 회원조직'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찾고 국회의원들의 정치활동보다는 '민생 및 정치개혁 방안' 등 실현 가능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어서 그동안 국민들에 비쳐졌던 미래연대의 활동이 크게 변할 것으로 관측된다.
즉, 소장파의원 중심의 '개혁 전위대'에서 30-40대 대중조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무처장인 원희룡 의원은 "그동안 목소리를 내야하는 것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이 미흡했다"며 "정치적 순발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를 만들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국가보안법 문제와 관련해서도 최초에는 소속 의원들 중 과반수 이상이 '보안법 개정 시기상조론'을 제기했고, 약 3개월간의 지루한 토론과 설득 끝에 보안법 개정에 합의했고, 국회 상정보다는 당 지도부에 제출하는 것으로 결론 나기도 했다.
그동안 미래연대는 농촌활동 등을 통한 '이총재의 이미지 메이킹적' 측면을 보이면서도 보수적인 한나라당 내에서 개혁적이고 신선한 목소리를 냄으로써 한나라당의 활력 있는 모습을 보여줘 국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 왔다. 그러나 회원조직으로서는 순발력 있는 정치 활동은 거의 불가능하다. 의원 중심의 정치활동의 한계가 보여지는 대목이다.
현실노선으로 바뀐 미래연대 2기- 당이 보수화되면 소장파 입지 축소될 수도
한편, 미래연대의 이후 활동이 "정치적 사안에 자기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제도적 대안 마련에 집중"하기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정가에서는 이를 두고 이총재가 보수노선을 강화하면서 개혁적 소장파 의원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사실 미래연대로서는 당 지도부로부터 '반란군'으로 인식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고, 2기 대표체제의 출범도 이러한 인식이 밑바닥에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언론사세무조사 문제를 한나라당 지도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의혹"을 제기하자, 김원웅, 이부영 의원 등 개혁적 의원들이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고, 미래연대 전 공동대표인 김부겸 의원은 4일 있을 "'언론사 세무조사 규탄대회'에 아예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는데, 이에 대해 미래연대는 당내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래연대 한 관계자는 "정치권과 30∼40대 국민들은 미래연대 소속의 개혁적 소장파 의원들이 한나라당 내에서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고 이총재가 이를 수렴해 나가는 모습에서 미래연대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이 생기 넘치고, 정치적 가능성까지 엿볼 수 있었다"며 "미래연대가 이러한 개혁적 이미지를 희석시켜 나갈 경우 한나라당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미래연대가 정치적 방향과 목표가 아직 불투명한 것으로 보여지는 부분이다.
미래연대는 분명히 대선이 가까워 올수록 "이총재를 당선시켜야 한다는 부담과 개혁적 이미지를 어떻게 살려 나갈 것인가"가 상충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에서 비켜서서 움직일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조기숙 교수가 "미래연대가 합리적 중간지대로서 흑백논리와 상징의 정치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을 하고, 또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실 미래연대의 근본적 한계는 그 개혁의 최종 목표가 분명치 않다는 데 있다. 즉, 이회창 총재 당선인지, 반3김 개혁정치의 실현인지가 분명치 않은 것이 근본한계라는 지적이다.
미래연대의 정체성을 현실적 측면에서 보는 사람들은 미래연대는 '이회창 후보 당선을 위한 비판적 개혁그룹'의 성격라고 규정하면서, 그렇다면 "이총재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분명히 하고 이총재의 개혁적 측면을 살리고 극대화시키는 노력에 집중할 것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있다.
한편 미래연대의 개혁목소리가 보수세력이 강한 한나라당내에서 과연 유지되겠느냐며, 구조조적인 한계에서 오는 근본적인 회의론을 제기하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미래연대 정기총회 조기숙 교수 발제 전문-「'미래연대'에 미래는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