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대선 후보 분열로 인한 뼈져린 패배를 맛본 30-40대 민주개혁세력이 중심이 돼 '민주당의 개혁적 정권 창출'을 목표로 『개혁연대』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노무현 고문 사조직이라는 구설수가 돌고 있는데...

내년 일련의 선거를 앞두고 30-40대 386세대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3일 70-80년에 민주화운동의 세례를 받고 한국 사회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30∼40대의 민주개혁세력의 모임인 「민족화해와 지역통합을 위한 개혁연대(가칭)」(이하 개혁연대)가 추진모임을 갖고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지난 3일 개혁연대 사무실개소식에서 만난 문성근 '개혁연대'공동대표는 '87년의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개혁세력내의 단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개혁연대'는 민주당 외곽에 있는 젊은 30-40대들을 조직화 해 개혁적 정권을 형성·발전시킬 수 있도록, 민주당 내 개혁적 후보가 내년 대선에서 당내 경선과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주변에서는 '개혁연대'가 "특정인을 위한 조직 아니냐", "벌써부터 특정 정당의 특정 주자에 대한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힘이 실리겠느냐"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고, 민주화운동 세대인 30-40대 386세대들이 내년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도 자못 궁금하다.

'개혁연대', 87년 후보 분열이라는 뼈저린 패배를 극복하자

30-40대 민주화운동 세대는 87년 대선에서 후보 분열이 70-80년대 민주화운동의 성과를 '정치세력화'하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그 결과 '문민정부의 실패', '국민의 정부의 굴절'로 나타나는 등 '절름발이식 개혁'으로 점철돼 왔다고 대부분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소위 30-40대 민주개혁세력이라고 불리는 386세대들은 내부적으로 차기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새로운 논쟁이 시작되고 있다.

그 결과 일부 30-40대 그룹들이 먼저 '개혁연대'를 띄우고 민주개혁세력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연대' 문성근 공동대표는 "개혁세력이 하나로 뭉쳐서 지역주의라는 질곡을 타파할 수 있는 지도자, 민주·개혁세력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인물, 젊은 세대를 이끌 수 있는 인물, 당선 가능한 인물을 통해 2002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며 "분열로 인해 쓰라린 패배를 맛보았던 87년의 경험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고문 비판적 지지 청년조직'이라는 구설수가 도는데

그런데 '개혁연대'에 대해 젊은세대 일각에서는 환영 일색만은 아닌 것 같다. "87년 분열로 인한 뼈저린 패배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2000년 대선에서는 '개혁정권'을 창출해 나가자"는 뚜렷한 대의 명분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혹을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무엇인가?

'개혁연대' 출범에 일정정도 관여했던 한 인사는 "처음 '개혁연대'를 논의하기 시작할 때는 어느 대선 캠프와도 관계되지 않은 인물이 중심이 돼 조직화를 꾀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인물을 찾기가 힘들었다"면서 "노 고문측과 관계된 인사들이 상대적으로 적극 참여함으로써 노 고문의 사조직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개혁모임'을 '노무현 고문의 비판적지지 그룹'으로 보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 그는 "그러나 이 모임은 다른 '사조직'과 달리 스스로의 회비와 성금을 그 재정원으로 하며 앞으로는 예를 들어 '다른 개혁적 후보가 노 고문보다 본선 승산이 높으면 오히려 노 고문을 주저앉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도'의 개방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개혁연대' 추진모임 사무실 개소식이 있던 날 뒤풀이에 노 고문이 마지막까지 앉아 있어, 사실상의 좌장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혁연대와 관련있는 다른 인사는 "각 대선 캠프에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을 찾을 수 없었다며, 민주당 내 386세대 정치인인 임종석, 송영길 의원과 이인영, 오영식 위원장 같은 사람이 총대를 메면 모양이 좋았을 텐데, 이들은 아직 선뜻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이는 이들 386 정치인들이 대선 주자들의 눈치를 보거나, 아니면 '노 고문지지 성향이 강한 조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여진다.

또한 '제3의 힘'의 한 회원은 "실제로 '개혁연대' 이야기는 노 고문의 이야기로 들릴 텐데, 과연 개혁세력의 힘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고, 다른 대선주자를 돕고 있는 한 관계자는 "역사적 당위성을 갖고 '노무현 고문을 지지하는 모임'으로 분명히 밝히지 왜 밝히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개혁연대, 단호히 부정 - 노 고문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혁적 정권 창출 및 감시"가 목적

그러나 '개혁연대' 김철 사무국장은 "아니다. 크게 오해하고 있다"며, "회원들 중에 일부가 노 고문측과 가까운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렇게 단정해서야 되겠느냐"고 단호하게 부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혁연대'는 대선에서 개혁후보 단일화를 통한 개혁적 정권을 창출하는 한편, 그 개혁정권이 향후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정치적 기반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사실 '개혁연대'의 역사적 명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 개혁적 후보 지지자들을 모두 포괄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럴 바에는 '실현 가능한 개혁세력의 대안은 노 고문'임을 분명히 천명하고 민주당 경선 전에 있을 통합 논의의 내실을 기하고 다른 정치적 조직과 경쟁하는 게 타당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민주당 내 개혁적 후보를 당선시키고 감시하겠다는 '개혁연대'의 입장에 대해, 일찌감치 386세대의 정치세력화를 표방했었던 '한국의 미래, 제3의 힘'은 비판적이다.

'제3의 힘'의 김서용 창립소위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기존 정당이나 대선주자들의 '호불호'를 염두에 두지 않고 제3의 정치세력화가 최종 목표지만, 우선 지방선거에서 '제3의 정치세력'을 최대한 집결해 기존 정당이나 개혁적 후보와 연대할 수 있을 것이다"며 "그것도 제3의 정당 건설이라는 최종 목표를 실현하는데 대한 유불리가 결정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투명한 활동으로 개혁세력들 간에 상처 줘서는 안될 것

2002년 대선이 가까워 오면서 30-40대를 비롯, 민주화운동세력, 시민운동세력이 어떤 형식과 정책적 내용으로 대선에서 정치적 역할을 담당할 것인지, 또 누구를 개혁적 후보로 내세울 것인지 논란이 점점 커질 전망이다. 또한 30-40대 개혁적 역량이 얼마나 결집될 것인지도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87년과 같이, 서로가 최종적인 정치적 목표를 뒤로 숨긴 채 애매한 입장만을 밝혀 결국 반목과 갈등을 조장했었던 과거의 모습을 답습해 서로에게 상처를 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개혁연대든 제3의 힘이든 모두 87년의 분열과 대립, 투명하지 못한 정치적 입장에 따른 상처를 잊지않고 있고, 지금 대선에 임하는 개혁진영내의 움직임도 이러한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문제의식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때문에 투명하고 선명한 정치활동만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고, 또한 비록 지금은 작은 차이가 있다고 할지라고 이후 다시 하나의 흐름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태동하고 있는 민주화운동세력의 다양한 정치적 움직임에 국민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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