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극한 정쟁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중산층·서민 정책을 집중적으로 제시하는 한편, 한나라당도 국면전환을 적극 꾀하고 있어, 8월 정국은 경제·민생안정 대책 국면으로 변할 전망이다.

여야의 극한 정쟁에 대한 국민적 비난에 정치권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돌출성 정국을 다음주를 고비로 접고, 10.26 재보선 및 지방선거, 대선을 염두에 둔 지지층 확보를 위한 경제·민생으로의 국면전환을 적극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선심정책 논란 및 경제위기 책임론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의 '대통령 탄핵소추 검토보고' 파문으로 여야가 극한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여야는 내부적으로 국면전환에 고심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미 서민경제·사회·노동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발표하고 있고, 한나라당도 최근 경제포럼 등 경제정책 개발 및 민생 챙기기에 중점을 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산층·서민 잡기에 나선 정부 여당

정부는 '주5일 근무제' 실시 방침이며, '공무원 전국연합체 연내 허용'을 적극 점토하고 있다. 또 오는 8월부터 '소형 아파트 의무 건축'을 추진하는 한편, '교직발전종합대책안'을 확정했다.

정부의 발빠른 움직임에 민주당도 계층간 소득을 줄이기 위해 소득격차완화기획단을 구성, 소득세, 재산세, 상속세, 부동산 거래 관련세 등 전반적인 세제 개편을 검토하기로 하는 등 정부의 움직임을 보좌하고 나섰다.

정부 여당이 최근 중산층과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경제·사회 정책을 집중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것은 "4.26 재보선 패배가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해 왔던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 5월 17일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더욱 노력하라"고 지시했고, 지난 20일 주례보고에서도 김중권 대표에게 "당이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정당임을 확실히 인식해 정책을 충분히 반영하라"고 지시하는 등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대책을 강조해 왔었다.

대선 대비,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 확보 의도

이는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을 막고 전통적 지지층을 다시 끌어안아 내년 대선뿐만 아니라 10.26 재보선 및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고도의 대선전략이라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지지도나 DJ에 대한 지지도 하락이 매우 위험스러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수로 경도되고 있는 한나라당에 비해 더 선명한 중산층·서민 정당으로 자리매김 함으로써 한나라당과 이념적 차별화를 명확히 하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내에서 정체성 회복 주장이나 세대교체론, 개혁후보론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 강하다.

지난 5월 초 민주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 중 국정운영 잘못이 23.1%, 경제상황이 어려워서 20.5%, 중산층과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해서 19.8% 등으로 나타나 충격을 받기도 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민주당의 모토였던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당의 정체성회복 및 당정쇄신을 주장한 정풍운동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탈을 막아냈다"는 여권 내외의 평가가 일치하는데, 정부여당의 변화를 예견케 했다. DJ도 "정풍파의 당정쇄신에 대해 내용적으로 수렴할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한 당직자는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당으로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정책 개발을 추진해 왔으나 정국상황에서 빛을 보지 못한 측면이 강했다"며 "이번의 서민정책도 그 과정으로서 공약사항을 마무리해 나가는 것인데, 현 정국상황에서 보다 특별히 부각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 지뢰를 피해 한나라당도 국면전화 준비

정부여당의 적극적인 중산층·서민 정책 발표에 비해 한나라당의 정책 제안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지만 한나라당도 내부적으로는 언론정국에 몰입돼 있을 수만은 없다는 판단 아래 "언론문제는 '언론자유수호특위'(위원장 박관용)에서 최대한 대응하되 이총재는 언론문제에서 발을 빼고 민생 및 경제위기 극복에 전력한다는 방향으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정리한 상태였다.

이회창 총재도 지난 24일 총재단회의에서 "언론, 남북문제가 당장 정국을 주도할 이슈이긴 하지만 조금 지나면 경제문제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정권이 민생으로 눈을 돌리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당직자들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국강연회와 더불어 경제포럼을 준비하는 한편, 서민경제 대책 및 민생대책 마련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문제는 '대통령 탄핵' 문제로 난처해진 상황을 이총재가 어떻게 피해 갈 것인가다. "경제 및 언론 문제를 집중 거론하기 위해 잡혀진 시국강연회 추진도 '탄핵'문제로 난처한 상황"이라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의 말이다.

이회창 총재가 '탄핵'문제로 난처해진 상황을 어떻게 피해갈 것인지도 관심사안인데, 27일에 이총재가 직접 나서서 "비록 손해보는 한이 있더라도 정쟁에서 한발 물러나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며 "민생과 경제 살리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확전 자제를 지시했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도 "이 총무의 돌출적 행동으로 이총재가 코너에 몰려 매우 난감해 하고 있다"면서 "이총재가 '탄핵정국'을 원치 않기 때문에 잠시 휴지기를 갖고 원래 계획했던 경제·민생 문제에 집중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경제포럼 및 지역 경제인들과의 만남을 지속하면서 공적자금 문제 및 경기부양책에 대한 비판을 계속해 나가면서 민생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여야, '8월 정국'은 경제·민생정국으로

이와 같이 정치권은 겉으로 감정적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에서는 극한 정쟁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어 국면전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정부여당도 언론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경제·사회 정책을 집중적으로 제시하고 나선 측면도 내포돼 있다.

특히, "안르헨티나의 경제위기로 우리나라 경제가 남미식으로 가는 게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어 더욱 위기를 부채질하는 측면이 강하다.

이렇듯 정치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고, 경제불안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는 여름 휴가 이후에 국면전환을 적극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 10.26 재보선, 내년 지방선거 및 대선을 앞두고 집권여당은 기존의 지지층을 확보하고 DJ의 집권 후반기 정국 장악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한 과제가 산적해 있고, 한나라당 이총재도 답보상태 또는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가 민심 확보를 놓고 벌이는 경제·민생 대책 경쟁이 정국 주도권 경쟁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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