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것은 비단 수출부진에 의한 경기침체뿐 만이 아니다. 공적자금, 아르헨티나발 금융불안, 정치일정 등이 우리의 경제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국내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것은 비단 수출부진에 의한 경기침체뿐 만이 아니다. 공적자금, 아르헨티나발 금융불안, 정치일정 등이 우리의 경제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계속되는 경제침체로 기업자금 유동성은 더욱 악화되고 그에 따른 공적자금은 계속 투입되고 있다. 그로인해 금융의 부실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고 이 와중에 아르헨티나의 외환위기도 국내 금융불안요인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욱 큰 문제는 확실한 경제대책을 세워야 하는 정치권이 정치논리로 인해 경제위기 해결은 커녕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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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늪에 빠져드는 경제 스크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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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차 공적자금 추가조성 필요성 대두

2차 공적자금 50조원(회수분 10조원 포함)이 올 연말 이전에 조기 고갈될 전망이고 앞으로 투입되어야 할 공적자금이 30조원 규모로 추산되어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에 큰 차질을 빚고 경제압박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차 공적자금 50조원중 이미 사용한 자금은 26조8000억원, 현재 남은 자금은 23조2척억원인데 앞으로 투입되어야 할 자금은 30조원이 넘어 3차공적자금 추가조성설이 나돌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은행 지원 4~5조원 △서울보증보험 대지급 7조7000억원 △보험사 구조조정 1조5000억~2조원 등 추가로 필요한 공적자금만도 30조원규모로 추산돼 5-7조원이상의 공적자금이 더 필요하다. 특히 맥킨지는 국내기업 잠재부실을 최대 245조원규모로 추산하고 있어 공적자금 부족현상은 피할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3차 공적자금을 추가조성하지 않기 위해 우선 자산관리공사가 10조원규모의 자산관리공사채를 발행, 부족한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자산관리공사는 현재 1400억원인 자산관리공사의 납입자본금을 1조원으로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10조원의 채권을 발행, 구조조정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자산관리공사의 채권발행은 용도가 부실채권 매입 등에 국한돼있어 부실채권매입에 의한 금융,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등 부실확대를 불러일으키고 더 나아가 정부 재정의 잠재부실화를 가져오는 심각한 페해를 낳을 수 있다.

때문에 금융전문가들은 공적자금의 추가조성 논의는 불가피 할것으로 보고 있다 . 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공적자금의 조기고갈은 그 자체로 금융불안 요인"이라며 "기왕에 시작한 구조조정의 마무리를 위해서라도 공적자금 추가조성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공적자금이 고갈된 채 방치될 경우, 더 이상의 기업.금융구조조정은 불가능해진다"며 "부족한 공적자금을 아끼기 위해 부실정리가 졸속으로 처리되거나 대한생명,현대투신 등의 매각이 무한정 지연될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념장관은 2차 공적자금 이후 '3차공적자금 추가조성은 없다.'고 호언하여 귀추가 주목된다.

◈ 취약한 금융구조, 해외변수로 금융불안 심화

수출부진에서 오는 경제불안만이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19일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4%로 낮춰잡고 선진국 경기악화와 국내 금융시장 불안 등 2가지 위험요인을 원인으로 잡아 취약한 금융구조에서 오는 금융불안 요인이 심각하다고 지적하였다. 특히 이러한 취약한 금융구조에 아르헨티나 외환위기의 해외악재가 아시아로 파급될 경우 심각한 외환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도 경고하였다. 서울은행 등의 민영화 지연, 우리금융지주회사의 구조조정 부진, 기업 구조조정이 재무개선에만 그치면서 정부의 금융구조조정이 느슨해진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였다.

KDI는 "아르헨티나 경제가 더욱 위축되는 동시에 신흥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밝히면서 구조조정을 보다 내실화, 경기적응 능력을 한단계 높이지 않으면 지금의 경제위기국면에서 탈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민영화 가능성이 희박한 부실금융기관이 공적자금으로 연명하는 악순환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우리금융지주회사 경영은 당초 설립 취지대로 중,소형 부실은행 정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도높은 금융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현재 520선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증시도 근본적으로 기업,금융의 미진한 구조조정으로 해외 수출여건이나 금융여건에 크게 좌우되는 국내의 허약한 경제구조에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뿐만아니라 국내 투자가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것은 그만큼 국내 기업이나 금융에 투자할 가치가 없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 4%이하의 저성장예상, 정부의 하반기 낙관론 무색

이렇듯 수출경기, 내수경기의 장기적 부진으로 올 하반기에도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부의 '하반기 낙관론'도 그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있다.

정부는 애초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5-6%대로 잡았다가 7월초 4-5%대로 낮추었으나 지금의 경제상황으로는 이 4%대도 유지하지 못하고 3%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KDI는 7월19일 4%로 경제성장률을 낮춰잡았고 미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보다 더 낮은 3.3%를 전망하기도 하였다.

또한 이 주간지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무려 7.5%를 예상해 중국이 세계경제 침체의 틈새에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해 우리 경제에 세계경제 침체 위기뿐만아니라 '중국의 추격'이라는 무서운 경쟁자가 도사리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출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세계경제 침체라는 해외악재'보다는 근본적으로 우리 상품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분야는 메모리 반도체, 조선등 극소수에 불과하며 가전, 섬유등은 중국에 추월당한지 오래고 최근에는 정보통신분야도 추월될 위기에 있다. 때문에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기업경쟁력 제고에 심혈을 기울여 내실을 기하는 것이 지금의 수출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유일한 지름길이라고 한결같이 말한다.

삼성증권은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하이닉스반도체가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으로 살아남을 경우 전세계 D램 산업과 국내 증시 전체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하이닉스의 퇴출을 매우 직설적으로 주장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정부가 구조조정보다 경기부양책으로 선회하고 부실기업 정리가 느슨해지면서 오히려 가격경쟁력, 상품경쟁력이 떨어지고 국내기업의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김대중대통령 16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범위안에서 경기부양을 통해 내수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이에 정부는 예산을 가급적 3분기에 당겨집행하고 건설경기 활성화, 저금리 정책, 연기금의 부동산 투자 및 공기업 투자의 조기집행할 것을 밝혔다.

그러나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전세 및 주택매매가격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유발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경고하였고, 하반기에는 OPEC 감산계획으로 국제유가가 최고 25달러선으로 오를 전망(현재 23.45달러)이고, 또 홍수에 의한 소비자 물가상승까지 겹치면서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는 선'은 유지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여야는 '제한적 경기부양'과 '강력한 구조조정'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 여야정 합의에 의한 경제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여야의 정쟁에 의해 경제정책이 오락가락하고 내년 선거로 경제가 정치에 더욱 종속될 경우 우리 경제는 장기불황의 늪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박혜경기자parkhk@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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