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테러 보복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미국의 감정적 테러 보복 공격이 3차대전을 일으킬 수도 있는 이른바 '문명충돌'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하며 미국의 신중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 상원은 테러응징을 위한 무력사용 승인권과 테러 복구 및 대응비 400억달러의 추경예산안을 96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가결하였다. 미 상원의회는 애초 200억달러를 요구했던 부시의 요구안보다 2배를 더 올린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부시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각국 지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개전을 위한 외교적 절차를 마무리했다.
미국민의 86%는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강력한 보복전을 원하고 있어 부시행정부의 테러 보복전은 이러한 격앙된 국민감정을 등에 업고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콜린 파월 국무부장관은 13일 '빈 라덴'을 이번 테러사태의 배후자로 공식지명하여 빈 라덴이 은신해 있는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테러와의 전쟁'의 첫 시작이 될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EU등 세계 각국과 나토, 유엔뿐만아니라 미국내에서도 미국의 감정적 테러 보복 공격이 '아랍동맹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세계'와의 3차대전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이른바 '문명충돌'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하며 미국의 신중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아직 범인이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얼굴없는 테러'임에도 미국의 일방적 '지목'에 의한 전쟁 수행은 자칫 아랍국의 반미감정만을 격앙시켜 아랍동맹국과의 전면전으로 치닫는 보복전의 도미노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부시, "'세계의 악마'를 제거하겠다"- 아프간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복할 것"
부시는 15일 오전 워싱턴의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테러희생자 추모예배에서 "역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세계의 악마"를 제거하겠다."며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인은 평화로운 국민이지만 자극을 받아 분노할 때는 맹렬하다"면서 "이 분쟁은 다른 사람들이 정한 시간과 조건하에서 시작됐으나 우리가 선택한 방법과 시간에 따라 끝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시작하는 테러와의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고 테러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미국이 판단할때까지 장기전을 치룰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였다.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이번에 시작되는 테러와의 전쟁의 원칙은 '2개 이상의 전선론'과 '중·장기전'이 될 것임을 밝혀 미 행정부의 강경론을 대변하였다.
울포위츠 부장관은 "이번 전쟁은 단순히 범인을 잡아 단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테러범의 은신처와 그들을 지원하는 국가를 끝장낼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전쟁이 "상당한 시간에 걸쳐 전개될 예정이며 단 한번의 공격으로 끝나지 않을 것" 이라고 밝혀 탈레반 정권을 비롯하여 테러범들과 이들을 보호하는 테러지원국을 동시에 뿌리뽑는 전쟁이 될 것임을 예고하였다. 테러리스트와 테러기지가 완전히 분쇄되었다고 확신할 때까지는 '대규모 동시다발적 장기전'을 펼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관리는 '한 차례, 혹은 몇 차례의 작전만으로 실제로 테러리즘을 불구상태로 만들 수 없다'면서 '수년이 걸린다면 수년을 투자할 것'이라고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시사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은 미국의 전면공격에 대비하여 대미항전 태세에 돌입하였다. 13일 오마르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에서“빈 라덴은 미국 내 대참사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인도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또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하는 것이야 말로 '테러'"라고 주장하고 "미국이 3번째 아프간을 공격해오면 이번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복할 것"이라며 대미 항전을 결의를 다지고 미국과의 전면전 준비에 돌입하였다.
