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이인제 최고의 '조기전대론' 제기에 동교동계가 '반대'하고 나섰다. '조기전대론' 논란은 각 대선주자들의 이해관계와 동교동계의 대선구도 및 당권장악과 맞물려 각 진영은 고도의 정치 방정식 풀기에 진땀을 흘리고 있는데...

민주당이 '조기 전당대회론'과 '조기 전당대회 반대론'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각 대선주자들과 동교동계는 서로 이해관계가 맞부딪히는 전당대회 시기와 방법을 두고 복잡한 고난도의 정치방정식 풀기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인제 최고위원이 '4월 전당대회론'을 들고 나오고 이에 노무현 고문, 김중권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등 '조기 전당대회론'이 탄력을 받자, 권노갑 전 최고위원의 측근인 이훈평 의원이 지난 9일 기자 간담회를 자청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지방선거 후에 해야 한다"며 '조기 전당대회론'에 쐐기를 박고 나섰다. 김근태, 한화갑, 박상천 최고도 '조기전당대회론'에 반대하고 있다.

최근 각 대선 주자들이 '조기전대론'을 들고 나오는 배경과 동교동계 및 일부 대선 주자들의 '조기전대론' 반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경선을 둘러싼 각 주자 및 각 계파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정치적 함수관계는 무엇일까?

'조기전대론'-이인제 등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주장

'조기 전당대회론'을 주장하는 가장 큰 근거는 "여권 대선후보를 조기에 가시화 시켜 대선후보를 정점으로 적극적인 지방선거를 치러야 승리할 수 있으며, 이때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대세론'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여권후보 조기가시화로 차기 대안이 명확히 서면 여권 지지율이 급등할 수 있고, 여권 대선 주자들의 당내 경쟁이 장기화될수록 후보들의 '체력' 소모가 심각할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이인제 최고위원이 공격적으로 제기한 상태고, 김중권 대표, 노무현 고문, 정동영 최고가 이에 동조하고 있다.

그동안 전당대회 시기에 대해 명확한 자기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이 최고가 '4월초 조기전대론'을 전격적으로 제기하면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 최고가 "배수진을 치고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즉, 그동안 대중적 지지도뿐만 아니라 당내 지지도에서도 1위를 고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DJ와 동교동계의 견제가 계속됐고, 게다가 '非이인제'를 표명하면서 '노무현-김근태 개혁연대'가 가시화되었고, 노무현 등 각 주자들의 가속화되는 추격이 불안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시사저널의 여당 대의원 여론조사에서 1위로 나오자 그동안 동교동 눈치만 보며 발언을 극히 삼가했던 이 최고가 '14대때 YS의 노태우 밀어붙이기'나 '15대때 이회창 총재의 YS 밀어붙이기'를 벤치마킹 해 'DJ 밀어붙이기'로 DJ에게 확답을 받아내 일찌감치 대선구도를 짜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한편 조기전대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김중권 대표의 경우 대표 지위를 십분 활용,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영남 교두보를 마련, '영남후보론'을 전면에 내세우겠다고 나섰다.'조기전대론'이 성사될 경우 그때까지는 당대표직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이를 활용해 대선후보 고지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대중지지도가 급격히 상승한 노무현 고문도 이 최고를 바짝 따라잡았다고 판단, 민주당의 정통성과 선명성을 무기로 일찌감치 판짜기를 마무리하겠다는 속뜻이다. 노 고문은 'DJ개혁 계승', '동서 화합', '영남후보'를 내세우며 당직자를 대상으로 한 '노무현 희망열차' 강행군 덕에 당내지지에서도 뒤쳐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다.

'조기전대론' 반대-DJ와 운명을 같이할 동교동과 대중지지도 약한 대선주자

만약 민주당에서 '조기 후보가시화'가 된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단지 '대선전초전'으로서가 아니라 여야 대선 후보들의 "예비대선"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패배할 경우 그것은 '당의 패배'뿐만아니라 사실상 '해당 후보의 패배'로 직결되고 바로 '대선 패배'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는 우려가 높다.

