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의 '임동원 통일부장관 사퇴' 목소리가 강경하다. 보수정당 정체성 및 DJP 공조의 주도권 잡기 일환으로 "끝까지 간다"는 분위기다. DJP 회동이 변수지만 JP도 '임장관 해임안'을 주장하지 않으면 안될 '외길수순'에 처해있다.

자민련은 "DJP 공조를 깨겠다는 것이 아니라 임장관 문제에 대해 물러설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임장관이 스스로 사퇴하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이 제출한 '임장관 해임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8월 31일 있을 '임장관 해임동의안' 본회의 처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경한 자민련 "끝까지 가겠다"
자민련은 지난 27일 확대당직자회의를 열고 "임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는 기존의 당론을 재확인했다.
변웅전 대변인은 "현 정권의 유종지미를 위해서도 우리당은 통일부의 대북정책 실책에 대해 결코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한 입장"이라며 "통일부 장관은 국민통합과 남북관계를 위한 용단을 내려 자진 사퇴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특히, 27일 8.15 평양 민족통일 대축전 방북 허가 과정을 따지기 위해 한나라당이 단독 소집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이 와병중임에도 참석한 것이다.
이날 국회 통외통상위원회는 김 총재권한대행의 한나라당 지지로 임 장관의 출석 요구를 의결하는 등 DJP 공조는 사라지고 한·자 동맹이 가시화되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자민련의 한 당직자는 "김 총재대행이 안 좋은 몸을 이끌고 회의에 참석한 것을 보더라도 우리가 얼마나 강경한 입장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구 원내총무는 더욱 강경한 입장이다. 이상수 민주당 원내 총무가 "JP가 자민련 의원들을 설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자, 그는 "대단히 무례하다"며 "진정한 공조는 '내가 결정했으니 따라 오라'는 식이 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DJP 공조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이 강하게 내재돼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자민련은 "이번에는 물러설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보수 정체성 및 DJP 공조 주도권 확보하겠다
이렇듯 자민련이 '임 장관 사퇴'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보수정당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은 자민련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물러서면 자민련의 존립 근거를 더 이상 찾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DJP 공조가 여권이 독단적으로 결정해 추진하다가 말썽이 생기거나 문제가 불거지기만 하면 자민련에 도움을 요청했던 민주당의 공조 방식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자민련 한 관계자는 "이번 민간단체 방북 허가 과정에서 자민련과 전혀 협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생기자 자민련과의 공동책임을 지자는 것인데, 말도 안된다"면서 "이번 기회에 정책공조라는 DJP 공조를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여권이면서도 정책추진 과정에서 소외돼 왔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또 다른 당직자는 "자민련이 잃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차기 대선구도를 짜는 데도 유리하고 DJP 공조의 주도권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자민련의 독자적 정체성을 가시화하고 'JP 대망론'에 힘을 싣겠다는 것이다. 또한 DJP 공조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 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DJP 공조에서도 JP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
JP가 당론 뒤집으면 'JP 대망론'도 무너진다
문제는 28일 일본에서 돌아오는 JP가 DJP 회동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이다. 자민련 일각에서는 일본으로 떠나기 전 기자간담회에서 "DJP 공조 원칙"을 강조했기 때문에 JP가 DJP 회동에서 DJ의 부탁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완구 총무는 "30일 국회의원·당무위원 연찬회에서 강성 발언들이 쏟아지고 이후 의원총회에서 당론이 결정되면 JP의 최종 결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JP가 DJP 회동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DJP 회동에서 JP가 다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일 경우 자민련 의원들을 '핫바지'로 만드는 것으로 의원들과 당원들의 반발을 살 것이며, 이땐 'JP 대망론'도 물 건너 갈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그만큼 자민련의 분위기는 강경하다. 자민련의 보수이념 정체성이 걸려있고, DJP 공조에서의 주도권 확보 문제, 더 나아가 'JP대망론'과 결부돼 있는 아주 복합적인 사안이다.
JP가 DJ와 물밑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자민련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는 'JP 대망론'이 급격히 무너질 가능성 또한 크다. 한 의원은 "JP가 당 분위기에 역할 할 경우 JP에 대한 신뢰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 이완구 총무는 총무직을 내놓고 밀어붙일 태세다. 그는 "안보.보수정당인 자민련이 입장을 선회할 경우 당은 물론 JP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될 것"이라며 "그리되면 'JP 대망론'이야말로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JP가 '외길수순'임을 강조했다.
한편, 자민련 의원들 중 민주당에서 입당한 배기운, 송석찬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원들은 당론에 따르거나 '임장관 해임동의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이어서 31일 국회본회의에서 '임장관 해임동의안'이 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