미국 온건론자들 - 반미감정이 테러의 원인
이렇듯 부시와 미 국방·안보전문가들은 초강경 입장이어서 아프간과 전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미 언론이나 유럽, 세계 각국은 감정적 보복이 보복전쟁의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며 테러 대처에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3일 사설을 통해 "미국이 치밀했던 테러 공격에 대한 강력 대응을 논하기에 앞서 얼마나 반미감정이 뿌리깊어 이토록 잔혹한 행위가 가능했는지를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복수가 아니라 반미감정을 가진 세력들과 화해를 모색하는 것”이라며, 공격 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의 참상을 전하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세계 많은 나라에서 미국의 오만함이 이번 테러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미 외교관의 말을 빌어 “우리는 정당한 이유를 갖고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정책은 (국제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줬고 우리의 오만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아왔다”고 세계적인 반미감정이 테러의 원인임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또 "보복의 일환으로 군사적 공격은 하되, 테러 행위의 근원을 뿌리뽑는 방향으로 이뤄져야지, 아무 죄없는 민간인을 희생시켜서는 안된다”며 신중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우선 사실파악에 주력한 뒤 우방들과 협조체제를 통해 보복의 목표와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이번 테러가 미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들을 분리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 보복조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반드시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나토 - 테러퇴치에는 지지하나 감정적 보복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
국제사면위원회는“희생자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연대가 보복공격이 아니라 테러책임자들을 법정에 세우는 것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럽연합의 지도자들 역시 테러 보복전쟁에 대한 깊은 우려와 경계를 표시했다. 특히 테러 주모자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한 '정황근거'만으로 보복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미국의 테러보복에 군사동맹을 할 것처럼 보였던 나토 역시 미국에 신중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나토는 테러참사 직후인 12일에는 동맹국 가운데 1개 국가에 대한 공격을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방어를 취하는 공동방위조항, 이른바 '제5조항' 적용을 검토하여 미국의 보복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지금은 제5조항이 자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며 나토가 미국의 보복전쟁에 참여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로버트슨 나토총장은 "이 끔찍한 테러를 저지른 미치광이는 우리가 비이성적인 보복전을 일으키도록 바라고 있을 것이나 그것은 잘못 생각한 것"이라며 나토 역시 미국의 보복전에 자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대변인은 "제 5조항이 백지 수표는 아니다"면서 '나토의 상호방위조항 발동 결정에도 불구하고 무제한의 자유 재량권이 주어진 것은 아니라며 나토 각국과 사전 협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하며 미국의 보복전에 대한 나토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EU 의장국인 벨기에의 루이 미셸 외무장관은 "EU는 경계태세에 돌입했으나 전쟁중인 것은 아니다"며 "미국이 지성적이고 이성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테러를 `미친 짓이며 황당하고 잔인한 일'이라고 비난하면서 프랑스는 미 국민과 `전폭적으로 연대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군사대응 가담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리지 않고 우선 범죄자의 신원이 파악되어야 한다고만 말했다. 또 조스팽 프랑스 총리는 "테러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이슬람이나 아랍세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지적하고 이번 테러가 '문명충돌'로 이어지는 점을 경계하며 미국의 보복전에 무조건 참여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테러재발 근본대책 - 테러요인인 미국의 힘의 정책, 인종차별정책이 바뀌어야
한편 유엔과 러시아, 중국 등은 국제 테러리즘 등 국제사회 현안 해결을 위한 유엔 회원국 공조 필요성을 강조하며 미국의 일방적인 보복전쟁이 아니라 UN이 개입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협의에 의한 대처를 강조하고 나섰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등 중동 아랍국들은 이번 '테러 배후'규명에 대한 수사에 적극 협조하여 '테러 근절에는 미국을 지지'하고 있지만 미국의 테러 보복전에는 지원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동 아랍국에서는 이번 테러의 근본원인이 미국의 이스라엘 편향정책 때문으로 보고 있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이번 테러를 “미국은 자신들이 뿌린 가시덤불의 씨앗을 거두고 있다”며 “사악한 정책의 결과”라고 말했고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도“미국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면 이런 테러도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세계 여론은 '테러충격'의 감정적 반응에서 조금씩 벗어나 미국에 대해 감정적 보복전을 자제하고 테러에 대한 '이성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번 테러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미국의 오만한 '미국 중심의 정책'이며 동시에 이스라엘 편향의 '인종차별주의 정책'때문이라는 점을 공히 지적하며 테러를 근본적으로 뿌리뽑기 위해서는 바로 테러를 부추기는 이들 요인을 없애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