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재오 총무가 '대통령 탄핵소추 검토보고'를 총재단회의에 재출하면서 정치권은 '탄핵정국'으로 소용돌이 치고 있다. 한나라당의 '대통령 탄핵' 거론은 "국가적 장래보다 정파적 이해를 앞세운 정치공세"라며 이성을 잃은 행동이라는 비판여론이 높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25일 '김대중 대통령 탄핵소추 문제'를 공식 제기함으로써 '국론분열'에 기름을 붓고 나섰다.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었다"는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이로써 정치권은 '탄핵정국'으로 소용돌이칠 것으로 보이며, "자칫 국가적 존망의 위기로 치달을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가고 있다.
한나라당 총무단의 공식문건 '대통령 탄핵소추 검토보고' 총재단회의 제출
한나라당은 지난 24일 이재오 총무의 '대통령 탄핵' 발언을 개인적 의견으로 치부하면서 단순한 헤프닝으로 끝내려 했으나, 25일 이 총무는 총재단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 탄핵소추 검토보고'를 제출함으로써 '대통령 탄핵' 문제는 단순한 개인적 차원의 의견이 아닌 한나라당 내부에서 공식적인 논의 안건으로 자리잡게 됐다.
특히, 이 '탄핵소추 검토보고'가 한나라당 총무단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된 결과를 문건으로 작성한 것이고, 총재단회의에서도 정식보고로 접수해 "추후 논의해 갈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냄으로써 정치권은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이 총무는 김 대통령의 '3대 국정파탄'으로 △국가채무 급증과 실업자 양산을 비롯해 국민생활의 어려움 가중이라는 경제파탄 △남북관계의 전략적 이용으로 민족 구성원 내부의 갈등 심화 △세무사찰을 빙자한 언론탄압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자유 유린 등을 꼽았다.
또 그는 "대통령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로 성립되기 때문에 우리당 의원 132명에 4명의 의원만 더 확보하면 과반이 되므로 탄핵소추 발의가 가능하다"면서 "총무단은 대통령이 법률을 어긴 것,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 법률을 초법적으로 운영한 것 등에 대한 사례를 철저히 조사에 그 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나라당이 막가파식 정치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의 '대통령 탄핵소추' 움직임에 민주당은 펄쩍뛰며 극도로 분노하고 있다. 전용학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국정을 챙길 능력과 비전이 없는 이총재가 민주헌정을 파괴해 권력을 잡아보겠다는 정권욕과 대통령병의 결과로 본다"며 비난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한나라당이 막가파식 정치를 하고 있다"며 격렬하게 비난하고 나섰는데, 한화갑 최고는 "시정잡배나 깡패에게도 예의나 룰이 있다"면서 "아무리 정권경쟁을 하더라도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가 있는 것 아니냐"며 격분했다. 노무현 고문도 "이총재는 터무니 없는 정치공세를 중단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또 김옥두 의원은 "원내 다수의 힘만 믿고 국민과 정부를 협박하는 것은 폭력위의 폭력, 무력위의 무력일 뿐만 아니라 군사정권의 후예들이 집결한 당답게 또다시 폭거를 시도하겠다는 것"이라며 격분했다.
한나라당 총무단이 제기한 "김대통령 탄핵소추 검토보고"는 25일 총재단회의 안건으로 사전에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이 총무가 전격적으로 총재단회의에서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설왕설래가 많았다.
10.26 재보선 싹쓸이 계획 - 한나라당 내부서도 '여론의 역풍' 우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이 총무가 나가도 너무 나갔다"고 우려하면서 민주당의 반응을 예의 주시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그동안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대응이나 변협의 결의문으로 한나라당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우리 쪽으로 여론이 모이고 있는데 '탄핵'문제로 여론의 역풍을 맞지나 않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싸고 지식인들이 양분돼 나가고 있고, 변협의 결의문으로 사회가 더욱 분열돼 가는 모습으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총재가 '국민 우선정치', '상생의 정치'를 선언하고 '경제문제에 집중'함으로써 정국전환을 시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탄핵'문제가 불거져 사태수습에 골머리를 앓게 됐다.
'대통령 탄핵'을 한나라당이 거론하고 나선 것은 변협 등 여론주도층이 반DJ로 돌아서고 집권후반기에 접어든 DJ의 힘이 급격하게 빠지고 있다고 판단, DJ를 구석으로 몰아 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정기국회에서 '탄핵'문제를 제기함으로써 10.26일 재보선에서 전 지역을 싹쓸이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 정권욕보다 국가의 장래를 먼저 생각해야
그러나 아무리 DJ가 실정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임기를 1년 반이나 남겨놓고 있고, 5년이라는 임기가 보장된 상황에서 '탄핵'을 거론한다는 것은 "정치도의상 해도 너무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지식인층의 양극화 등 국론분열이 심각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대통령 탄핵' 제기는 국론분열을 더욱 부채질한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지금 여야가 아무리 이성을 잃고 감정적으로 대치하고 있다손 치더라도, 최소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이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이 '대통령 탄핵'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자칫 "국가 장래를 걱정하고 국민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정권장악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국가의 근본을 뿌리채 흔들어서 득 될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차기 대선주자로서 가장 유력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회창총재와 제1정당의 지위에 있는 한나라당은 그 위치에 걸맞는 좀 더 대승적이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 실패로 국론이 분열되었다고 강도높게 비판하는 만큼 그에 합당한 지도력과 국민화합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총재와 한나라당은 이성을 되찾고, 나라를 우선 생각하는 차기 대통령후보와 수권정당의 모습을 갖추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