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심상치 않다. 각 대선 주자들의 자기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구심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구심력을 다지기 위해 구성하고 있는 '중도개혁 포럼'도 대선주자들의 공략 대상으로 전락, 원심력 강화로 나타날 위험도 높은데...

집권후반기 'DJ중심의 구심력'이 약해지면서 '대선주자 중심의 원심력'이 강화되는 조짐이 눈에 띠게 드러난다.
한화갑 최고가 언론 세무조사와 관련, "온건파 입지를 살려야한다"는 발언을 해 여권내 강·온 기류가 있음을 내비쳤고, 김중권 대표는 "당정쇄신 필요성은 사라졌다"고 말해 쇄신파와의 갈등을 재차 드러냈다. 또한 노무현 고문은 이인제 최고와의 '양자대결'을 선언, 다른 주자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DJ가 국정운영의 어려움이 가속화되는 것을 염려해 DJ대리인을 내세로 '중도개혁 포럼'을 구성, 구심력 다지기에 나서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한 원심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집권후반기로 갈수록 '성공한 대통령'과 '성공할 대선후보' 사이에서 오는 여권의 딜레마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며, 벌써부터 민주당은 그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각 대선주자들의 목소리 커지는 민주당
한화갑 최고는 월간 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에 대한 검찰수사와 관련, "언론사주가 구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밝혀, "사주 구속도 불사하겠다"는 청와대 강경노선에 눌려 눈치를 보고 있던 온건파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특히 그는 "강경파와 온건파가 대립하고 있을 때는 온건파의 입지를 살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여권 핵심부가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어져 있고, 정국운영 방안에 대해 서로 이견이 대립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청와대 및 김근태 최고와 노무현 고문은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는 등 민감한 상황에서 나온 이러한 한 최고의 발언은 여권 내부를 크게 요동치게 할 것으로 보이는데, 한 최고의 국정운영 방안이 채택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또한 김중권 대표는 "전에는 당정쇄신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가뭄정국으로 유보되고 이후 새로운 정치 현안들이 돌출하면서 거기에 맞춰 대응하다 보니 정치 상황이 변했다. 당을 개편할 이유가 현재로선 없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이미 여권 지도부가 "조만간 당정쇄신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필요성조차 부정하고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당내에서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는 김중권 대표 교체 설에 쐐기를 박는 한편, DJ의 신임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한 '방어용'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난 18일 쇄신파인 신기남 의원은 당 지도부가 "당정개편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8월까지는 인사쇄신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민심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주장해 쇄신파의 집단적 움직임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노무현 고문도 20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대선구도에 대해 밝혔다. 노 고문은 이인제 최고와의 '2강 구도'로 형성됐음을 강조하면서, "조금있으면 이 최고를 '추월했다'고 표현하겠다"며 대선레이스의 자신감을 피력했다. 다른 대선 주자들에게는 여간 거슬리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정동영 최고는 '세대교체론' 등을 주장하면서 여당내 경선구도에 적극적으로 한발을 들이밀었다. 최근에는 당내에서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지만, '개혁과 세대교체'이미지를 모두 갖고 있는 정 최고의 대선행보에 다른 주자들이 긴장할 만 하다.
대선 영향력 행사를 위한 그룹핑 경쟁
이렇듯 대선 주자들의 각개 약진이 더욱 강화되고 당내 역관계에서 개인적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것과 함께, 당내 그룹핑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은 동교동계, 구 여권출신인 입당파, 개혁파 등 계파 중심으로 나뉘었던 구조에서 각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그룹핑되고 있는 양상이다.
정균환 총재특보가 추진중인 '중도개혁 포럼'은 20일 현재 47명이라는 많은 의원들이 참여하고 하고 있다. "이 포럼은 권노갑 전최고의 구동교동계가 당내외로부터 심한 견제로 움직이기 힘들고, 한화갑 최고는 대권 도전과 당 관리 사이에서 아직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동교동계 공백 상태를 절묘하게 활용한 측면이 강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말이다.
특히 이 포럼에는 동교동계와 가깝지만 어느 대선 주자들과 관계를 맺지 않고 관망해왔던 의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당 구심력'을 강화하겠다고 만든 이 모임이 대선 주자들에게 '공략대상의 관망파'만 분명히 가시화시켜 오히려 원심력 강화라는 역효과로 나타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도개혁 포럼' 이외에도 민주당은 의원들의 성향에 따라 다양한 그룹으로 모임을 형성하고 있다. 정동영 최고를 중심으로 개혁적 소장파 의원들이 모여 정풍운동을 주도했던 '바른정치모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들은 최근 단합대회 겸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정풍운동 이후 더욱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8일 '바른정치모임'은 자체 간담회를 갖고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논의했다.
이외에도 신계륜, 송영길 의원 및 허인회 위원장 등 386 원내외위원장이 참여한 '대안과 실천'은 동교동계에 가까운 젊은 의원들의 모임이라는 소문이 있다. 더불어 이해찬, 임채정, 장영달 의원 등이 중심이 된 '열린정치 포럼'도 재야 입당파 의원들로 구성돼 있지만 친동교동계로 구분된다.
민주당, 갈수록 대선주자 중심의 원심력 강화될 듯
집권후반기에 접어든 DJ정부가 "아무리 DJ중심의 국정운영을 강조한다"해도 경선을 염두에 둔 여권내 대선 주자들의 개별적 행동은 더욱 강화되고, 매 시기마다 독자적인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여권의 생리다.
또한 각 대선 주자들을 둘러싼 세력들은 당내 경선과 대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그룹핑 및 정치적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문제는 각 대선 주자들이 '성공한 DJ' 를 통한 정권재창출"을 강조하고 있지만 서로 미묘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권력의 속성상 '성공한 대통령 →정권재창출'의 단순방정식으로는 전개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미래의 성공을 꿈꾸는 각 대선주자들이 생각하는 '성공할 대선후보'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대통령'을 위해서는 당장 차기 대선주자들에게 납작 엎드린채 DJ의 구심력하에 모일 것을 원하고 있기때문에 아무리 DJ정당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통제를 차기주자들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성공한 대통령'을 위해서는 각 대선주자들의 경쟁적인 독자행보과 당내 제 세력들의 이합집산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DJ의 핵심고민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DJ가 임기의 안정적 마무리를 위해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한 원심력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