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개혁세력은 '개혁세력 연대론'을 들고 나오는 한편, 한나라당 개혁세력은 당 지도부와 사사건건 대립하는 등 '탈당설'이 나돌기도 한다. 여야 개혁세력이 '독자적 활로를 찾을 것인지, 아니면 당내 지분 확보에 노력할 것인지' 관심이다.

여야 개혁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꿈틀대고 있다. 민주당 내의 개혁세력은 개혁적 후보 옹립을 위한 '개혁세력 연대론'을 주장하고 있고,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나라당은 이회창 총재의 보수화와 정국대처 방향에 대한 문제의식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 개혁세력이 하나로 결집, 개혁후보를 만들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여권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며, 한나라당의 경우 개혁세력이 이총재의 노선에 반발해 '탈당'할 경우 정계개편의 단초가 될 수도 있어, 여야의 개혁세력들이 독자적 활로 찾기가 본격화되는 게 아닌지 주목된다.

특히, 김근태, 정대철, 이부영, 김덕룡, 김상현 등 여야 개혁세력들이 모여 '개혁신당' 창당 가능성 여부가 주목됐던 '화해와전진 포럼'이 하반기부터 활발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어 여야 개혁세력의 움직임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주당 개혁세력 '개혁세력 연대론' 제기

민주당 내 '개혁세력 연대론'은 천정배 의원이 "당내 개혁세력과 대선주자들은 당내 경선 승리를 위해 '민주개혁연대'를 결성, 개혁후보를 선정해야 한다"며 "노무현 고문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혀 주목받았다.

실제로 민주당 개혁적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혁연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김근태 최고와 노무현 고문을 지지하면서 최종적으로는 당선 가능한 주자를 밀자는 것"이다.

임종석 의원은 "개혁성향 의원들이 하나로 결집, 그 힘으로 대선후보를 밀 수 있는 공식모임을 만들기 위해 의원들을 접촉하고 있다"면서 "당내에 산재한 여러 개혁모임 소속 의원들을 모아 출범시키더라도 50명 선을 확보할 수 있어 당내 경선에 충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혁연대'를 구성하기 위해 초선급은 임 의원과 이재정 의원, 재선급은 신기남, 천정배 의원이 적극 나서고 있고, 조만간 장영달 의원 등 3선급도 가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혁세력의 입지 좁힐 수 있다"-김근태 최고 우려

그러나 "너무 성급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너무 일찍 개혁세력이 결집하면 여권내 원심력 강화가 우려되기도 하고, 당 내외의 집중적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근태 최고는 "너무 이르지 않는가. 개혁세력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우리가 필요한 것은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미래를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의 마음을 읽고 함께 할 수 있는 포용력"이라며 "개혁세력의 외연확대가 더 급한 문제"임을 강조했다.

김태홍, 김성호 의원도 "당력을 분산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회의적 반응을 보였는데, 일각에서는 "개혁적인 의원들 중 동교동계의 도움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인사들이 많은데, 과연 단일한 대오로 뭉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는 반응도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개혁세력들이 제기하고 있는 '개혁세력 연대론'과 함께, 최근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대선 주자들에 대한 품평이나 호불호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어, 조만간 대선 주자들을 둘러싼 그룹핑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당에서 '왕따' 당하는 한나라당 개혁세력-선택의 기로에 서다

한나라당 개혁세력은 이회창 총재의 보수노선으로의 경도로 입지나 역할이 급속도로 축소되고, 정국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이부영 부총재, 김덕룡 의원 등 개혁적 의원들은 "이총재가 보수와 영남지역만 끌어안고 간다면 집권할 가능성이 없고, 집권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줄곧 피력해 왔다.

그러나 이총재는 더욱더 보수적 입장으로 경도되어 갔고, 최근의 언론사 세무조사 공방, 남북관계, 김정일 답방 문제, 황장엽 방미 문제 등 일치된 경우가 한번도 없었다. 이는 실제로 한나라당 내 개혁세력이 발붙일 공간도 역할도 상실되면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는 상태다. "당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인가 아니면 '딴 살림'을 차릴 것인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탈당 가능성을 높게 보기도 했다.

김원웅 의원은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당내 개혁적 의원들인 이부영, 서상섭, 안영근, 김홍신, 김부겸, 김영춘 의원과 탈당 문제를 포함, 당 노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해 그 심각성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당장 '탈당'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명분도 없고, 조건도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원웅, 안영근 의원은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탈당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개혁세력으로 불리는 한 당직자는 "개혁적 의원들이 탈당할 수 있는 조건이나 명분이 현재로서는 없는 상태 아니냐"며 "10.26 재보선, 내년 지방선거를 거치는 동안 이총재가 균형을 잡도록 노력하는 게 최선이다"고 말했다.

"명분과 조건이 안돼 당의 변화를 위해 노력할 것"-문제는 이총재의 '균형적 시각'

한나라당 지도부도 대전 시국강연회 문제로 불거진 김원웅 의원에 대한 처리와 결부돼 당내 개혁세력에 대한 입장 정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28일 당직자회의에서 김 의원 처리 및 개혁세력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자리에서는 "개혁세력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당직자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그 동안 이총재의 보수적 노선과 정국대응 방안이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금이 이총재가 균형적 시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며 "개혁세력이 더 적극적이고 치밀하게 정국대처 방안을 제시한다면 아직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계인 이병석 의원은 지난 26일 국가혁신위 회의에서 "당의 이미지는 기득권 정당, 수구·영남정당으로 비춰지고 있는데, 이런 이미지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면서 "민주적 국민정당으로 체질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현 이총재의 노선에 대한 문제점을 광범위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아무튼 한나라당 내 개혁세력은 당 지도부의 노선에 대해 심각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으나 탈당이라는 극한적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당의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이총재가 현 노선을 고집하고 10.26 재보선 및 지방선거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개혁세력의 '탈당'도 가속화 될 것으로 보여, 한나라당은 언제 폭발할지 모를 휴화산 상태로 계속 갈 것으로 보인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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