즉, 만일 여권의 후보의 진두지휘하에 치룬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그 후보는 '패자'로 이미 국민에게 '검증'받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후보는 후보 자격을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이는 여권에 또한번의 대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문제가 된다는 것이 조기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또한 '조기전대론'은 후보 조기가시화로 힘의 중심이 대선 후보로 쏠릴 수밖에 없고, 'DJ를 밟고 지나가야 하는' 대선 후보로부터 'DJ탈당' 또는 '총재직 사퇴'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사실상 조기전대론의 메가톤급 문제다. 이는 DJ의 본격적인 레임덕을 야기시키는 것은 물론, DJ와 함께 유지되고 있는 동교동계의 존폐, 더 나아가 DJP체제를 비롯한 여권 전체의 정치구조에 까지도 일대 변화를 가져올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 사안이다.

이미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8월에 총재직을 사퇴해야 한다"면서 "내년 전당대회 전후로 총재직을 사퇴할 경우에는 늦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을 보더라도, 내년 선거와 DJ의 총재직 사퇴(또는 탈당)문제는 피할 수 없이 직결된 사안임을 여권내에서는 인식하고 있다.

또한 조기에 후보가 가시화되면 여권내 각 대선주자들과 계파들의 이합집산 움직임이 빨라지고 이 과정에서 각 세력들의 알력과 긴장관계가 심화되어, 최악의 경우 일부 주자들이 탈당할 가능성도 있어 '조기전대론'에 부정적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이유로 해서, DJ와 운명을 같이해야 할 동교동계가 앞장서서 이 최고의 '조기전대론'에 정면으로 반박했고, 한화갑, 김근태, 박상천 최고가 이에 동의하고 있다.

DJ의 버팀목으로 당권을 장악하는 한편, 당내 경선을 통해 차기 후보를 만들어 정권재창출을 하겠다는 동교동계로서는 '조기전대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국운영의 구심점이 돼왔던 DJ와 동교동의 지위가 하루아침에 흔들릴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동교동계가 바라는 당권의 정점에 한화갑 최고위원이 서있다. 동교동계의 차기 대표로 꼽히고 있는 한 최고는 당권 장악에 가장 가깝게 접근해 있다. 그래서 '조기전대론'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사실 한 최고는 "당권이냐 대권이냐"를 놓고 갈등하고 있는 와중이다.
한 최고는 10일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조기전당대회 자체를 반대하기 보다 '조기 논의'를 반대한다며 여운을 남기고 있다.

김근태, 박상천 최고위원도 '조기전대론'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김근태 최고위원이 최근 대중적 인지도가 눈에 띠게 높아가고 있고, 인기도도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 주변의 평가지만 여전히 대중적 지지도가 낮다. 때문에 김 최고는 대중적 지지도를 높일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필요하고 시간이 더 요구되는 상황이다.

박상천 최고도 역시 대선 주자의 반열에 올려놓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DJ탈색'으로 직결될 조기 후보가시화-'대선구도' 전체 뒤바꿀 메가톤급 파급력

기본적으로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DJ의 국정 장악력은 소진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치권은 대체로 "민주당 내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원심력이 강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최고의 '조기전대론' 제기도 이러한 원심력 작용의 한 사례다.

그만큼 동교동계가 '조기전대론'에 정면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물밑 잠복도 잠시일 뿐 조만간 본격적인 논쟁거리로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나가고 있는 주자들은 하루빨리 자신을 중심으로 대선구도를 짜고 곧바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로 튀어 나가려는 욕구가 충만하기 때문이다.

특히, 벌써부터 여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들은 'DJ색깔 탈색' 의도를 공공연하게 표현하거나 은연중 의도를 드러내기도 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기전대'를 통한 '후보 조기가시화론'은 곧바로 'DJ 탈당' 또는 '총재직 사퇴' 제기가 거세지는 등 권력 투쟁이 본격화 될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 이 경우 '후보 조기가시화'에 따라 여권내 갈등뿐만 아니라 야권 내부의 갈등도 증폭시켜 정치권 전체에 큰 태풍을 몰고 올 가능성도 내포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이총재의 보수 강화노선이 계속될 경우 김덕룡, 이부영의원이 참여하고 있는 '화해와전진 포럼'이나 이부영, 안영근, 김영춘, 김원웅의원등이 참여한 '정개모' 등 여야 개혁세력들의 모임이 동요할 수도 있다.

때문에 DJ의 레임덕을 막고 당권을 장악하려는 'DJ 및 동교동계의 의도'와 '여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들의 원심력 강화' 움직임은 서로 맞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권의 '조기전대론'을 둘러싼 각 계파의 이해득실의 함수관계는 대선구도의 전반을 뒤바꿀 수도 있는 메가톤급 파급력을 가지고 있어 주목된다.

김영술 기자newflag@ewin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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