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결의문'으로 여야공방은 물론 사회적 양극화현상이 법조계로 확산되고 있다. 그로인해 DJ정부로 부터 중도층의 이탈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도층을 우군으로 끌어들이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인데...

◀DJ개혁이 법을 어기고 있다며 비난에 나선 대한변협
민주당은 즉각 "보수·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며 "구체성없이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맹비난 했고, 한나라당은 "지성인과 양심세력으로부터 배척받는 역사의 실패자가 될 것임을 깨달아야 한 것"이라고 공격하며 정국반전을 꾀하려 시도하는 등 공방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협의 이례적인 정부 공격 결의문에 대해, "본격적으로 여론 주도층이 정부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지난 22일 제주도에서 열린 전경련 포럼에서도 "정부정책에 강한 불만"을 피력한 것과 결부돼 "수구기득권 세력의 조직적 저항"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로써 언론사 세무조사로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확보한 후 강도높은 공직자 사정과 서민안정 정책에 이어 진행될 당정쇄신을 통해 민심을 잡겠다는 여권의 정국운영 구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듯 싶다.
변협의 이번 발표로 사회적 양극화현상이 법조계로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DJ정부의 개혁추진과정에서 양극화현상이 심화되면서 교육계, 의약계, 재계, 언론계, 공무원, 그리고 법조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DJ가 야당시절 든든한 우군이었던 변협이 DJ에 반기를 든 것을 볼때, 결국 DJ정부는 중도그룹을 개혁의 우군으로 끌어들이는데 실패함으로서 DJ개혁 성공에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기득권층의 저항"이라고 강력 성토하는 민주당
대한변협의 결의문은 "정부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법치주의를 역행하고 있고,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졸속입법으로 엄청난 혼란과 비용부담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법치주의 실현에 노력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보수·기득권층의 저항"이라며 강력 성토하는 분위기다. 김중권 대표는 "어떤 목적을 갖고 그러한 결의문을 썼다고 밖에 볼 수 없어 법조인으로서 부끄럽다"며 변협의 정치적 의혹을 제기했고, 전용학 대변인은 "결의문이 현실인식과 사실판단 등에서 상당한 괴리와 오류를 보이고 있다"며 "막연히 '경향'이라는 표현으로 국회의 제도개혁 자체를 비난하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또 추미애 지방자치위원장은 "수구기득권의 저항"이라고 규정했고, 이해찬 정책위의장은 "변협이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민주당 한 의원은 "정재헌 변협회장이 대표적인 보수성향의 인물인데다 경기고 출신으로 이회창총재와 절친하다는 점이 결의문 작성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이총재의 개입 여부에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공식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매우 불쾌해하면서 "터무니 없다"는 입장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의 정부는 법과 원칙을 엄격히 지키고 있어 그러한 결의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론주도층의 비판을 귀담아 들어야" '각성'을 촉구하는 한나라당
반면, 한나라당은 '변협의 결의문이 DJ정부에 대한 반감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고, 이러한 반감이 여론주도층인 변호사들로부터 폭발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5공 때 전두환 정권을 비판한 이후 처음 이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각성'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이 정국을 반전시켜 보겠다는 기회로 삼아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권철현 대변인은 "아래 위 할 것 없이 현 정권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극에 달했다"면서 "변협이 대중선동주의적 개혁의 위험성을 신랄하게 지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기배 사무총장은 "이제 대통령은 벌여놓은 일들을 수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기춘 총재특보단장은 "법조인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문제를 대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총재도 특보단회의에서 "변협성명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라고 언급한데 이어 인천지역 시국강연회 연설에서 "언론사 세무조사는 법의 이름을 빌린 폭력"이라고 비난했다.
법무부,민변 "변협주장은 잘못"-법조계 양극화현상
정치권에서 변협 결의문 3항에서 제기한 '졸속입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변협에서는 의료관련법과 구조조정촉진법 등을 대표적 사례로 지목했으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 합의에 의해 처리한 법률을 두고 변호사들이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면서 "국회의 입법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불쾌해 하기도 했다.
또한 법무부는 "변화와 개혁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며 진정한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해서도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며 "어떠한 개혁의 추진도 법과원칙에 입각해 법질서 테두리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더불어 민변은 즉각 성명을 내고 "변협이 여야간 정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개혁 자체가 법치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처럼 주장한 것은 내용이나 시기상으로 적절치 못하다"며 "일부 야당이나 언론이 결의문을 근거로 변호사 전체가 개혁정책에 반대하거나 언론사 세무조사가 불법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는 해석은 아전인수식 판단"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민변은 "변협은 개혁입법을 통해 실질적 법치주의 구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이로서 법조계도 DJ개혁을 둘러싸고 양극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우군을 확보 못한 DJ정부-화합과 포용의 개혁만이 DJ개혁 성공의 키
어쨋든 DJ정부는 개혁을 추진하면서 '여론주도층이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등을 돌렸든, 수구·기득권세력의 저항'이든 사회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국정운영 수행에 큰 시련을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변협은 대표적인 여론주도층으로 자리매김해 왔었던 점으로 미루어 정치적 반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변협의 집단적 반발은 집권후반기에 들어선 DJ정부의 힘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뿐만아니라 전경련의 제주도 포럼에서도 정부에 대한 성토 발언이 집중적으로 제기됐고, 회장단이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에 "재벌 규제완화 조치"를 재촉구하고 나선 것도 힘이 빠지고 있는 DJ정부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교육개혁 과정에서 교총 등 교사들의 반감이 높아졌고, 의약분업 과정에서는 의료계가 불만이 고조됐다. 또한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민주노총 등 노동자들의 반감도 매우 높다.
통일정책, 언론사 세무조사, 고강도 공직사정 등 급속한 개혁이 국민적 양극화만을 심화시켜 결국 중도층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집권후반기 권력누수 현상이 심화되어 안정적 국정운영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듯 DJ개혁은 아직 명확한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DJ정부에 대한 부정적 측면만 강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소수정권이라는 한계에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도파를 우군으로 확보하여 국민적 힘이 뒷받침될 때만이 그 개혁이 성공한다는 지극히 자명한 원칙을 DJ정부는 무시하였다.
지금의 중도층 이탈은 바로 DJ정부의 개혁이 '우군흡수'에 실패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는 반증이다.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도파를 최대한 끌어들이고 반대파를 최소한으로 묶어둬야 한다'는 기본적 전략이 무너지면서 그 쏠림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군흡수에 실패한 DJ개혁에 대해 일각에서 '정파적 개혁이고 국민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는 날카로운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회의 중도개혁층, 중도보수층을 개혁의 우군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는 한 DJ개혁의 성공은 그리 쉽지만은 안을 것으로 보인다. '전위적인 개혁'이 아니라 '화합과 포용을 전제로 한 개혁일때만이 그 개혁은 성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