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박진영이 '섹스는 놀이여야 한다'며 한국의 폐쇄된 성문화를 성토하는가 하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의 손봉호 대표는 '성의 상품화'...

요즘 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박진영이 '섹스는 놀이여야 한다'며 한국의 폐쇄된 성문화를 성토하는가 하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의 손봉호 대표는 '성의 상품화'라며 음반판매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서울 경찰청 김강자 방범과장의 '공창(公娼) 설치론' 입장표명에 대해 여성계의 반발과 더불어 사회적 논란이 심한 가운데 최근 서울고검 강지원 검사가 검찰 통신망을 통해 공창론을 정면 반박하는 글을 게재해 청소년 윤락문제에 대한 '검경 2인조'라 불리던 두 사람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청소년 성매매 처벌범위 법적잣대 논란으로 지난 9일 법원이 15세 가출소녀 A양과 성관계를 맺은 2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건도 성에 대한 관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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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최근 대중매체, 인터넷, 핸드폰을 비롯한 각종 통신수단의 발달과 더불어 전통적인 성 규범의 해체와 성 개방 및 쾌락주의적 성 문화의 확산으로 남녀를 불문하고 개인들의 성 의식에 커다란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이 변화는 자본주의 경제의 요인들과 맞물리면서 성 상품화와 매매춘을 확산시키는 역기능도 낳고 있다.

이젠 성에 대한 담론은 그 자체로 여성의 인권과 궤적을 같이할 뿐만아니라 인간의 종족보존의 기능에서 벗어나 인간 본능적인 쾌락을 위한 방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동안 유교적 전통을 소중히 하는 한국사회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던 성이 양지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박진영, "내 나이에 섹스는 자유스러운 것, 쾌락을 노래하는 게 왜 저질인가"

지난 6일 이화여대 '대중음악에서의 표현의 자유,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공개토론회에서 박진영씨는 자신이 생각했던 한국인의 성문화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오히려 성적으로 미국이 더 건강하다"며 "차라리 우리의 성문화가 미국을 닮고 미국처럼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부부와 애인 사이에 필요한 것은 쾌락을 쫓는 즐겁고 아름다운 난잡한 섹스다"라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한국인의 성 인식에 대한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인의 남자와 기성세대들의 점잖게 위선을 떠는 (성에 대한)이중적인 가치관이 문제이며, 이젠 쾌락에 솔직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는 "사람들의 성적 호기심에 자극해 돈을 벌려는 발상"이라며 "성의 상품화라는 상업성에 치우친 박씨의 앨범은 청소년에게 유해할 뿐이다"라고 검열을 요구하고 있다. 기윤실의 성에 대한 강박관념, 도덕적 순결주의에 대한 과민반응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음에도 이번 '게임 논란'이 기존에 있었던 가수 박지윤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평이다.

즉, 기윤실이나 박진영씨에게는 양쪽 다 잃을 것 없는 소모적 논쟁으로 끝이 날 수 있다는 데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다시 한번 성이 가장 현대 사회에 어필할 수 있는 소재로만 머물면서 성 논란이 성 담론으로 끝나지 않는 한 이런 비판에 어느 쪽도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강지원 검사 '단속과 처벌로 매매춘 감소', 김강자 방범과장, '성욕배설장소로 공창제도 도입'

강지원 검사와 김강자 방범과장의 '공창제도' 공방은 박진영씨와 기윤실과의 성 상품화에 대한 논란에 비해 한 걸음 앞선 '여성의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다소 복잡하면서 진일보한 논쟁이다.

강지원 검사와 같이 공창을 반대하는 입장의 요지는 매매춘의 불법화가 지속되어야 하며 단속 강화를 통해 매매춘을 축소 또는 근절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중심에는 매매춘, 즉 성을 사고 파는 행위는 여성의 인격을 파괴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라는 규범적, 도덕적 판단이 깔려 있다. 그리고 남성중심의 성 차별적 문화라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며 성 매매를 허용하는 것은 성을 사는 사람, 즉 남성들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이라는 사회학적 설명도 제시하고 있다.

반면 매매춘 합법화를 주장하는 김강자 방범계장을 비롯한 학계의 입장은 매매춘 자체는 엄연한 불법이지만 돈만 있으면 가능한 실정이라는 우리의 현실을 인정하고 공창을 합법화해 나머지 지역에 대해 엄히 단속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기한다. 즉 현재와 같이 도시 전체에 음성적으로 매춘이 보편화한 상황에서 '제도적인 성욕 분출구'를 마련해 성범죄의 예방은 물론 미성년 매춘이나 윤락녀 폭행 등을 막기 위해서는 공창제도를 옹호한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매매춘을 완전히 없앨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2001 한국인과 성, 한국인은 변하고 있다!

동해대 정태석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성과 관련된 현대사회의 변화 양상들을 주목하며 그 변화요인을 추적함으로써 한국인의 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를 증명하고 있다.

첫째는 피임법의 발달로 생식과 성이 분리되면서 성의 쾌락적 기능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전통적 집단주의적 성 규범이 약화되면서 성 의식이 개방화되고 청소년들의 성, 결혼전 성, 사랑과 성으로 인한 이혼, 외도 등이 점점 증대하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셋째로 이런 개방 풍조속에 성욕과 사랑의 분리,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의 분리 경향이 심해지면서 사랑 없는 성관계, 일시적인 육체 관계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대중매체, 인터넷 핸드폰 등 각종 통신수단의 발달로 성에 대한 다양한 담론과 정보가 유통되면서 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인의 성에 대한 박진영씨의 발언이나 과거의 O양 B양의 비디오 사건, 그리고 아울러 현대사회의 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요인들이 자본주의적 상품화 경향과 맞물려 오히려 매매춘을 부추키고 있다는 측면이다.
박진영씨의 사랑하는 사람과 부부간의 자유로운 섹스를 얘기하면서 미혼자나 독신자 나아가 청소년들의 성적 욕구를 논외로 한 채 성의 자유를 논한다거나 기윤실의 성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엄숙함도 매매춘을 부추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공창제의 설치' 반대는 성에 대한 솔직한 담론이 예전과 달리 자유스럽게 방송에서 흘러나오고 대중들의 시각이 변하고 있는 시점에서 단속과 처벌로 성욕이 억제된다는 것은 다소 현실감이 떨어진다. 오히려 매매춘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면서 엄격한 교육, 지도, 단속, 처벌 나아가 매춘여성에 대한 일자리 마련, 복지확충, 현실성 있는 성교육 등을 통해 장기적인 사회적 대책들이 필요한 것이다.

이젠 성은 인간 본성에 충실해야 한다는 한국사회의 아젠다로써 공론화하고 무엇보다 한국인 성문화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성담론의 자리를 계속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할 때이다.

홍준철기자(jchong2000@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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